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가 제작한 영국 런던의 명물 ‘더블데커’를 둘러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촨푸 BYD 회장. ⓒphoto BYD
BYD가 제작한 영국 런던의 명물 ‘더블데커’를 둘러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촨푸 BYD 회장. ⓒphoto BYD

지난해 10월 21일, 영국 런던의 영빈관 랭커스터하우스. 이날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랭커스터하우스에 전시된 빨간색 2층버스를 찬찬히 둘러봤다. ‘더블데커’라고 불리는 빨간색 2층버스는 런던의 명물이다. 하지만 이날 랭커스터하우스에 전시된 빨간 2층버스 앞에는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인 ‘BYD’ 상표가 붙어 있었다. 중국 광동성 선전에 본사를 둔 BYD가 개발해 선보인 이 2층버스는 100% 전기로 움직이는 버스다. 81명을 태우고 빵빵하게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 1회 충전에 190마일(약 305㎞)을 주행할 수 있다. 순수 전기차인 만큼 버스의 고질적인 매연도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제로다. 순수하게 전기로 움직이는 2층버스를 선보인 것은 BYD가 처음이다.

이날 랭커스터하우스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롯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 캐서린 왕세손빈에게 친히 중국산 2층 전기버스를 안내한 사람은 BYD의 창업주 왕촨푸(王傳福) 회장. 시진핑 주석과 함께 버스를 둘러본 왕촨푸 회장은 이날 영국의 버스제작회사 알렉산더 데니스(ADL)의 콜린 로버트슨 회장과 즉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10년간 약 20억파운드(약 3조90억원)의 2층 전기버스를 합작 생산해 공급하는 계약이다. BYD가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전기기술 등을 제공하고 알렉산더가 차체 외관 등을 조립하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제 런던의 명물인 ‘더블데커’도 BYD 브랜드가 부착된 ‘메이드 인 차이나’가 돼버렸다.

이 사례는 중국의 최고지도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를 적극 밀어주는 한 장면이다. 이에 더불어 삼성의 BYD 지분 투자 결정으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가 또 한 번 날개를 달게 됐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BYD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30억위안(약 50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BYD의 지분 투자로 삼성전자는 약 4%에 달하는 BYD 지분을 가지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BYD는 삼성의 지분 투자를 계기로 부족한 배터리 기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전기차 하면 미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최고경영자(CEO)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엘론 머스크의 인기 덕에 생긴 착시현상이다. 사실 전 세계 전기차시장의 1위 업체는 왕촨푸 회장이 이끄는 중국의 BYD다. 지난해 기준 BYD는 모두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미국 테슬라는 5만57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BYD가 11%, 테슬라는 9%에 그친다. BYD와 테슬라의 뒤를 일본의 미쓰비시와 닛산, 독일의 폭스바겐과 BMW가 줄줄이 따르는 구조다. BYD를 앞세운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의 친환경차 생산량은 34만대에 달한다. 판매량도 33만대에 달해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세계 1위 친환경차시장이다. 덕분에 BYD는 매출이 급증해 올해 매출 1000억위안(약 16조9000억원)을 달성해 포춘 500대 기업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00억위안이었다.

BYD의 급성장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매 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제공하는 소위 ‘쌍(雙)보조금’의 위력이다. 일례로 중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중앙정부에서 최소 2만5000위안(약 423만원)에서 최대 20만위안(연료전지차)까지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보조금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더 높아지는 구조다. 가령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100㎞ 이상의 차량은 2만5000위안, 150㎞ 이상은 4만5000위안, 250㎞ 이상은 5만5000위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더해 지방정부가 똑같은 비율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쌍(雙)보조금 정책의 핵심이다.

가령 BYD에서 출시한 순수 전기차 e6를 구매한다고 치자. BYD의 주력 모델 중 하나인 전기차 e6는 1회 충전에 400㎞를 달릴 수 있다. 차량 가격은 약 30만위안이다. 2016년 기준으로, 1회 충전에 25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은 중앙정부 규정에 의해 5만5000위안의 보조금이 제공되는데, 지방정부에서도 5만5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결과적으로 차량 소비자들은 약 11만위안(약 1863만원)을 보조금으로 받아서 19만위안(약 3218만원)만 있으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전기차에는 별도의 자동차세와 부가가치세가 없어 세금부담도 없다.

자동차 번호판 경쟁률은 665 대 1

보조금보다 강력한 혜택은 번호판 추첨에 있어서 전기차를 사실상 예외로 둔 것이다. 중국의 대부분 지방정부는 급격히 늘어나는 차량의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번호판 추첨제를 실시한다. 연간 증차할 자동차 대수를 정해 두고, 그 안에서 번호판을 발급하는 것이다. 베이징의 경우 추첨, 상하이의 경우 경매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로 인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번호판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례로 베이징에서 지난 1~2월 동안 일반 자동차 번호판 경쟁률은 665 대 1에 달했다. 신청자의 0.15%만 당첨될 정도로 하늘의 별 따기다. 베이징의 ‘경(京)’ 자 번호판을 못 구할 경우 지방 번호판을 달아도 되지만, 출퇴근 시간 시내 진입 등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전기차는 번호판 발급에 있어 넉넉한 쿼터를 설정해 놓고 있다. 결국 차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번호판을 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소형 세단의 경우 2016년 한 해 동안 발급 예정인 번호판 수는 15만개다. 이 중 6만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쿼터를 배정했다. 2015년의 경우 신규 발급 번호판 12만개 가운데 친환경차에는 3만개의 번호판만 배정했다. 불과 1년 만에 가솔린차와 경유차의 번호판 공급을 꽁꽁 묶어두고 친환경차 번호판 공급만 2배로 늘린 것이다.

심지어 경매제로 번호판을 발급하는 상하이시는 전기차에 한해 번호판을 무료로 발급한다. 상하이의 개인 번호판 낙찰값만 8만~9만위안(약 1366만~1537만원)대에 형성돼 있으니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수지타산이 나온다. 베이징시 정부는 순수 전기차에 한해 도로통행료와 주차료를 완전 면제하는 방안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기도 급속도로 보급 중이다. 중국 국가능원국(에너지국)에 따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공공 전기충전기는 모두 8만1000기. 지난 연말에 비해서 무려 65%나 급증한 수치다. 또 사적으로 설치한 충전기도 모두 5만기로, 지난 연말에 비해 12%가량 증가했다. 중국의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電網)’은 오는 2020년까지 202개 도시에 12만기의 충전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모든 신규 주택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필수 확보하고, 공공주차장은 전체 주차대수의 10% 이상을 전기차 충전용 주차장으로 확보할 것을 강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인 500만대에 맞춘 충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공공 급속충전기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37기에 불과하다. 완속충전기를 다 합쳐도 5405기에 불과하다. 중국은 유선전화시장을 생략하고 곧장 무선전화시장으로 넘어갔다. 전기차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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