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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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의 합이 최대 25조원에 이를 수 있다.’ 대규모 기업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올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의 합이 최대 25조원에 이를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는 기업은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여기에 넥슨·엔씨소프트 등과 어깨를 견주는 게임기업 넷마블게임즈 등이다. 이들의 상장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상장 후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25조원을 넘을 수 있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016년 한국 주식시장은 ‘대형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오래전부터 상장을 준비해온 롯데정보통신, 또 네이버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모바일 메신저 계열사 라인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별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올해 한국 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던 게 사실이다.

셋 합치니 시가총액 25조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봄을 지나며 빗나가기 시작했다. 상장만 하면 시가총액이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16조~17조원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호텔롯데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확대되면서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같은 이유로 상장 작업이 멈춰 섰다. 네이버의 라인은 한국 주식시장 상장을 외면했다. 한국 시장 대신 지난 7월 IT산업 분야 최대 주식시장인 미국 나스닥과 라인의 본거지인 일본 주식시장, 두 곳에 상장했다.

이렇게 기대를 모았던 주요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 또는 포기했고, 한국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투자자들 사이 “대형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7월과 8월, 두산그룹과 삼성그룹이 차례로 대형 계열사의 한국 시장 상장을 추진한 사실이 확인되며 다시 한 번 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됐다. 오히려 이 두 기업을 시작으로 또 다른 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키우고 있다.

올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 상장을 가장 먼저 두드린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열악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2월 비윤리적 행태라는 비난에도 입사 1년 차 20대 신입사원들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을 만큼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그룹은 계열사들을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 작업과 동시에 비상장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을 병행해 왔다. 그리고 이 작업의 일환으로 두산밥캣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2월, 두산밥캣 이사회를 통해 한국 시장 상장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7월 4일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 8월 16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제 주식 공모 등의 절차 정도만을 남겨 놓고 있어, 돌발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올해 안에 두산밥캣이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10월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특수한 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중소형 건설 기계·중장비를 제조·판매하는 기업 밥캣을 지배하는 한국 내 기업이다. 외국에서 설립돼 운영 중인 밥캣의 한국 상장을 위해 모(母)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분리된 독특한 형태의 소형 지주사 구조인 셈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3조~5조원쯤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의 미국과 유럽법인 지분을 소유한 두산엔진이, 상장 당사자인 두산밥캣만큼 관심을 받기도 했다.

두산밥캣에 이어 삼성그룹 역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국 상장을 선언했다. 지난 8월 12일 삼성그룹이 한국거래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게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스닥 상장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국 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경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의 바이오·제약 분야 핵심 계열사로 꼽히고 있다. 2010년 삼성그룹은 ‘태양광, 차량용 전지, LED,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등 이른바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2020년까지 5대 신수종 사업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지까지 함께 피력했다. 삼성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운 5대 신수종 사업과 투자를 내세워 2011년 4월 인천 송도에 만든 기업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다. 흔히 CMO로 불리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야 한국 최대 기업으로, 현재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에 이어 세계 3위의 CMO 기업으로 꼽힐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운영 중인 1·2공장은 물론 2017년 3공장을 완공하고 2020년에는 4공장을 확보한다는 삼성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배구조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지분 52.13%)과 삼성전자(47.79%)가 양분하고 있다. 총 99.92%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는 것은,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요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의 성장성은 물론,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장 규모 역시 현재 상장이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 중 최대다. 주식 공모 규모만 2조원 이상에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과 함께 바로 시가총액 25위권 안에 드는 초대형 기업이 된다.

넷마블, 올해냐 내년이냐 저울질

넷마블게임즈 역시 한국 주식시장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게임기업으로 역시 얼마 전까지 미국 나스닥 상장설이 나오기도 했다. 2015년 매출액이 1조729억원(연결기준·이하 동일)이 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2253억원이나 될 만큼 우량 알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2016년 들어 매출 등 실적의 5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며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장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상장 규모, 상장 후 시가총액 또한 7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두산밥캣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넷마블게임즈는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 상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과 함께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꾸준히 상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된 게 없다. 아무튼 이들 기업이 시장의 기대대로 올해 모두 상장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단숨에 최대 25조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규모와 질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에 그만큼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등장할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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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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