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photo 뉴시스
황창규 KT 회장 ⓒphoto 뉴시스

올해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KT 황창규 회장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와 KT는 각각 2000년과 2001년 민영화됐지만 그 이후에도 ‘주인 없는’ 회사 취급을 받았고 회장 인선 때마다 권력이 개입했다.

양사 회장은 모두 연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이미 연임을 공식 표명했다. 황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이를 살피고 있다.

현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양사의 회장 선임은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특히 양사는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과 그 주변 인물에 협조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의 결과와 여론 향배가 회장 연임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는 청와대, 즉 정권의 입김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에서 양사 회장들은 연임의 호기를 맞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청와대가 KT와 포스코의 회장 선임에 개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실세들도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해 운신의 폭이 좁다. 최순실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잘 마무리되면 양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홍보 및 대관업무 KT가 우위

회장 연임을 두고 KT와 포스코의 대응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는 황 회장의 실적을 강조하는 한편, 최순실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최씨 일당에 조력한 결과물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KT와 포스코 측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은 돈의 액수를 제외하곤 큰 차이가 없다. KT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총 18억원을 출연했고, 포스코는 49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양사 모두 청와대의 협조요청을 받고 재단 출연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는 최순실과 차은택이 추천한 L씨를 전무로, S씨를 상무보로 채용하는 등 인사청탁을 여과 없이 수용했다. 이렇게 KT에 자리를 잡은 L씨와 S씨는 최순실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줬다. KT스포츠단 사장을 1년 만에 교체하고 중앙대 김모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한 부분도 최씨 측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창규 회장은 2014년 초 취임 당시 “인사청탁을 하면 처벌하겠다”고 공언을 한 바 있으나 최씨 측의 민원은 발 빠르게 처리했다.

KT가 최씨 측 민원을 수용하기만 했을까. 이와 관련,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최종 불허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최순실 개입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시 SKT와 CJ헬로비전은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반면, 유료방송시장과 통신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KT는 이 합병안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공정위는 당시 “양사의 결합이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독과점 구조로 갈 수 있다”면서 불허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통신업계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삼성그룹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부산고 25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충기 사장이 정권 초부터 최순실이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관련 내용을 황 회장에게 귀띔해 줌으로써 KT가 최순실 측의 민원을 적극 수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KT는 최순실과 차은택의 민원을 수용하는 대신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불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에 유달리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불허 결정에 앞서 최순실 측은 SK에 8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가 SK의 비협조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복수의 KT 관계자는 “오히려 청와대 쪽에서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허가를 검토한 것으로 안다. 공정위도 관련 루머에 대해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KT에 대해 최순실 사건의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황창규 회장은 회장 연임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임원 인사를 뒤로 미루는 등의 행보에서 회장 연임을 적극 타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황 회장은 친박 핵심실세인 최경환 의원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 새 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황 회장을 배임죄로 고발했다.

포스코는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 등이 포스코의 광고대행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려 할 때 이를 조력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은택과 송성각 등이 추진한 포레카 강탈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또 청와대의 요청으로 펜싱팀 창단에 16억원을 보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권 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한때 권 회장의 부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 고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권 회장은 기술 분야 전문가로는 처음으로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다. 2014년 회장 선출 당시 평가에서 1등을 했다. 청와대 측에서 염두에 둔 전직 차관을 제치고 회장에 선임된 이후 음해성 루머가 돌았다. 최순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누군가 권 회장을 흔들기 위해 그런 말을 꾸며낸 것 같다.” 권 회장은 2016년 12월 9일 이사회에 참가해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KT는 언론 대응 면에서 포스코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평을 듣는다. 상대적으로 KT는 최순실 측에 협력한 정도가 포스코에 비해 확연하게 많았지만 포스코의 협력 내용이 더 부각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포스코 측이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 나홀로 포토라인에 서기도 했다.

권오준 회장 포토라인에 나홀로 서

황창규 회장이 서면조사만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조사를 받은 기업의 회장급 인사 가운데 포토라인에 선 유일한 인물이 권 회장이었다. 이를 두고 포스포 한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영업방식을 갖고 있다 보니까 홍보나 대관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권 회장은 술수가 없고 깨끗한 사람이라서 그냥 당당하게 수사에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법무팀의 대응도 미숙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한 대형 로펌 관계자의 말이다. “주인 없는 회사라지만 회장이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다른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고 비슷하게 맞춰갔어야 했다. 그런데 포스코 법무팀은 회장의 검찰 출두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KT와 포스코는 1월 중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과 권 회장에 대한 연임의 적절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연임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오는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안을 상정해 처리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경영실적에 있어서 전임자인 KT 이석채,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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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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