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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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거침없는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8월 18일 사상 처음으로 주당 160만원을 돌파하며 164만원(종가 기준)에 도달했다. 이후 8월 23일에는 170만원 돌파를 목전에 둔 168만7000원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두고 시장에서는 ‘왕의 귀환’에서부터 ‘대세 상승’이라는 낙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코스피는 필요 없다. 오직 삼성전자 주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결판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삼성전자의 주가를 두고 신한투자와 교보증권 등 몇몇 증권사들은 ‘주당 200만원’이라는 목표주가까지 제시하는 상황이다.

한국 주식시장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시가총액만으로도 한국 주식시장과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8월 23일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38조9962억원에 이른다. 2위인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이 고작(?) 36조9771원이고, 3위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29조1866원에 불과하다. 8월 23일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하나를 팔면 시총 2위 한국전력 같은 기업 6개 반, 시총 3위 현대자동차는 8개 이상 통째로 사들일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현재 시가총액 2위부터 9위까지의 기업 시가총액을 모두 합해도 삼성전자 단 한 기업보다 적다. 삼성전자와 나머지 기업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시가총액 격차는 올해 6월 이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사이 나머지 기업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분기 후 첫 영업이익 8조 회복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적’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그리고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기대감이 그것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자. 2015년 이후 5조원대 후반(연결기준·이하 동일)에서 많아야 7조원대 초반이던 ‘분기 영업이익’이 2016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말할 때 2014년 1분기(1~3월)까지를 전성기로 표현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분기당 8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IT·전자업계와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4년 2분기(4월부터)부터 실적 호황 시대를 마감하며 암흑기에 들어섰다. 많아야 분기당 영업이익이 7조원대 초반이었고, 2014년 3분기에는 4조600억원까지 추락했었다.

이런 영업이익이 올해 빠르게 개선됐다. 2014년 4분기(10~12월) 6조1428억원대이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6조6758억원대로 증가했다. 참고로 2015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조9793억원대였다. 그러니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1.65%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은 2분기에 더 뚜렷해졌다. 올 2분기에 무려 8조1439억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1분기보다는 21.99% 증가했고, 2015년 2분기 영업이익 6조8979억원과 비교하면 18% 이상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2016년 2분기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 증가에는 2014년 1분기 이후 사라졌던 ‘분기당 영업이익 8조원대 회복’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런 실적 회복세가 투자시장에서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던 것이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승우씨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가가 하락할 리스크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적이 양호할 경우에는 국내 기관이든 외국인이든 추가 매수할 여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내놓았다.

외국인들 지배구조 재편에 배팅?

여기에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것 역시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커질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다. 삼성생명·삼성물산과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고리 중 한 축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건희 회장 체제의 지배구조가 공고한 상태다. 삼성그룹 내 지분 구조가 취약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 강화를 위해 기존 주력사이자 삼성의 지배구조 상위에 있던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을 순차적으로 합병시키는 등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급하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수직화 작업이 올해 들어 속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재편 역시 조만간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전량(8.02%)을 삼성생명이 인수하는 등 금융지주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지주사화 가능성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한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특히 돈줄인 금융계열사의 지배력을 키우는 데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지주화만큼 손쉬운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삼성그룹이 금융지주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7.43%(특별계정 제외) 전체 혹은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등이 내놓게 될 지분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이 인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시장의 대세로 떠올라 있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대신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17.23%의 지분을 갖고 삼성물산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역시 자연스럽게 공고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내놓을 삼성전자 지분을 무리 없이 인수할 자금이 있느냐 여부다. 결국 이런 자금 문제로 인해 삼성전자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시나리오 역시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 삼성물산 등 삼성의 계열사들이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까지 삼성생명이 내놔야 할 삼성전자 지분을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는 대신, 삼성전자를 사업기업과 지주(또는 투자)기업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삼성전자를 사업기업과 지주기업으로 나눈 후 사업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과, 삼성전자 지주기업을 정점으로 삼성그룹 IT·전자 등 제조업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 경영 능력과 도덕성 등에서 좋지 못한 평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삼성그룹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삼성전자가 핵심이 된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주가가 110만~130만원대이던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포인트가 바로 ‘삼성전자 지배구조 재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국계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지배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투자 면에서 삼성전자를 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삼성전자 관련 보고서를 낸 이베스트증권의 어규진씨 역시 “삼성전자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기대감으로 외국인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등 제품들이 잘 팔렸다

지배구조 재편과 실적 개선 이슈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 등 스마트폰의 판매호조와 기대감도 6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갤럭시S7은 ‘혁신성이 없다’는 혹평 속에서도 전작들에 비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지난 8월 19일,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2.3%일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분기 점유율 21.8%보다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경쟁사인 애플과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7.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올해 그 격차를 9.4%포인트로 벌린 것이다. 이런 시장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주력 스마트폰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주력 상품인 갤럭시노트7 역시 판매 초기 호조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주력 상품인 D램의 가격 상승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가격 개선 등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기대감을 키운 요소들이다.

이 같은 요인들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를 관통하며 주가를 사상 최고액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쪽과 ‘가파르게 오른 만큼 정체되거나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취재 중 만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쪽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속성을 지닌 투자 요인과 기대감 확대가 당분간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체나 반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전망을 말하는 쪽은 “외형적인 주가 상승 요인들이 이미 모두 노출돼 있다”며 “좀 더 조심스러운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등 실적이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영업이익률 같은 핵심 실적 지표까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과 이재용 부회장을 따라다니는 오너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많은 시장관계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향후 시장성에서 우려되는 부분”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6년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제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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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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