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44호] 2017.02.13

트럼프 ‘환율전쟁’ 한국 사정권 정부 경제팀 대처능력 있나

▲ 지난 2월 6일 플로리다 휴가 후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트럼프 대통령. photo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세계가 ‘환율전쟁’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채 한 달도 안 됐지만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은 ‘미국 우선’이라는 강경한 모습이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정부의 경제 관련 핵심 인사들까지 나서 중국과 EU, 일본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히 중국과 EU, 일본의 환율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며 강경한 입장을 비치고 있다.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존의 세계 경제 질서 바꾸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의지에 세계 각국의 초조함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들 주요 경제국에 대한 트럼프의 선전포고성 불만표시에 이들과 교역량이 많은 한국, 대만 등 주요 신흥경제국들까지 긴장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 집권 전부터 미국의 경제 정책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America First(미국 우선)’와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기존 세계 경제·교역 질서를 희생시킬 수 있음을 말해왔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EU·한국·멕시코 등과는 무역 균형을 맞추겠다며, 이들에 대한 강한 보호주의 정책을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다.
   
   
   中·日·EU 향해 트럼프 정부 ‘환율 조작’ 맹공
   
   그의 이런 강한 보호주의 경제 정책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기존 대(對)중국 교역과 환율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UC어바인 교수 출신 초강경파 피터 나바로를 새로 만든 백악관 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앉혔고, “좋은 FTA(자유무역협정)와 나쁜 FTA를 가리겠다”는 등 보호무역 강화 의지를 밝혀온 월스트리트 투자가 윌버 로스를 상무장관에 지명했다. 이들보다는 조금 덜하다는 평을 받지만 역시 강경파인 골드만삭스 출신 스티븐 므누신을 재무장관에 앉히는 등 초강경파들로 트럼프 경제팀을 채웠다.
   
   이렇게 구성된 트럼프 경제팀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 세계 경제 구조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취임 이틀 만인 지난 1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전격 선언했고, 다음 날에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깜짝 놀랄 조치를 단행했다. 사실상 보호무역 강화의 현실화다.
   
   이렇게 구체화되고 있는 트럼프식 보호무역 효과와, 또 선거 때부터 내세웠던 ‘미국의 이익 우선’ 극대화를 위해 주요 경제국들의 통화 및 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기 전인 지난 1월 16일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가 중국 위안화 등 다른 주요 경제국들의 통화에 비해) 너무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달러가) 너무 강해 미국 기업들이 지금 (무역 상대국 기업들과) 경쟁이 어렵게 됐다”며 “그것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했다.
   
   달러 강세 현상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은 대통령 취임 후 더 강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월 31일, 미국 제약사 대표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국과 일본의 환율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며 “이들은 (위안화와 엔화를) 평가절하시켜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바보처럼 이를 지켜만 봤다”고 했다. 사실상 중국과 일본이 ‘환율 조작’을 해왔고 그동안 미국은 손해를 봐왔다며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일본 아베 정부가 일본은행(BOJ)을 앞세워 주도한 대규모 엔화 풀기를 사실상의 환율 조작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만 주요 경제국들의 환율 정책 비판에 나선 게 아니다. 지난 1월 31일 피터 나바로 NTC 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EU 최대 경제국 독일을 겨냥해 “유로화를 엄청나게 저평가시켜, (미국과 다른 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유로화 정책이) 사실상 과거 독일의 마르크화와 같다”고 비판했다.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독일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했고, 교역 상대인 미국은 손실을 봐왔다는 식으로 비판한 것이다. 중국과 독일 등은 이런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오히려 트럼프 정부가 강경 입장을 더 강화하는 분위기다.
   
