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G5 판매를 앞두고 LG전자 조준호 MC사업부 사장이 직접 홍보에 나선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3월 G5 판매를 앞두고 LG전자 조준호 MC사업부 사장이 직접 홍보에 나선 모습. ⓒphoto 뉴시스

“G5는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지난 7월 28일, LG전자 스스로 G5의 실패를 공식화하며 내놓은 말이다. 이 말처럼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출시했던 프리미엄폰 G5는 시장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취재 과정에서 G5가 G3 등 G시리즈의 전작 스마트폰들보다 출하량(사실상 판매량)이 더 적은 사실까지 확인됐다.

G5의 실패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G5와 결합하는 각 모듈들의 빈발한 유격 현상과 부실한 최적화로 인한 불만 폭증, ‘뽑기 폰’이란 조롱을 받을 만큼 심각한 불량률, 제품의 정체성과 의미조차 알 수 없는 광고·마케팅, 특히 아직까지도 스마트폰 시장과 모바일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영진 등 여러 지적이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G5의 실패는 LG전자의 시장 이미지 하락과 기업 가치 추락, 수익성 훼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G5는 기대되는 스마트기기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6에서 G5를 공개할 때만 해도 이런 기대감이 컸다.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시장과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일체형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의 관심을 키우며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 분위기는 3월 말 시작된 G5 판매 초기 하루 1만대 이상 개통되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런 판매 호조는 4월 말부터 하루 2000~3000여대로 판매량이 급락하며 빠르게 사라졌다. 이때부터 사실상 소비자들과 시장의 외면이 시작됐다.

막대한 광고·홍보 등 마케팅비가 투입된 G5의 판매 부진은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업은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부가 맡고 있다. 이 MC사업부의 실적이 G5 실패와 함께 추락했다. G5 판매가 시작된 2016년 2분기에만 15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천문학적 적자의 최대 요인이 G5다. G5 사업을 하는 LG전자 MC사업부는 이미 2015년 2분기(3~5월)부터 영업적자에 빠져 있었다. 영업적자가 G5를 통해 더 심각해진 것이다.

2015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LG전자 MC사업부의 영업적자는 각각 192억원과 963억원, 609억원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G5 마케팅을 본격화한 2016년 1분기에 무려 2022억원의 영업적자를, 본격 판매에 나선 2분기에 1535억원이란 천문학적 영업적자 늪에 빠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G5 실패와 함께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년 2분기 5.6% 이후 계속 추락해 올 2분기에는 3.9%밖에 안 됐다.

G5 실패가 부른 영업적자 1535억원

LG전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G5의 표면적 실패 요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높은 불량률’과 ‘혹평받은 광고’다. 현재 G5의 불량률을 LG전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기자에게 “(G3와 G4 등) 전작에 비해 불량률이 높다”고 확인해줬다. 높은 불량률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G5 부품 간 유격과 소프트웨어 에러 등 불량과 최적화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이다.

LG전자 경영진의 ‘조바심’과 ‘미숙함’ 역시 G5 실패의 중요한 이유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4년 11월부터 LG그룹 회장실(구조조정본부 포함) 출신인 조준호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조 사장 체제에서 나온 스마트폰들이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시장에서 실패했다. 2015년 4월 출시된 G4가 대표적이다. G4의 마케팅·판매가 본격화된 2015년 2분기부터 LG전자 MC사업부 영업실적이 적자로 추락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영업이익률까지 ‘마이너스’로 추락하며 조 사장 체제 1년 만인 2016년 1분기에만 2022억원대 영업적자를 내는 등 상황이 계속 심각해졌다.

조준호 사장과 MC사업부 핵심 경영진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기획 카드가 필요했다. 이런 조바심이 LG전자가 원활한 생산·공급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G5를 일찍 공개한 이유였을 것이란 지적이 크다. G5는 지난 2월 공식 공개됐다. 문제는 G5 공개 후 바로 판매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G5 공개 후 한 달 반이 넘어서야 겨우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충분한 제품 공급량조차 제대로 생산·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부터 공개하고 추후 판매에 나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품 불량률과 결함을 키우는 악순환을 자초한 것이다. LG전자 홍보팀 모 부장 역시 “G5의 초기 생산 효율이 좋지 않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고 인정했다. LG전자 경영진이 드러낸 미숙함과 조급함이 전략 실패를 불러왔고, 이런 전략 실패가 생산과 공급 문제로 이어지며 결국 불량률과 결함이라는 부정적 연쇄작용을 일으킨 셈이다.

삼성과 애플에 비해 매우 낮은 고객 충성도와 인지도를 가진 LG전자 스마트폰의 현실에서 ‘역작’ ‘전략폰’이란 마케팅으로만 포장해 고가(高價)에 판매한 G5의 불량률과 결함 증가, 또 이에 대한 대책 부재는 소비자들의 실망감과 불만을 폭발시켰다. 또 G5는 물론, G5와 결합해 사용하는 스피커 등 모듈들을 비싼 가격에 파는 고가격 전략 역시 G5 실패의 요인이다.

사실 이런 이유보다 G5의 실패에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사람의 문제다. 시장 트렌드와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최고 경영진의 인적 구조 문제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4년 11월부터 조준호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조준호 사장은 그동안 LG그룹 지배구조 강화와 관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1986년 입사해 1992년부터 LG그룹 회장실에 근무했다. 2007년 말 ㈜LG의 경영총괄 부사장이 됐고, 이후 1년 만에 경영총괄 대표이사로, 또 2010년에는 사장까지 초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조 사장도 2000년대 초 잠시 정보통신 전략담당과 북미지역 LG전자 정보통신 사업담당을 한 이력이 있다. 조 사장과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연관성을 말할 때 일부 언론이 이 부분을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다. 냉정히 평가해 조 사장은 회장실과 구조조정본부를 배경으로 LG그룹 지배구조 관리와 지주사 관리자라는 지적이 더 적합하다. 빠르게 바뀌는 스마트폰시장의 트렌드와 기술, 하드웨어와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얽힌 스마트폰·모바일 생태계에 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G5는 LG전자 스스로 ‘실패’로 표현할 만큼 실적이 엉망이다. LG전자 홍보팀 모 부장은 “G5 ‘실패’ 표현은 시장과 소통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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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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