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photo 조선일보
CJ 이재현 회장 ⓒphoto 조선일보

CJ 이재현(56) 회장이 특별사면된 지 한 달 반이 지나면서 CJ와 이 회장 일가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7월 ‘조세포탈과 횡령’ 범죄로 구속됐다. 1·2심과 대법원, 또 지난해 12월 고등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모두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특정 범죄 기업인 석방용’이란 논란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로 결국 석방됐다. 그렇게 석방된 지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이재현 회장과 일가는 그룹의 지배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장 자녀의 재산증식과 지배구조 재편 등 경영권 이전 작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9월 12일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임원 5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총괄부사장(대표이사)·부사장 등 주요 인사 대상자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그대로 둔 채 직급과 직책만을 올려주는 대규모 승진 인사였다. 예컨대 CJ그룹 핵심인 ㈜CJ 경영총괄(부사장)이던 신현재씨를 총괄부사장으로, CJ제일제당 사장이던 김철하씨를 부회장으로, CJ대한통운 총괄부사장이던 박근태씨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CJ건설 김춘학 총괄부사장과 CJ E&M 김성수 총괄부사장, CJ대한통운 최은석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도 역할은 그대로인 채 직급만 올려줬다. 이 인사는 CJ그룹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이재현 회장의 보은(報恩) 인사로 풀이된다. “석방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이 회장 친정체제 강화와 재정비 효과를 위한 포석”이란 평이 많다.

CJ그룹 계열사들과 이재현 회장 일가 소유 기업 간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이 회장 석방 후 재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현재 CJ그룹 차원에서 벌이는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은 이재현 회장 두 자녀 이경후(31)·이선호(26)씨의 재산증식과 이들의 CJ그룹 지배력 확대, 또 이 회장 친동생 이재환(54)씨가 100% 소유한 광고회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결이다.

친정체제 정비·오너일가 경영권 이전 작업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은 일찍부터 차기 오너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 이력과 건강 문제 등을 일부 주주들과 언론이 계속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제 26살인 이선호씨와 31살인 이경후씨에 대한 CJ계열사 지분확대와 재산증식, 또 경영권 이전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크다.

이미 2014년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에 대한 이재현 회장과 이경후·이선호씨 간 지분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 2014년만 해도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재현 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해 사실상 ‘이재현 회사’(최대주주는 CJ제일제당)로 불렸다. 이 때문에 CJ올리브네트웍스가 삼성그룹의 삼성SDS나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처럼 CJ 오너일가의 재산증식과 경영권 이전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특히 이선호·이경후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외에 ㈜CJ와 CJ제일제당 등 CJ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은 1%도 안 된다. 이 회장 일가로서는 자신들이 절대적 지분을 갖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규모를 반드시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회사 덩치를 키워 지분가치를 끌어올려야만 이를 발판 삼아 적은 비용으로 CJ그룹 전체 지배권을 손쉽게 이전시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2014년 말 서울대병원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아들 이선호씨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1.3%를 증여했다. 또 2015년 12월에도 이선호씨와 이경후씨에게 4.54%의 지분을 증여했다. 현재 이선호씨는 지분 15.84%를 확보해 지주사 격인 ㈜CJ에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도 단숨에 2대 주주가 됐다.

이재현 회장 아들 이선호씨
이재현 회장 아들 이선호씨

CJ올리브네트웍스 덩치 키우기에 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이 이재현 회장에게서 두 자녀에게 이전됐지만 문제는 CJ그룹 전체 경영권 이전을 위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를 지금보다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재현 회장과 이선호·이경후씨 등 CJ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커지고 있는 오너가 소유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비난과 공정위의 조사 압박을 피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이 문제 해결법은 간단하다. 매출과 이익 대부분을 CJ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올리고 있는 오너일가 소유 기업을 CJ 계열사에 넘기고, 오너일가 소유 기업을 떠안은 CJ 계열사를 최종적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에 다시 넘기면 된다. 법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지만 오너일가 소유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교묘히 회피하면서, 동시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까지 순식간에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현 회장 석방 한 달여 만에 CJ그룹 오너가의 재산증식과 경영권 이전의 핵심 기업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 키우기 작업이 실제 벌어지기 시작했다. CJ그룹이 방송송출대행업체인 CJ파워캐스트를 동원해 CJ올리브네트웍스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8일 CJ 계열사인 CJ파워캐스트는 이재현 회장의 친동생 이재환씨가 지분을 100% 소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10월 말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설 만큼 CJ CGV 등 CJ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덩치를 키운 의혹이 큰 곳이다. 이 기업을 CJ 계열사가 합병으로 떠안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같은 날인 9월 8일, 이번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해 덩치를 키운 CJ파워캐스트를 11월 30일까지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회장이 석방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CJ올리브네트웍스와 재산커뮤니케이션·CJ파워캐스트 등 오너일가 소유 기업과 CJ 계열사 간 합병·자회사 편입 등을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를 순식간에 키운 것이다.

참고로 CJ파워캐스트는 지난해 849억원 가까운 매출에 117억원의 영업이익, 92억원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도 지난해 매출 721억원, 영업이익 130억원, 당기순이익도 100억원 이상 올렸다. 이런 두 회사가 CJ올리브네트웍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현 회장 자녀 이선호·이경후씨는 덩치가 커진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각각 15.76%와 5.44%씩 갖게 된다. 이재현 회장의 친동생 이재환씨는 0%이던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율을 20.51%로 순식간에 늘리게 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 키우기가 이선호·이경후씨와 이재환씨의 재산 가치를 빠르게 증식시켜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CJ올리브네트웍스와 재산커뮤니케이션·CJ파워캐스트 간 합병과 100% 자회사화로 기존에 76.07%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갖고 있던 ㈜CJ는, 오히려 지분이 55.01%로 대폭 줄게 된다. 오너 소유 기업과 오너의 경영권 이전 핵심기업 간 합병·주식 이전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가 커지면서 ㈜CJ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율이 순식간에 21.06%나 희석되는 셈이다. 석방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CJ그룹과 이재현 회장, 또 그 일가가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정식 경영 복귀 시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측은 CJ파워캐스트의 100% 자회사화에 대해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의 지분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배당수익 확대를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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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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