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20은 티탄·실버·핑크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photo LG전자
LG V20은 티탄·실버·핑크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photo LG전자

국내 스마트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했던 신제품 ‘갤럭시노트7’이 잇따른 배터리 폭발로 단종(斷種)에 들어가면서다. 갤럭시노트7이 제품 결함으로 인한 판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애플과 삼성으로 굳어졌던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존 양강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애플의 ‘아이폰7’과 함께 LG전자의 ‘V20’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국내 구매자들은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갤럭시S7엣지 등 삼성전자 단말기뿐만 아니라 LG전자의 ‘V20’, 애플의 ‘아이폰7’ 등 다른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도 교환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10월 12일 갤럭시노트7 교환 및 환불 진행 계획을 밝히면서 “교환의 경우 삼성전자의 단말기가 아닌 다른 제조사의 단말기까지 추가금 없이 원하는 기종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은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엣지로 교환하기보다 아이폰7, V20 등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S7 시리즈는 출시된 지 이미 6개월이 지났고, 3∼4개월 후 갤럭시S8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어서 최신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LG전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V20은 사진 및 비디오 촬영, 오디오 성능을 크게 강화한 LG전자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의 기대작인 갤럭시노트7 판매가 중단되면서 V20의 판매량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디오 기능 강화

V20의 가장 큰 특징은 대폭 강화된 오디오 기능이다.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탑재해 음원을 원음 수준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DAC는 디지털 음원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음원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기기의 음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LG전자는 고성능 오디오 칩셋 제조업체인 ESS와 협력해 V20에 쿼드 DAC를 탑재했다. 쿼드 DAC는 싱글 DAC에 비해 잡음을 최대 50%까지 줄여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제공한다. LG전자는 V20에 관한 보도자료를 통해 “가수의 들숨과 날숨, 현악기 줄에 활이 닿는 소리, 기타줄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명료한 소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V20은 32비트(bit), 384㎑(킬로헤르츠)의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16비트, 44.1㎑ 일반 CD의 음질에 비해 16배 뛰어나다. 비트는 저음부부터 고음부까지 고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단계의 개수, 헤르츠(㎐)는 초당 재생할 수 있는 소리 단위의 개수다. 둘 다 숫자가 높을수록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LG전자는 V20의 직전 모델인 V10에 이미 업비트(Up-bit), 업샘플링(Up-Sampling) 기능을 탑재했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음원을 세분화한 다음 다시 조합하는 기능이다. 일반 음원에 부족한 공간감과 음장감을 더해 좀 더 입체적인 사운드로 구현해준다. 이를 통하면 스트리밍을 포함한 일반 음원도 원음에 가까운 음질로 재생할 수 있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한다.

특히 V20은 세계적 오디오 브랜드인 ‘B&O 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오디오 음질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V20의 뛰어난 오디오 성능에 B&O 플레이 특유의 음색 튜닝 기술력이 더해져 맑고 깨끗한 고음부터 깊은 중저음까지 균형 잡힌 소리를 즐길 수 있다.

V20은 오디오 매니아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MP3와 같은 일반적인 손실압축 음원 포맷뿐 아니라 ‘FLAC’ ‘DSD’ ‘AIFF’ ‘ALAC’ 등 대부분의 무손실 하이파이 음원 포맷을 지원한다. 또 이어폰 좌우의 음량을 각각 75단계까지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헤드폰 등 연결된 음향기기의 저항값을 분석, 고출력이 필요한 전문가용 헤드폰도 고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출력을 제공한다.

LG V20은 B&O 이어폰이 번들로 제공된다. ⓒphoto LG전자
LG V20은 B&O 이어폰이 번들로 제공된다. ⓒphoto LG전자

향상된 녹음 기능

V20의 향상된 음향 기능은 녹음 기능에서도 발휘된다. V20에 탑재된 ‘고음질 녹음’을 이용하면 최대 24비트, 192㎑의 음질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일반 CD의 음질에 비해 약 6.5배 뛰어나다.

특히 부가기능인 ‘콘서트 모드’가 눈에 띈다. 콘서트 모드를 사용하면 스마트폰 주변의 소음은 줄여주고 멀리 있는 공연자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담을 수 있다. 관객의 함성이나 기기 소리 등 잡음이 많은 공연장 등에서 유용하다. 함께 탑재된 ‘사용자 설정모드’에서는 소리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외부 유입음량 조절(Gain)’, 에어컨 소리 등 음원 녹음에 방해가 되는 저음을 걸러주는 ‘저주파 잡음 제거(Low Cut Filter)’, 갑자기 발생한 큰 소리로 인한 왜곡을 방지하는 ‘최대 볼륨제한(Limiter)’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적용할 수 있다.

V20은 록 콘서트와 같이 소리가 큰 환경에서도 생생하고 깨끗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도록 고성능(High AOP) 마이크를 내장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10㏈(데시벨) 높은 132㏈의 소리까지 녹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객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음이 120㏈, 전투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음이 130㏈ 정도다.

뛰어난 내구성도 V20의 장점이다. LG전자에 따르면 V20의 후면 커버는 항공기, 요트 등에 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됐고, 전면 커버는 좌우 양쪽 가장자리 부분이 둥글게 휘어진 라운드형 구조로 제작됐다. 상단과 하단에는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 소재가 적용됐다.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는 레이싱 헬멧 등에 쓰이는 소재로, 여행용 하드 캐리어에 주로 쓰이는 일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에 비해 20% 이상 더 충격에 강하다. 특히 배터리가 착탈식이라 일체형에 비해 땅에 떨어졌을 때 받는 충격이 쉽게 분산된다는 평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눈에 띄는 것은 89만980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다. 전작인 V10에 비해서도 10만원가량 비싼 가격이다. 이에 대해 송근영 LG전자 홍보실 차장은 “AP(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가 향상됐고 소재도 바뀌다 보니 가격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V20이 기존 스마트폰시장의 양강 구도를 깨뜨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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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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