LG하우시스는 1997년 바닥재를 첫 수출하면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에는 인도에 판매법인을 세우고 본격 시장공략에 나섰다. 지금은 냉장고용 고광택필름을 비롯해 인조대리석, 광고소재 등을 주력상품으로 폭증하는 인도 중산층 시장을 파고드는 중이다. 인도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신영호(50) 인도법인장이다. 지난 7월 7일 LG하우시스 인도법인이 자리한 구르가온에서 만난 신영호 법인장은 “올해도 전년 대비 약 40% 이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 수도 델리 외곽의 신도시 구르가온의 후다시티센터역 인근 델타타워 6층에 입주해 있는 LG하우시스 인도법인 한쪽에는 오는 2018년까지의 매출목표 그래프와 함께 ‘1억달러(약 1100억원) 매출, 더 이상 꿈이 아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신 법인장이 인도에 부임한 것은 2013년. 현재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인도를 비롯 네팔, 부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서남아 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에 나선 결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주력 제품의 하나인 인조대리석의 경우 지난해부터 선발주자인 미국 굴지의 화학기업 듀폰을 제치고 1위 업체가 됐다. 그는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LG하우시스가 25~27%가량으로 듀폰(21%)을 근소하게 앞선다”며 “한국 시장을 제외하면 인도는 LG가 듀폰을 앞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신 법인장은 현지 법인이 있는 구르가온을 위시한 델리 시장과 함께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옛 봄베이), 벵갈루루(옛 방갈로르), 첸나이(옛 마드라스), 하이데라바드 등 ‘빅5’ 도시의 유통망을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빅5 도시를 거점 삼아서 농촌까지 침투해 들어가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 첨병은 현지에서 스카우트한 역량 있는 인도 현지 직원들이다. 현지 한국 주재원은 3명에 불과한데, 인도 현지 직원은 30명가량 된다.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약한 것은 인도에서 사업하기 좋은 점이다. 중국의 경우 제품만 내놓으면 순식간에 ‘산자이(山寨)’라고 불리는 짝퉁이 등장한다. 그는 “인도는 제조업보다 전통적으로 중개무역을 통해 재산을 축적하는 상업 전통이 강하다”며 “좋은 물건만 확보할 수 있으면 시장 개척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했다. 인도 가전시장 1위 LG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LG하우시스는 지난 6월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집을 무상으로 수리하는 데 힘을 보태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복잡한 행정절차 등은 인도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다. 그는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데만 6개월이 걸리고, 은행에서 주소를 바꾸는 데도 2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법인장은 “35%에 달하는 고관세를 낮출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는 2009년 FTA(자유무역협정)에 준하는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상품은 인도의 고관세 장벽을 넘기가 힘들다. 인도는 과거부터 수입대체 산업화정책을 펴면서 고관세 장벽을 세워왔다. LG하우시스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인조대리석이나 광고소재 등도 35%의 고관세를 물고 인도 시장에 들어온다. 신 법인장은 “한국에서 고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제품들이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인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철저히 현지화된 제품 확보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현지 르포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