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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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주식시장은 수년째 지독하게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1800포인트대와 2000포인트 중반 사이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내리며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였다. 2016년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1월과 2월 종합주가지수(이하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대 중반까지 급락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랬던 코스피지수가 3월부터 상승해 4월 2000포인트대를 회복하며 한숨을 돌렸다. 9월 6일에는 코스피가 2066.53포인트까지 오르며 하반기 시장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찬물을 끼얹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질러온 각종 불법과 부정행위가 드러나며 주식시장이 바로 반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10월 24일 이후 2000포인트대이던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대로 주저앉았다. 다행히 12월 중순, 추락한 수익률 관리에 나선 연기금과 외국인투자자들의 돈 풀기 효과와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지수가 다시 2000포인트대를 회복한 상황이다. 이런 한국 주식시장에서 매년 그렇듯 올해도 수익률 대박을 터뜨린 ‘스타 주식’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물론 수익률 추락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폭락주들도 등장했다.

수익률 903.23% 뒤 어두운 그림자

2016년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주식시장에서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건 코스닥 상장사 에스와이패널의 주식이다. ‘수정주가’란 유상·무상증자, 또 액면분할 같은 상황들이 발생해 주가가 인위적으로 변동됐을 때, 이런 상황이 없었던 다른 주식들과의 비교가 가능하도록 보정한 것이다.

에스와이패널의 주가는 지난해 폐장일이던 2015년 12월 30일 3409원(종가 기준)이던 주가가 2016년 12월 21일 3만4200원이 됐다. 약 1년 동안 무려 903.23%나 폭등했다. 에스와이패널은 샌드위치 패널과 보드 등 건축 외장자재를 만든다. 2016년 주가 급등은 매출과 수익성보다 무상증자와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에스와이패널 주가는 7000원대에서 8000원대였다. 이것이 7월 12일 무상증자 결정 후 2만원대까지 올랐다. 에스와이패널 주가 폭등에 기름을 부은 건 바로 반기문 UN 사무총장 일가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친박근혜(친박) 측 지원으로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그 반기문씨의 동생 반기호씨를 올해 중순 부회장직을 주고 영입했다. 반기문씨의 동생 반기호씨는 주식시장에서 다수의 정치인 테마주들과 엮여 있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자신이 부회장이던 보성파워텍을 정치인 테마주로 만들며 주가 급등 원인을 제공했다. 2014년만 해도 보성파워텍 주가는 불과 1000원대였다. 친박을 등에 업은 반기문씨가 등장하자 반기호 부회장의 보성파워텍 주가가 급등했다. 그가 보성파워텍을 나가기 직전 9월 8일 장중 1만4950원까지 폭등했다. 그 폭등 후 반씨는 보성파워텍을 나갔고, 주가는 11월 4000원대로 폭락했다.

그런 반기호씨가 보성파워텍을 나가자마자 에스와이패널 부회장으로 등장했고, 에스와이패널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순식간에 에스와이패널이 반기문 테마 대장주가 됐다. 반씨가 에스와이패널을 정치 테마주로 만든 결정적 장면이 있다. 에스와이패널은 반기호씨를 부회장으로 영입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0월 17일 오전 반씨 영입 진위 논란이 일며, 그의 영입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전날 3만7100원이던 에스와이패널 주가가 순식간에 2만8250원으로 폭락했다. 그렇게 주가가 폭락한 직후 이번에는 이 회사 고위 관계자가 “홍영돈 회장과 반기호씨가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자 2만8250원으로 폭락했던 주가가 곧장 4만6600원까지 폭등했다. 즉 반기호씨의 에스와이패널행이 이날 하루에만 이 회사 주가를 최저점 대비 65%나 폭등시키는 비상식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에스와이패널은 이렇게 반기호씨에 의해 반기문 테마주가 되며 올 한 해 903.23%(9월 21일 종가 기준)나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상승률 2위도 코스닥 기업 코디엠이다. 코디엠은 12월 21일 현재 시가총액이 806억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지난해 12월 30일 529원이었고 올 1~2월 잠시 1000원을 넘기도 했지만 8월 초까지 500~800원 정도에 거래됐었다. 그랬던 코디엠 주가가 8월 말 1000원, 9월에는 2000원대를 넘었다. 11월 무상증자 후 12월 1일 3400원대를 넘었다. 12월 21일 주가는 3580원에 이른다. 올 한 해 상승률이 576.75%다.

원래 반도체 공정 전 세정 장비와 LCD 장비 등을 제조했다. 그런데 지난 11월 헨리 캐넌씨 등 두 명의 외국인 이사와 바이오회사 대표 출신 주모씨를 이사로 새로 임명하며 ‘의료 및 미용기구 관련 렌털 사업, 화장품 원료 등의 제조 및 판매 사업’도 하겠다고 나섰다. 또 500원이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축소·분할했다. 이후 2000원대이던 주가가 3000원대 중반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한국계 미국인 의사 최모씨의 부인 원모씨에게 사외이사직을 주며 트럼프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사외이사가 된 원씨의 남편 최씨가 오래전 트럼프 소유 골프장 회원권을 사서, 골프장에 드나들며 그와 몇 차례 만났다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일 만큼 경영과 기업 상태가 부실하다. 확인 불가능한 테마로 개미들을 끌어모으며 주가가 폭등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기문 일가와 엮인 테마주 많아

주가상승률 3위도 코스닥 기업인 보광산업이다. 대구공항 이전과 신공항 건설 테마주 중 대장으로 불리며 9월 이후 폭등했다. 지난해 12월 30일 2630원이던 주가가 올 12월 21일 1만5300원으로 무려 481.75%나 폭등했다.

