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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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들의 우선주 사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함께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 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불리는 우량기업들의 우선주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은 대내외적 대형 악재들로 고전하고 있다. 삼성·SK·롯데 등 주요 기업들이 최순실 사태에 직접 연루돼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부른 가계부채 1400조원과 만성이 돼버린 저성장 여파,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노령화 충격까지 최근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내부 악재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의 노골적 경제 보복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주의, 또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대외 여건들 역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만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대내외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 같은 대형 경제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3월 13일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등을 합친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568조7391억20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액이 517조4082억6500만원이나 된다. 한국 주식시장의 32.98%를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년 전인 2016년 3월 14일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455조1132억4400만원이었다. 이 중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액은 423조8655억8100만원에 불과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라고 해야 29.13%밖에 되지 않았다. 단 1년 사이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액이 무려 93조5426억8400만원, 22.07%나 증가한 것이다.

시총 상위 기업 대형 우선주 선호

외국인들의 이 같은 한국 주식시장 투자 증가에 한몫을 한 것이 바로 우선주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1년여 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우선주 투자에 열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률을 높여 준 주식을 일컫는다. 발행 형태에 따라 기업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 배분 등에서 보통주보다 앞선 지위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주주의 권리인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이런 특성 때문에 통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다.

이런 우선주들을 외국인투자자들이 블루칩 기업을 중심으로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시장 최고의 블루칩인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보다 삼성전자 우선주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 비중이 더 높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50.72%(3월 14일 기준, 이하 동일)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우선주 지분율은 76.87%에 이른다. 삼성전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가총액 3위 현대자동차 역시 외국인들은 보통주보다 우선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 키우고 있다. 외국인들의 현대자동차 보통주 지분율은 45.14%다. 그런데 우선주 지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75.84%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가 발행한 또 다른 우선주인 현대차 우선주2B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75.95%나 된다.

시가총액 13위 LG화학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의 LG화학 보통주 지분율은 37.23%밖에 되지 않는 데 반해, 우선주 지분율은 무려 65.86%에 이르고 있다. 14위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지분은 37.84%인데, 우선주는 무려 69.6%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위 LG생활건강 역시 외국인들의 보통주 지분은 45.89%인 반면 우선주 지분율은 무려 86.02%나 된다. 현재 시가총액 20위 이내 상장사들 중 보통주와 함께 우선주를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8곳이다. 그리고 이 8개 기업 중 외국인들의 보통주 보유 비중보다 우선주 보유 비중이 더 큰 기업이 5개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들의 우선주 사랑은 우선주를 발행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삼성 등 주요 그룹 우량 계열사, 또 자본력이 있고 오너의 지배력이 강한 기업의 우량주들 역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를 보자. 외국인들의 삼성화재 보통주 지분율은 46.09%다. 그런데 우선주 지분율은 이보다 높은 58.78%에 이른다.

LG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LG도 마찬가지다. ㈜LG의 지배력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지분율에 의해 결정된다. ㈜LG의 보통주 지분은 구본무 회장과 그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 그리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유력한 차기 LG그룹 지배자로 부상해 있는 구광모씨 등 구씨 일가와 그 특수관계자들이 48%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구씨들의 지배력이 확고하다. 이런 ㈜LG의 외국인 지분율은 28.1%에 불과하다. 반면 의결권이 없어 주식 보유 자체가 경영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LG 우선주의 상황은 보통주와는 전혀 다르다. 외국인이 지분의 절반이 넘는 53.96%를 보유하고 있다.

주가 싼 우선주 단기 급등 노려

중견기업인 남양유업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은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과 하청업체들에 폭언과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등 각종 갑질을 저질러온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들을 대리점주에게 강제로 대거 떠넘기는 등 ‘밀어내기 영업’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겨온 것이 들통나 경영진이 사법처리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견고하다. 홍원식 회장과 부인 이운경씨, 동생 홍우식·홍명식씨 등 홍씨 일가가 보통주 지분 53.85%를 보유하고 있다. 홍씨 오너들의 높은 지분율에 비해 부채비율은 17% 정도일 만큼 지배력이 확고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외국인들의 남양유업 보통주 지분율은 19.6%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선주의 상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남양유업 우선주 지분율은 무려 87.57%에 이르고 있다. 16만6662주가 발행된 우선주 중 무려 14만5940주를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왜 우선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배당 수익을 중요시 여기는 대형 외국 자본의 투자 성향이 핵심 이유로 분석된다. 통상 한국에서는 우선주의 배당 수익이 보통주에 비해 1~2% 정도 높다. 또 일부 우선주의 경우 최저배당을 보장하고 있다. 실제 2015년의 우선주 배당수익률은 평균 3.6%였다. 1%대에 불과했던 보통주의 두 배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투자한(또는 투자할) 기업의 경영권 확보가 목적이 아닌 이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보통주보다 배당 수익이 큰 대형 기업의 우선주가 나쁘지 않은 투자처인 셈이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의 전략적 우선주 투자도 있다”고 했다. 우선주는 발행량과 유통량이 적어 기업 실적이 크게 좋아지거나 매수세가 커지면 단기에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보통주와 주가 괴리율이 클 경우 그 괴리율만큼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우선주에 대해 외국인들의 매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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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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