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고정 가릴 것 없이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금리가 연 3.1~4.5% 수준이다. 3%대 초반 금리를 받으려면 적금이나 펀드 가입, 급여와 공과금 자동이체 등 5~7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출 후 5년 동안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고정금리형’ 5년 혼합형 대출 금리는 연 3.5~4.6%로,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 0.5~1%포인트나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한 건 기준금리인 코픽스(주로 변동금리에 적용)와 금융채(주로 5년 고정금리에 적용)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상황이 오래 이어지며 수익성 약화를 우려한 은행이 가산 금리를 2~3차례 올린 영향도 크다.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을 이용한 서민들의 시름이 2017년 들어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대출자라면 아직은 변동금리 유지를, 신규 대출자라면 고정금리 상품을 고려해 봐야 할 듯싶다.

만약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려 한다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5~0.7%포인트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이나 한국이 기준금리를 보통 0.25%포인트씩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보다 유리해진다. 따라서 당장 비싼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보다 금리 추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대출자라면 고정금리를 고려해 볼 만하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영향으로 한국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 더구나 올해부터 신규 대출자는 무조건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 금리 상승기 안정적인 고정금리 선택도 고려해 볼 만한 이유다.

팍팍한 살림 적금·보험 해지가 답 아니다

2017년 경제 상황은 종잡기 힘들다는 게 언론과 금융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년째 깊어만 가는 경기 불황 여파에 수입이 줄어든 서민들이 결국 손대는 것이 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준비해왔던 적금과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다. 부담스럽게 올라버린 전세금, 실직 등으로 인한 소득 축소 등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지난해 보험 해지 환급금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필자가 상담했던 한 고객 역시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만기가 두 달 남은 정기적금을 최근 해지해야만 했다. 중도 해지에 따른 이자 손실 역시 이 고객이 고스란히 부담했다.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2017년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적금을 해약해야 한다면 오히려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게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금액의 90~100%까지 대출이 가능한 예·적금 담보대출의 이자는 예금 이자보다 보통 1.0~1.5%포인트 높다. 하지만 예금이나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가입할 때 약정한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한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라면 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보험 해지는 더 신중해야 한다. 보장된 보험액을 줄여 매달 내는 보험료를 낮추는 감액제도를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또 해약환급금 내에서 보험료를 완납하는 감액완납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금융상품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금융상품은 서민 재테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2017년, 조금 더 신중하게 금융상품을 활용해 알토란 같은 돈을 지켜야 할 것이다.

서춘수 신한은행 군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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