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47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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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코스피 2100 돌파했지만… 희망론과 신중론 사이

▲ 지난 2월 21일 1년7개월여 만에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를 돌파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1일 코스피지수가 2102.93포인트까지 올라서며 약 1년7개월 만에 지수 21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섰다. 가장 최근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를 넘었던 건 2015년 5월 13일이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114.16포인트였다. 하지만 이로부터 12일(거래일 기준) 후인 2015년 6월 2일 2100포인트가 무너졌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1900~2000포인트 후반대를 지루하게 오르내렸을 뿐 한 번도 210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그랬던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 고지를 다시 넘어섰다.
   
   더구나 삼성·롯데·SK 등 주요 기업이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대(對)한국 기업 제재 강화 움직임 등 각종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솟구쳐 오른 것이기에 ‘향후 지수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강세장 기대감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 주가지수 최고점이었던 2011년 4월의 2231.47포인트도 ‘이번 상승장에서 한 번쯤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 전망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최소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만큼은 ‘상고(上古)’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그런데 이 같은 희망적 시각과 달리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 역시 시장의 또 다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 시장과 경제의 약점을 노리고 있는 악재들이 대내외에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와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국 기업 제재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경우, 미국과 중국 사업 규모가 큰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출입량이 큰 한국 주식시장의 특성상 중국·일본·유럽·한국을 향한 미국의 환율 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지금의 상승 분위기가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크다는 목소리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00포인트대 기대하는 희망론
   
   다수의 악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1년7개월 만에 2100포인트를 넘어서며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커져 있는 게 사실이다. 2월 28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2091.64포인트로 2100포인트에서 살짝 내려와 있다. 2월 21일 2100포인트를 넘어선 후 2월 23일 2107.63포인트를 찍었고, 이후 조금 후퇴해 21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2085~2090포인트대를 유지하며 2100포인트 재돌파를 노리고 있다.
   
   2월 주가지수 2100포인트 돌파의 결정적 이유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 개선이 먼저 꼽힌다.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건 시가총액 증가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한국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증가를 이끌고 있다. 이런 내부적 요인 외에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의 급등 또한 코스피지수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한국 시장은 종종 미국 시장 움직임에 강한 동조 현상을 보여왔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 1월 말 사상 최초로 2만포인트를 넘었고, 3월 1일에는 2만1000포인트를 돌파해 2만1115포인트까지 넘어섰다. 나스닥지수 역시 올 초 5500포인트를 돌파해 지금은 5860포인트에 안착해 있다. 6000포인트 돌파 초읽기에 들어가 있을 만큼 초강세다. 이 같은 미국 시장의 강세가 2017년 초 글로벌 시장은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크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시장까지 지수가 급등했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이 강세장에서 소외됐던 게 사실이다. 코스피지수가 이 같은 소외 현상을 조금씩 탈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17년 주식시장 첫 거래일이던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두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약 3.2%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신흥국들의 시장 지수는 평균 9%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점을 들어 최근의 코스피지수 상승이 그동안 경쟁 신흥국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왔던 한국 시장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들어선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늘 상존하는 시장이고, 또 지난해부터 벌어지고 있는 국내 상황들이 그동안 주식시장에 반영 돼왔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만 보면 지금보다는 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상장기업 순이익 100조원 시대에 접어들 만큼 시장 상승의 근간인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고 있다”며 “1분기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정도 증가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이익 증가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내고 있는 이익의 질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익이 느는 것은 물론, 이익이 증가하는 방법 역시 과거보다 양호하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2년여 동안 이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익 구조가 양호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당수가 매출 성장 없이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는 일종의 기업 통제를 통한 이익 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이 동반된 이익 개선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기업들의 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상반기까지 시장이 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같은 시각에서 본 코스피지수의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될까. 한국 주식시장 최고 지수는 2011년 4월 29일 기록된 2231.47포인트다. 지금보다 약 6.7% 정도 높다. 김영준 센터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의 실적과 맞물려 2011년 수준인 2230포인트 수준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호황이 만든 착시
   
   상반기 상승 시장을 말한 김 센터장이지만 하반기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공약한 정책들을 얼마나 실행하느냐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몇 번에 걸쳐 얼마나 인상되느냐에 따라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 상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최소 여름까지는 낙관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후에는 유보적 시장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하반기 예측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시장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이런 시각과 달리 지금의 상승을 조심해야 할 신호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이익과 시가총액의 증가가 사실은 착시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이 한국 시장의 체질 변화나 경쟁력 강화가 원인이기보다, 단지 미국 등 선진 시장 급등에 따른 동조 현상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도 크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시장이 오른 건 내부 동력이나 체력보다는 미국 시장 등 외부의 힘에 의해 떠밀려 올라간 성격이 크다”며 “미국 시장 동조화 현상이 약해지면 언제든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센터장의 말처럼 지난해는 물론 최근까지도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내부 성장동력에 대한 평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 관련 국제기구나 미국계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성장률에 대해 경쟁 상대인 다른 신흥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 착시현상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시점의 주가지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 시점의 시가총액 증가 정도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는 바로 이 시가총액 착시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기업,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급등하며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이 두 기업의 시가총액 증가분을 빼고 나머지 기업들의 시가총액만 계산하면 시가총액이 사실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의 말이다. “시가총액이 는 것만큼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을 빼면 오히려 시가총액이 20여조원 줄었습니다. 세계적 호황을 맞고 있는 두 반도체 기업이 최근 한국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고, 이 두 기업을 빼면 오히려 한국 시장은 마이너스 상태라는 게 현실입니다.”
   
   즉 현재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시장,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멈추면 결국 내부 동력과 성장성이 약한 한국 시장 역시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힘을 내려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외국인이나 기관 모두 움츠려 있다”고 했다.
   
   
   약한 내부 동력·산적한 외부 악재 신중론
   
   김학주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교수 역시 한국 시장의 착시현상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한국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산업이 반도체이고, 화학이 뒷받침을 해왔다”며 “시장이 지금보다 더 오르기 위해서는 이들 산업이 호황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것이 낙관적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학산업의 경우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소비시장 포화에 진입한 상태이고, 미국의 셰일가스산업 확대로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한국 주가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산업 역시 조만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주 교수는 “아직까지 중국이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시장이 반도체산업”이라며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막강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이 반도체시장에 본격 뛰어들려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등도 중국의 이 움직임을 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중국이 조만간 반도체시장 경쟁을 본격화할 경우 이 시장 최고 수혜자였던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을 희망적으로만 보기 힘든 부분들”이라고 했다.
   
   취재 중 시장 전문가 상당수는 지수가 박스권 상단 정도까지는 오를 수 있지만, 박스권을 완전히 뚫고 미국 시장처럼 급등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반도체산업 이외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과 약한 내수시장은 한국 시장의 고질적 약점이다. 이 약점을 극복할 만한 대안이 아직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한국 기업 제재가 더 거세질 게 분명하고,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강화와 돌출 정책, 미국의 금리 상승 등 한국 시장과 기업들을 힘들게 할 외부 악재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년7개월 만에 21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박스권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는 이르다. 지금보다 더욱 강한 시장 성장 요인과 동력을 만들고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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