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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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주식시장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거래일 기준으로 채 보름도 남지 않은 2016년 한국 주식시장 역시 예년과 다름없이 국내외에서 불거진 대형 이슈들로 흔들렸다. 지난 6월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런 대외적 충격에 더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단종으로 한국의 IT·전자산업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일들에 주요 기업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며 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큰 축 중 하나인 외국인투자자(기타 외국인 제외)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시장 개시일인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수한 것이다. 한국 시장 주요 투자자 중 올해 개인투자자와 일반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았다. 하지만 연기금과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며 결과적으로 2016년 한국 주식시장을 떠받쳐준 것이다.

지난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한국 주식을 총 1조9116억9106만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은 총 10조9496억5879만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보다 무려 9조379억6773만원 이상 한국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지표상으로만 분석하면, 2016년 한국 주식시장은 증시 방어막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보다 외국인투자자들에 의해 대형 악재들을 견디며 시장 추락을 피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산 아모레퍼시픽 수익은 헛발질

2016년 한국시장에서 가장 큰손 역할을 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떤 주식을 사들였을까.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외국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대표적인 한류 수혜기업으로 손꼽혀왔다. 그런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2016년 한 해 외국인투자자들이 무려 1조2859억5120만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아모레퍼시픽과 관련한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됐다. 외국인투자자를 제외한 개인과 기관, 연기금 등 모든 투자 주체가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연기금은 3442억4635만원어치, 투신사들은 4253억2340만원어치를 파는 등 연기금과 모든 형태의 기관투자자들을 합쳐 1조2511억7454만원에 이르는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들 역시 올해 200억7396만원이 넘게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 연기금이 내다판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외국인들이 사들인 셈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 역시 급등해 있다. 주식시장이 개장한 1월 4일 30.95%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12월 5일 현재 36.65%까지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성적은 사실 좋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중국의 한국산 제품 견제 등 경제보복이 가시화되며 추락하고 있다. 1월 4일 41만2500원이던 주가가 7월 초 44만원대를 넘기도 했지만 이후 폭락하며 12월 6일 31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23.36%나 폭락했다. 특이한 것은 7월 이후 주가 추락에도 외국인들의 매수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7월 이후 외국인들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은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아모레퍼시픽을 1년 내내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더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이 산 것은 SK하이닉스다.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무려 1조393억4385만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올 1월 4일 47.25%이던 외국인 지분율 역시 12월 5일 51.48%까지 올라섰다.

올해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러브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세계 PC·서버 시장과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장, 또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수요와 가격 회복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1월 4일 3만150원이던 주가가 5월 2만6000원대로 흔들렸지만, 외국인들의 지분 확대가 본격화된 6월부터 상승해 12월 6일 4만52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주가 상승률만 49.9%에 이른다.

순매수 2~4위 SK하이닉스·포스코·네이버

외국인이 2016년 많이 산 주식 3위는 포스코다. 2015년 최악으로 떨어졌던 실적 회복이 올해 외국인들의 매수 확대를 불러온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6500억원대 당기순적자를 비롯해 지난해 포스코의 1년 당기순적자가 무려 962억원이었다. 열악했던 이 지표가 2016년 흑자로 전환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12월 5일까지 올 한 해 외국인투자자들은 1조247억4782만원이 넘는 포스코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1조247억원이 넘는 순매수는 1월 4일 47.37%이던 외국인들의 포스코 지분율을 12월 5일 52.27%로 끌어올렸다. 주가 역시 1월 4일 16만4000원에서 12월 6일 25만8500원으로 무려 57.62%나 솟구쳤다.

외국인투자자가 많이 산 주식 4위는 네이버다. 올해 외국인들은 8503억5815만원어치의 네이버 주식을 사들였다. 네이버는 대표적 성장주로, 그 성장성이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7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자회사인 라인을 일본과 미국, 두 주식시장에 동시 상장시킨 게 결정적이다. 라인의 미국·일본 시장 상장으로 네이버는 단숨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또 지난 3분기에는 네이버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한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30% 이상의 매출을 해외시장에서 만들어내며 성장 기대감을 키웠다. 이 기대감은 9월에 정점에 달했다. 1월 초 65만원대이던 주가가 9월 29일 90만원까지 폭등했었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1월 57.2%에서 9월 61%대로 높아졌다.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며 12월 6일 주가 75만600원에 외국인 지분율은 60.54%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 많이 사들인 주식 5위는 8154억2684만원어치를 순매수한 한국항공우주이고, 6위는 7102억7381만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비철금속 제조사 고려아연이었다. 7위와 8위는 각각 6698억5829만원어치와 5177억2650만원어치를 순매수한 LG생활건강과 현대중공업이다. 9위와 10위는 한화테크윈과 만도로 외국인들이 4000억원대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삼성전자로 거액 챙겨

이들과 달리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내다판 주식들도 있다. 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식 1위는 단연 삼성전자다. 올해 무려 1조8032조2247만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재미있는 건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식 2위 역시 삼성전자라는 점이다. 1위는 보통주고, 2위는 삼성전자 우선주다. 외국인들은 올해 1조3417억1257만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우선주를 순매도했다. 결국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모두 3조1449억3504만원이 넘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단연 갤럭시노트7의 폭발과 판매중지다.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이미지 악화, 또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이 최소 내년까지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이 있다. 외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내다판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지분율이다. 1월 4일 49.35%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어찌된 일인지 12월 5일 50.89%로, 오히려 1.54%포인트나 증가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외국인들이 분명 삼성전자 주식을 1조8000억원어치나 순매도했는데 도리어 지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유가 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올해 4~5월 또 7월 말~8월 중순, 이렇게 두 차례 집중 매수했다. 4월 초 49.4%쯤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5월 50.5%대로 높아졌다. 또 7월 50.3%대이던 지분율은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둔 8월 51.1%대로 상승했다. 이후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가 터지며 외국인들이 순매도가 벌어지며 현재 50.6~50.8%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화 역시 특이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 통상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하면 주가는 떨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1월 4일 120만5000원에서 12월 6일 174만8000원으로 오히려 올 한 해 45% 이상 폭등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악재보다 삼성의 차기 지배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 작업에서 삼성전자가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그럼 이렇게 폭등한 주식을 내다판 외국인투자자들의 2016년 삼성전자 투자는 실패한 걸까. 전혀 아니다. 기자의 취재 결과 외국인들은 주당 120만원대이던 4~5월, 또 150만원대이던 7월 말~8월 중순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이를 이후 1주당 160만원대에 팔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는 내다버려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에 이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판 주식 3위는 8130억6925만원어치를 순매도한 현대모비스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수익 악화가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며 외국인들이 외면하는 사태로 번졌다. 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정씨 오너들의 비상식적 배당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글로벌시장에서 드러난 정씨 오너들의 경영능력 미숙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 요인들이 겹치며 1월 4일 50.60%이던 외국인 지분율 역시 12월 5일 47.55%로 3%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현대모비스 외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은 3836억6480만원이 넘는 기아자동차(순매도 6위) 주식과 2649억6661만원이 넘는 현대자동차(순매도 9위) 주식 등을 순매도했다. 이들 외에 외국인투자자가 올해 많이 판 주식 4위는 삼성생명, 5위는 KB금융지주, 7위는 삼성화재, 8위는 호텔신라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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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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