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국가 ‘아스가르디아’ 상상도 ⓒphoto Business Insider
우주 국가 ‘아스가르디아’ 상상도 ⓒphoto Business Insider

지난 10월 12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의 민간단체 항공우주국제연구센터(AIRC)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AIRC의 설립자이자 유네스코 우주과학위원회 회장인 아슈르베일리(Igor Ashurbeyli)가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국가 ‘아스가르디아’를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 인류의 생활권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하려는 것이 아스가르디아 건설 목표다.

AIRC는 비엔나에 본부를 둔, 우주과학자들과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적 연구 단체이다. 미국 라이스대학 우주연구소장, 캐나다 맥길대학의 항공우주법 연구소장,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우주·고도통신 연구소장, 루마니아 우주비행사 등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AIRC가 건설하려는 국가 아스가르디아(Asgardia)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고대 신들의 9개 거주지 중 하나인 ‘아스가르드’에서 따온 이름이다. AIRC는 아스가르디아가 유엔으로부터 정식으로 승인받은 국가(State)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려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지구든 우주든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려면 ‘영토’가 있어야 한다. 영토는 국가의 영역 중에서도 가장 핵심 되는 부분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영토를 어떻게 마련할까. 아스가르디아는 이를 우주 구조물로 대신할 계획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대형 인공위성 구조물을 만들어 거점을 마련한 다음, 작은 인공위성 여러 대를 무선으로 연결해 세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 이곳에서 우주선을 타고 오가는 세계 각국 사람들과 도킹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영토를 개척하는 일은 어렵다. 기술의 미흡함도 있고, 자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단계로 내년에 아스가르디아 건설을 위한 기술 검증용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 국가 국기·국가도 공모

국가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다수의 시민이다. 유엔 회원국이 되는 데 필요한 시민은 10만명 이상. 이를 위해 아스가르디아는 지난 10월 13일부터 국민을 모집하고 있다. 응모는 아스가르디아 홈페이지(http://asgardia.space)에서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이름, 국적, 이메일 주소 등을 간단하게 등록하면 시민 권한이 주어진다. 지구에서의 생활이 지겨운 사람은 등록해 보는 것도 좋다. 또 국기, 국가(國歌), 휘장 등도 공모 중이다. 향후 응모작에 대해서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응모기한은 모두 2017년 1월 20일까지다.

전 세계에서 아스가르디아에 국적을 희망한다고 등록한 사람은 10월 25일 현재 49만1000여명. 아스가르디아의 목표인 유엔 산하 회원국이 되는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도 남는 숫자다. 49만명이면 유럽 지중해 국가 몰타보다 많은, 세계 국가 인구 순위 167위이다. 아스가르디아에 등록한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인구 수를 차지하는 건 중국이고, 그 뒤를 미국과 터키, 브라질 등이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 5800명이 등록해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영토가 확보돼 아스가르디아가 유엔 회원국이 된다면, 가입자들은 여권을 발급받게 되며 정식으로 아스가르디아 시민권을 얻게 된다. 각각 자기가 사는 나라의 국민인 동시에 아스가르디아의 국민이 되는 셈이다. 물론 본국이 이중 국적을 허용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아스가르디아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은 지금까지 우주 개발에 참여하지 못한 국가에 우주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주 기술이 부족한 국가도 아스가르디아와 협력하면 우주로 나아갈 발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전 세계 196개국 중, 현재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국가는 1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아슈르베일리의 설명에 따르면, 아스가르디아의 본질은 누구든지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철학적·과학적 틀을 마련하고, 지구의 분쟁이 우주로 옮겨 가지 않도록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또 우주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천문학적인 건설비 등 걸림돌 산적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스가르디아를 건설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유엔의 승인에서부터 신뢰성 문제까지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현행 국제법이 우주에 대한 특정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우주에 건설된 구조물을 국가로 인정해 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아스가르디아의 ‘독립’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아슈르베일리는 현행 우주법의 틀을 재검토해 미래 우주탐험 시대에 걸맞은 ‘우주에서의 주권·독립국 지위’에 대한 새 틀을 세워나가는 것이 ‘아스가르디아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있다.

우주 쓰레기도 넘어야 할 산이다. NASA에 따르면 현재 우주에는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2만개 이상 떠돌아다닌다.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의 폭발이다. 인공위성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面)의 온도는 영상 120도이고 그늘 쪽은 영하 180도에 달한다. 평소 인공위성은 통닭처럼 빙글빙글 돌거나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는데, 만일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해 가동을 멈추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 차로 깨져버리고 배터리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하게 된다. 우주 쓰레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파편들이 여기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들의 놀라운 속도이다.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10㎞ 정도로 날아다닌다. 이런 우주 쓰레기와 소행성들로부터 아스가르디아를 지켜내려면 ‘최첨단 보호막’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조달이다. 미국의 한 금융 공학자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900㎞의 거대 전투용 인공 행성 데스스타를 건설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 그 비용은 대략 4만1900경달러.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정도를 건설하려면 적어도 100년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시작이 있어야 100년 뒤에라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스가르디아는 영화에서 보던 거대한 인공 행성이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AIRC는 아스가르디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온라인을 통해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민간 투자자들과도 협의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 어려움도 많이 나타나겠지만, 여러 면에서 신나는 개발이고 어떻게 진전될지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한 단계 더 나은 수준의 문명에 도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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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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