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채 인식 기술이 모바일·핀테크(Fin-TECH)와 결합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8월 3일, 삼성전자는 홍채 인식이 탑재된 ‘갤럭시 노트7’을 공개해 본격적으로 ‘기계와 눈맞춤’하는 시대를 열었다. 홍채 인식이 모바일 결제의 새로운 본인 인증 서비스로 채택되면서 대중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최초로 홍채 인식을 도입한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7’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본의 후지쯔와 NTT도코모가 공동으로 애로우스(ARROWS) NX F-04를 개발해 최초의 홍채 인식 제품을 출시했고, 중국의 TCL도 올해 초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에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인증 방식이 번거롭고 인식률이 낮아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갤럭시 노트7’은 이런 점을 보완해 사용의 편의성과 정확성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채가 신분증 대체, 일란성 쌍둥이도 구별

홍채는 카메라 조리개처럼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섬유 조직이다. 홍채 중앙의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인 동공의 크기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이 달라지는데, 주위가 어두우면 동공이 커져 빛이 많이 들어오고, 밝을 때는 동공이 작아져 적게 들어온다.

홍채는 유아기에 빗살무늬 형태로 패턴이 형성된다. 이 패턴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일란성 쌍둥이도 다르게 나타나고, 같은 사람이라도 두 눈의 홍채 모양이 다르게 형성된다. 홍채의 무늬 패턴은 복잡하다. 지문 패턴이 40여가지인 반면 홍채는 270여가지의 특징적 패턴이 조화를 이뤄 다양하다. 20억명 중 1명 정도가 유사하다고 할 만큼 고유한 형태를 갖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약 60억명. 그중 3명만이 홍채가 유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손가락 하나의 지문이 같을 확률은 1000만분의 1이다.

또한 홍채는 거의 일생 동안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위조가 불가능하다. 즉 다른 생체 인식 수단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다. 또 지문처럼 인식 판에 직접 눈을 갖다 대지 않고 2~3m 거리에서 바라만 봐도 인식이 가능한 비접촉식 시스템이라 편리하다.

그렇다면 홍채 인식은 어떻게 이뤄질까? 한마디로 이 기술은 색깔, 명암, 무늬 패턴 등의 홍채 특성을 분석해 코드로 나타내고, 이를 영상신호로 바꾸는 작업이다. 사람이 일정한 거리에 서서 홍채 인식기에 눈을 맞추면, 적외선 카메라가 홍채만 촬영해 이미지를 만든다. 그 뒤 홍채 인식 알고리즘이 홍채의 무늬를 영역별로 분석해, 0과 1만 사용하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 개인 고유의 암호화된 홍채 코드를 생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홍채 코드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고, 각종 홍채 인식 시스템에서 신원 확인 비교 검색 기준으로 활용된다.

홍채 인식기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홍채 정보를 정확히 읽어낸다. 전문가에 따르면 라식이나 라섹 수술 후에도 인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안경을 끼면 자칫 빛 반사로 인식률이 떨어질 수 있고, 렌즈를 착용하면 제대로 된 홍채 패턴을 인식할 수 없어 간혹 정상 작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지문 인식의 경우에도 장갑을 끼거나 손에 물이 묻었을 때 등 여러 조건에서 인식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스마트폰의 홍채 인식은 고도의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 시선을 빠른 속도로 추적하고 처리 방법이 복잡해질수록 기기가 처리해야 하는 연산 양도 엄청 늘어난다. 이는 전력 소모와 관계가 깊은데, 휴대용 전원을 쓰는 스마트폰의 경우 센서가 똑똑해지고 정교해질수록 배터리 소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 홍채 인식 적용이 늦어진 이유의 하나다.

스마트폰의 홍채 인식 기술은 금융산업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인인증서 대신 홍채로 사용자 본인을 인증할 경우, 금융사기에 활용됐던 계좌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금융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또 스마트폰에 대고 홍채 인증만 거치게 되면 통장·카드 발급, 예적금·펀드 가입도 손쉽게 이뤄진다. 이런 본격 시행을 위해 한국의 일부 은행이 준비 중이다.

기존의 보안산업에도 엄청난 파급을 미칠 것이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두바이 등은 공항 출입국 관리를 위해 ‘홍채 인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개인의 스마트폰이 건물의 보안시스템과 연동되어 각자 소유한 스마트폰으로 인증 과정을 거치면 블루투스 등의 통신망을 통해 통행이 제어될 수 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성형 수술을 하더라도 절대 심사대를 통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LG U+, 상암동 DMC 사옥과 덕수궁미술관 미술품 보관실, 부산 해운대의 이안엑소디움 아파트 입구 등에 홍채 인식기를 통해 입주민과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연구시설, 군사 보안 구역 등은 홍채 인식기가 필수다.

홍채 기술이 대중화하면 신용카드가 필요 없다. 지하철 요금을 내거나 백화점과 가게에서 물건 값을 낼 때 모니터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홍채 인식 기술은 IT 보안 산업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에까지 시장을 넓혀갈 수 있다.

홍채 정보로 개인의 건강까지 관리해

홍채는 사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놀라운 비밀을 갖고 있다. 홍채는 뇌와 신경계를 통해 모든 장기와 조직에 연결되어 있어 건강의 직접적인 진단지표다. 이를테면 오른쪽 눈 홍채의 맨 윗부분에 실핏줄 염증이나 기형이 생기면 뇌졸중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장의 상태도 홍채에 나타나는데, 대장이 건강할 때는 자율신경선이 원형의 형태를 이루지만 대장이 협착되거나 확장 또는 처질 경우 자율신경선 모양이 변하게 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홍채 인식 센서를 통해 개인의 홍채 정보를 분석한다면 건강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애주가가 술을 과하게 먹는 날이 계속된다고 하자. 그러면 오른쪽 눈 홍채의 시계 8시 방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이때 스마트폰은 홍채 패턴 변화를 인지하여 사용자에게 경고를 울려 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자칫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될 위험성이 있다. 홍채로 건강 이상이 드러났을 경우 이 자료를 근거로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높게 매길 수 있고, 이런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약이나 의료 기기를 팔려는 업체들의 1:1 마케팅이 등장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홍채 인식은 ‘완전무결한 열쇠이자 암호’로 사용될 확률이 높다. 이미 ‘몸 자체’가 열쇠가 되어가는 걸 실감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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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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