   
photo 뉴시스

   환율조작국 카드 만지작
   
   주요 경제국이 추진했던 경제 정책에 대해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이 불만을 쏟아낼 때마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이 지목한 국가와 관련국들의 환율이 순간적으로 치솟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위해 조치에 나서면 주요 경제국의 무역수지 악화 등 경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환율시장의 불안감이 결국 세계 경제를 환율전쟁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대상이 된 주요 경제국들 역시 미국이 추진하는 환율과 교역 정책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가능성이 큰 약(弱)달러 정책으로 인해 자칫 자국의 경제적 이익 축소와 침체 확대라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 역시 더 강력한 통화·금리 정책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 속에 있는 일본 정도를 빼면, 역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EU 등이 미국을 상대로 환율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벌어지게 됐을 때, 이들과 주요 교역국인 한국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주요 경제국들의 환율과 교역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외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반제품 또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의 무역구조, 또 외형상으로는 안정된 듯 보이지만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제적 체력, 미국 등 주요국 금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유동성이 큰 자본시장 구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심각한 수준까지 급증한 가계 부채 등 주요 경제국들 간 환율 경쟁이 벌어졌을 때 한국을 위협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더 문제는 이런 위험이 불거졌을 때 한국이 불거진 위험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못하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은 주요 경제국들과 환율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이들 국가보다 사실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달러라는 기축통화가 바탕인 세계 최대의 경제력,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 여기에 강력한 외교·안보력 등 동원할 수 있는 각종 정책카드를 통해 환율 경쟁국들을 곤란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이 벌써부터 주요 경제국들에 대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에 대한 환율정책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를 통해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나라를 ‘환율조작 관찰대상국’과 ‘환율조작 심층분석대상국(사실상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때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 국가에 대해 미국은 재무부(장관)를 통해 상대국에 통화가치 저평가 및 과도한 무역흑자에 대한 시정을 공식 요구하고, 1년 후 개선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가 직접 각종 경제 제재에 나선다.
   
   미국을 상대로 큰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는 국가의 경우 미국의 환율조작국 카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 집권 후 중국과 일본, EU를 지목해 환율 불만을 공개적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은 미국이 언제라도 이들에게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들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중국과 EU 등은 그동안 비축해둔 경제적 체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정부의 행보에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대미(對美) 무역 흑자가 크고 원자재를 수입해 반제품·완제품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신흥국, 특히 환율 변동에 민감하고 해외 자본의 유동성이 큰 국가의 경우 환율조작국 카드를 가진 미국의 움직임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계속된 정책 실패 한국 정부 환율전쟁 능력 의문
   
   한국 역시 이런 나라 중 하나인 게 현실이다. 사실 한국은 트럼프 집권 이전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조차 환율과 관련해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해 두 차례나 미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중국·독일·일본·멕시코에 이어 대미 무역수지 흑자 5위에 해당한다. 특히 미국의 환율 조작 의심 대상국 요건으로 알려진 ‘200억달러 이상 대미무역 흑자’에 해당하는 국가다. 또 다른 요건인 ‘GDP 대비 대미 경상수지 흑자 비율’도 미국이 용인하는 3%를 넘어 7.7%까지 상승해 있다. 미국 시각에서는 한국 역시 강한 달러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태이기에 환율과 관련해 중국과 EU, 일본 등에 강하게 불만을 내비치고 있는 미국의 압박이, 사실은 한국에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몇 달 후 작성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정책보고서에 한국이 또 다시 지목될 경우, 중국과 EU·일본을 향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원화에 대한 공세를 거세게 전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미 무역 악화는 물론 외국계 자본의 유출입이 크고 빈발한 한국 자본시장까지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일본 노무라증권은 ‘트럼프가 아시아에 의미하는 것’이란 보고서에서 여러 이유를 들긴 했지만 트럼프 집권 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중 한국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과 EU 등 주요 경제국을 향하고 있는 미국의 각종 경제적 불만과 환율 공세 상황이 향후 한국으로 향했을 때, ‘한국이 이런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경제전문가는 “기재부 등 한국 정부 경제부처와 중앙은행은 세계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고사하고 주요 자본의 흐름과 속성, 구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온 게 현실”이라며 “특히 최근 몇 년 이어진 사실상 실책성 금리 및 통화정책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취재에 응한 몇몇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당사자들이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주요 자본시장과 국제 금융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경제부처 수장과 관료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미국발 위험의 관리와 조절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더 면밀히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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