올해 주가상승률 4위 역시 코스닥 기업 지엔코다. 지엔코도 반기문과 엮여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의류회사인 지엔코는 반기문씨 외조카 장모씨가 대표이사로 알려져있다. 2015년 12월 30일 1410원이던 주가가 5월 2000원대, 6월 3000원대로 오르더니 9월 반기문 테마를 등에 업고 무려 7500원대로 폭등했다. 12월 21일 주가는 8140원으로, 올 한 해 상승률만 477.3%다. 반기문씨 외조카 회사라는 것 외에 지엔코의 주가 폭등 이유를 찾기란 힘들다. 경영은 부실하고 실적은 열악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2000만원의 영업적자에 영업이익률 -0.02%였다. 올해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다. 심지어 반기문 대선테마 열풍에 주가가 폭등했던 3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모두 적자였다. 이런데도 반기문씨 외조카 장모씨가 대표이사로 부각되며 주가가 폭등했다.

상승률 5위는 코스피 상장사 성지건설이다. 성지건설은 지난 8월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했다. 2015년 12월 30일 436원(액면분할 전 4360원)이던 주가가 올 12월 21일에는 2175원으로 398.85%나 급등했다. 성지건설의 주가는 4월 말부터 6월 사이 폭등세를 보였다. 4월 나온 ‘경영권 매각과 최대주주 변경’ 등 M&A 이슈로 급등했다. 성지건설은 ‘두산가(家) 형제의 난’ 당시 두산에서 밀려난 박용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기업으로 유명하다. 형제들에 의해 두산그룹에서 밀려난 후 두 아들 박경원·박중원씨와 함께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성지건설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박용오 명예회장은 2009년 세상을 등졌다. 2010년 성지건설은 법정관리에 빠졌다. 2011년 충북의 건설사 대원이 인수했지만 2016년 7월 다시 M&A됐고 그 기대감에 개미들이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주가상승률 6위는 광림이다. 광림도 반기문 테마주로 유명하다. 광림도 반기문씨의 동생 반기호씨가 올 3월 사외이사직을 꿰차며 반씨 일가와 엮였다. 반기호씨가 사외이사직을 꿰찬 3월 주가가 폭등했다. 2012년 12월 30일 1550원(액면분할 전 3100원)이던 주가가 3월 반기호씨가 사외이사로 등장하며 폭등해 5000원대를 넘었고, 12월 21일 7570원까지 상승했다. 반기호씨가 등장하며 1년 상승률이 388.39%에 이른다.

7위는 성문전자 우량주로 374.34%가 올랐다. 8위와 9위는 바른손과 파인디앤씨로 336.93%와 331.32%가 올랐다. 10위는 이엘피로 올 한 해 321.57% 상승했다.

잘나갔던 삼부토건·한진해운 몰락

이렇게 2016년 수익률 대박에 환호한 주식과는 반대로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운 쪽박주들도 있다. 올해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최악의 쪽박주는 삼부토건이다. 2015년 12월 30일 10만4125원(감자 전 4165원)이던 주가가 감자 등을 거치며 1년 내내 하락했다. 결국 지난 12월 21일 5260원으로 무려 94.95%나 주가가 폭락했다.

자체 생존이 힘든 법정관리 기업으로 수년째 수백억원의 영업적자와 수천억원의 당기순적자에 빠져 있다. 2015년 당기순적자도 6330억원이나 된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심각한 적자다.

삼부토건 다음 최악의 폭락주는 청산 가능성이 큰 한진해운이다. 2015년 12월 30일 3635원이던 주가가 1년 내내 폭락해 지난 12월 21일 372원이 됐다. 89.77% 폭락한 것이다. 지난 9월부터 법정관리 상태로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회생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내놨다. 삼일회계법인이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1조79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존속·회생시키는 것보다 자산을 정리하는 게 낫다는 식의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청산이든 해산이든 이르면 내년 1월쯤 법원이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된 펀드와 코넥스 시장을 제외하고, 주가하락률 3위는 속옷과 여성의류 회사인 코데즈컴바인이다. 2015년 12월 30일 2만5600원이던 주가가 지난 12월 21일 3410원으로, 약 1년 만에 86.68% 폭락했다. 코데즈컴바인은 2016년 비상식적 폭등과 폭락 현상이 모두 벌어지며 특히 개미들의 손실을 키운 대표적 투기주식이다. 2월 29일 주가는 2만2900원이었다. 이것이 3월 15일 15만1000원으로 급등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하며 투기적 수요가 몰렸고, 비상식적 거래까지 나타났다. 이랬던 코데즈컴바인 주가가 이후 대폭락하며 11월 2000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주가하락률 4위와 5위는 한양하이타오와 GMR머티리얼즈로 각각 83.5%와 82.06%나 떨어졌다. 그 뒤로 보타바이오(80.25%)와 나노스(80.01%)의 주가가 많이 폭락했다. 이들 모두 코스닥 기업이다. 주가하락률 8위는 코스피 상장사인 STX중공업으로 77.74% 폭락했다. 9위와 10위는 세한엔에스브이와 현대상선이다. 두 회사는 올 한 해 77%와 76.78%나 주가가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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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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