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시내를 달리는 현대차의 투싼 ix FCEV 수소전기차. 현대차는 2015년 파리의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수소전기차 5대를 공급했다. ⓒphoto 현대자동차
프랑스 파리 시내를 달리는 현대차의 투싼 ix FCEV 수소전기차. 현대차는 2015년 파리의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수소전기차 5대를 공급했다. ⓒphoto 현대자동차

자동차시장의 신기술 개발 바람이 거세다. 순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의 유수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의 먹거리가 아니어도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현재 역량을 쏟는 미래차 분야는 수소전기차다.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현재 전기차가 지닌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제대로 구현하면 완벽히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차는 수소연료와 공기만 공급되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길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가동되는 일반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400㎞ 이내다. 미국 테슬라의 플래그십 모델인 모델S가 380㎞, 모델3는 346㎞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다. 국산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91㎞가 최대다. 국토가 큰 나라에서는 사실상 운용이 어렵다.

반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투싼 ix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수소전기차는 한 번 수소를 충전하면 최대 594㎞까지 주행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소 역할도 한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돌리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수소연료탱크 자체가 일종의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을 한다.

자체 내장된 배터리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수소전기차의 장점이다. 비상시에는 가정이나 산업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가 10만대 보급될 경우 웬만한 원자력발전소 한 기와 맞먹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충전으로 594㎞ 주행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는 100% 무공해 차량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엔진이 없고 자체 내장된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주행하기 때문이다. 배출물은 물이 전부다. 고성능 공기필터가 탑재돼 운행 시 차량 내부에 있는 공기 중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이면 수소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1.8%, 2050년에는 17.7%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투싼 ix 수소전기차를 넘어설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출시가 목표다. 2020년까지는 수소전기차 차종을 2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수소전기차의 핵심기술인 배터리와 제어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는 이미 2013년 2월에 구축했다. 2015년 이후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한 벤츠나 GM, 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보다도 2년 이상 빠른 속도다.

수소전기차는 현재 환경보호에 관심이 높은 북유럽의 지자체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가 관용차로 14개월간 운영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 6월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투싼 ix 수소전기차를 리스 형태로 일반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가 확산되기 위해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단점은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의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연료전지는 발전 촉매로 백금을 사용한다. 백금은 온스당 가격이 1100달러가 넘는 귀금속이다. 이 때문에 투싼 수소전기차의 현재 판매가는 8500만원에 달한다. 보조금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백금 촉매를 대체할 만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미흡하다. 한국에서 수소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려면 약 30억원이 든다. 수소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기존 휘발유·경유 주유소처럼 전국 곳곳에 수소충전소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침 지난 봄과 초여름 사이 터진 미세먼지 논란이 수소전기차 인프라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대수를 2020년까지 1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전국 9개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도 202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인 커넥티드카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분야는 ‘커넥티드카’다. ‘커넥티드카’ 기본 개발 방향은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다. 정보통신기술과 차량을 융합하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 자체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 즉 자동차와 집, 사무실, 나아가 도시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개념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넘어서 자동차를 통해 생활 및 업무 전반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대차의 ‘커넥티드카’ 기반 4대 중점 분야는 지능형 원격지원 서비스, 완벽한 자율주행, 스마트 트래픽(Smart Traffic),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 등이다. ‘지능형 원격지원 서비스’는 차량을 원격 접속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기능이다. 차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진단, 조치를 한다. ‘완벽한 자율주행’은 차량과 주변의 다른 차량, 도로 등 인프라를 포함한 사물과의 정보 교환을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현 단계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차에 부착된 센서만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해 달리지만, ‘커넥티드카’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차는 주변 차량들의 목적지, 운행 방향, 그리고 도로 상황 등의 정보를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말 그대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스마트 트래픽’은 차량의 위치와 교통 상황, 다른 차량들의 목적지 등을 분석해 개별 차량에 최적화된 이동구간을 안내, 시간·에너지 손실,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 ‘모빌리티 허브’는 자동차가 모든 사물과 지능화된 정보의 연결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보가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운전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움직이는 고성능 컴퓨터처럼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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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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