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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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에서 지옥으로’ 극적인 상황 반전이 벌어지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기업들의 주가 폭락 이야기다. 지난해 관세청으로부터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특허)을 획득한 면세점 기업들의 주가가 약속이나 한 듯 동반 추락 중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각각 문을 연 이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들 대부분 심각한 영업적자 상태다. 영업적자와 함께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공식화 역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드 배치 공식화 후 한국 면세점 산업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입국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악화와 주가폭락 등 가뜩이나 힘든 상태에 빠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들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 면세점 산업의 빅2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호텔신라 상황부터 보자. 지난해 관세청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자를 발표한 7월 10일, 호텔신라의 주가는 1주당 12만8000원(종가 기준)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한 달 후인 지난해 8월 7일 13만6500원까지 주가가 폭등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한 것’을 내세워 ‘앞으로 호텔신라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전망을 투자자들에게 내놓으며 매수세가 몰렸고, 주가 폭등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밋빛 전망은 1년도 안 돼 빗나갔다.

20만원이던 주가 1년 만에 4만1400원으로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합작해 서울 용산에 HDC신라면세점 개장을 준비하던 단계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텔신라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지 1년1개월이 지난 8월 16일, 주가는 6만1900원까지 추락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거머쥔 지난해 7월 10일 기준으로 주가가 51.64%나 폭락한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16일 기준으로는 54.7%나 주가가 폭락했다. 면세점 사업, 특히 HDC신라면세점의 극심한 부진이 주가 폭락의 핵심 이유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호텔신라의 HDC신라면세점 사업은 79억6446만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기 말 호텔신라에 반영된 HDC신라면세점 사업의 순손실은 23억8926만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악화되고 있는 게 실적 추이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호텔신라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 파트너인 현대산업개발의 주가 역시 폭락했다. 지난해 7월 10일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7만200원에서, 7월 17일 7만86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 8월 16일, 주가는 4만5450원밖에 되지 않는다. 약 1년 만에 41.17% 폭락했다.

한화그룹의 면세점 기업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 폭락은 특히 인상적이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9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6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주식이 신규면세점 사업자 발표 당일인 지난해 7월 10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7만8000원으로 단 하루 만에 무려 30%나 폭등했다. 그런데 이 폭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후 이상 폭등이 시작됐다. 발표 당일 7만8000원으로 치솟은 주가가 발표 7일 후인 지난해 7월 17일에는 무려 20만원(종가 기준)까지 폭등했다. 1주일 동안 156.4%나 폭등한 것이다. 당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이상한 주가 폭등은 관세청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발표 전, 한화와 관련된 면세점 심사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시장으로 유출됐다는 의혹 제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대한 잘못된 장밋빛 전망 역시 한몫을 했다.

증권사들 장밋빛 전망 1년도 안 돼 폭락

그런데 이런 주가가 불과 1년 만에 폭락했다. 8월 16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4만1400원밖에 안 된다. 지난해 7월 17일 기준으로 무려 79.3%나 폭락한 것이다. 불과 1년 만에 주식 가치의 80%가 사라졌다. 주가가 4분의 1토막밖에 남지 않은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영업적자는 43억1738만원에 이른다. 서울시내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9억9665만원이 넘는 영업이익(흑자)을 기록했었다. 서울시내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았던 지난해 상반기와 시내 면세점 영업을 시작한 올 상반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비교하면 여의도 63빌딩 내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의 현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관세청으로부터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해 11월 12일 22만8000원이던 신세계 주가는, 11월 14일 신규 사업자 발표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해 11월 16일 26만4500원(종가 기준)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주가 역시 어김없이 추락했다. 신세계 면세점이 개장한 올해 5월만 해도 신세계의 주가는 2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면세점 개장과 함께 주가가 미끄러졌고, 특히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 또 중국 관광객 유입이 증가하는 6~8월 본격적으로 폭락했다. 6월 17일 주가가 19만7500원으로 20만원대가 깨졌고, 8월 1일에는 장중이긴 하지만 주가가 17만9500원까지 떨어지며 18만원대가 붕괴되기도 했었다. 8월 16일 현재 신세계 주가는 18만8500원이다. 9개월 만에 28.73%나 추락했다.

중소기업으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하나투어 주가 역시 폭락했다. 하나투어는 특히 면세점 관련 추정실적과 목표주가를 두고 교보증권 등 증권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발표된 지난해 7월 10일을 전후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상당수의 증권사가 하나투어에 대한 장밋빛 주가 전망을 쏟아냈다. 당시 증권사들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하나투어의 이익이 급증할 것’이라거나 ‘여행업과 면세점 사업은 최적의 조합’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또 투자자들에게 ‘강력 매수’와 ‘매수’를 외치며 주당 20만원대가 넘는 목표가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의 이런 장밋빛 분위기는 당시 하나투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6월 12만원대이던 하나투어 주가가 7월부터 폭등했다. 7월 10일 13만3000원이던 주가가 7월 13일 15만5000원까지 올랐다. 7월 22일에는 18만7500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이랬던 주가는 불과 1년 만에 폭락했다. 올해 1월 10만원대가 깨졌고, 8월 5일에는 6만8200원까지 추락했다. 불과 1년 만에 63.63%나 폭락한 것이다.

폭락한 주가 회복 쉽지 않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기업들의 주가에 대해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악화된 실적의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의 사드 배치 공식화 이후 중국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공식적인 경제보복책을 내놓진 않더라도, 자국민의 한국 방문 조건 강화 같은 비공식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면세점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점을 여전히 꺼리고 있는 것 역시 신규 면세점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신규 면세점 기업들은 더 많은 판촉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관세청이 올해 최대 4개에 이르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며 더 극심한 경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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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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