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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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시가총액 넘버 2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약 1599조7456억원(3월 28일 기준)에 이른다. 두 시장의 상장기업만 총 2251개(기업인수목적회사 포함)다. 이런 주식시장에서 독보적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시가총액이 294조4419억원에 이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단 한 기업이 전체 한국 주식시장의 18.4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시장만 보면, 삼성전자의 시장 비중이 무려 21.02%로 뛰어오른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는 이런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보다 더 큰 시선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시가총액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11월 시총 2위 된 SK하이닉스

현재 시가총액 2위는 SK하이닉스다. 3월 29일 현재, 시가총액이 37조3465억원을 넘는다. 시장 비중이 2.33%다. 반면 3위인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34조3631억원으로 시장 비중은 2.15% 정도 된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는 약 2조9834억원 정도다.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오른 건 지난해 11월 17일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30조원대를 돌파하며 한국전력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2위가 됐다. 한국전력을 밀어낸 11월 중순 이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자동차의 추격이 시작되며, 시가총액 2위 경쟁이 본격화됐다. SK하이닉스가 경쟁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종종 현대자동차가 시가총액 2위 경쟁의 판을 뒤엎는 모습을 연출하며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월 상황을 보자. 단 하루이기는 했지만 1월 4일, 현대자동차가 2017년 들어 처음으로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인 1월 5일, SK하이닉스가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월 5일부터 3월 중순까지 SK하이닉스는 근소한 차이로 현대자동차를 계속 앞서갔다.

그랬던 두 기업의 경쟁 판도가 지난 3월 21일 또다시 뒤바뀌었다. 1월 5일 이후 줄곧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오던 SK하이닉스를 현대자동차가 밀어내고 76일 만에 다시 2위로 올라섰다. 3월 21일 현대자동차의 주가 급등이 2위 탈환의 결정적 이유였다. 전날까지 15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이날 하루 단숨에 17만원으로 올라서며 시가총액 순위를 뒤집었다.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17만원대에 도달한 건 2015년 5월 이후 1년10개월여 만의 일이다. 주가가 17만원이 되자 전날까지 34조4732억원이던 시가총액이 37조4470억원대로 급증했다. 지난 3월 벌어진 현대자동차의 2017년 두 번째 시가총액 2위 탈환은 4일 동안 이어졌다.

현대차 1월과 3월 한때 시총 2위

1월 5일 이후 76일 만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SK하이닉스도 그냥 있지 않았다. 3월 중순 주춤했던 주가가 3월 27일 다시 5만원대로 올라서며 현대자동차를 시가총액 2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5일 만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시가총액 2위를 두고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의 경쟁이 지난해 말부터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는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반도체 기업으로 잘나가던 때도 있었다. SK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 이야기다.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준 빅딜을 통해 현대전자는 1999년 LG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사업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때만 해도 현대전자는 삼성전자가 부럽지 않았다. 특혜 논란이 일 만큼 정부의 빅딜 지원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현대전자의 경영 능력은 커진 덩치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휴대폰 사업과 같은 문어발식 사업 전개로 부채를 키웠다. 특히 당시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 불어닥친 치킨게임 속에서 제대로 된 시장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했다. 경영진의 무능이 한계에 이르며 기업이 급속도로 부실해졌다. 결국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돼 이름을 하이닉스로 바꾸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2001년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다. 이후 감자(減資)를 거치며 주가가 몇백원대까지 추락하는 생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몸집을 줄이면서 2005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2012년 SK그룹에 매각되며 안정을 찾았다. 이런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급증하기 시작한 건 2016년 5월 말부터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015년 5월 5만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1년 만인 2016년 5월 중순에는 2만5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이렇게 추락하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반전된 것이 지난해 5월 말이다.

이른바 반도체시장, 특히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수퍼사이클(호황)’ 이슈가 본격화된 2016년 5월부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한때 2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5월 말부터 상승하더니 6월 3만원대를 넘어섰고, 9월 말에는 4만원대까지 돌파했다. 그리고 11월에는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고, 올해 2월 8일에는 주당 5만460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9조7489억2912만원까지 급증했다. 반도체시장이 수퍼 사이클에 들어서며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좋아졌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이 각각 5조3361억원과 3조2767억원이나 됐다. 반도체시장의 대호황과 이에 따른 실적 확대가 SK하이닉스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가총액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이와는 다른 이유로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계 투자사 골드만삭스가 뜬금없이 낸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권 이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식의 보고서가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됐다. 지난 3월 20일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진다: 엄청난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현대자동차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현대차그룹 주력 3개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분할해 투자 부문을 현대차 중심으로 합병한 지주사 체제가 골드만삭스의 주장인 셈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 한 장에 현대차 급등

골드만삭스는 지배주주가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삼을 만큼 인센티브가 높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현금 보유 여력이 있다는 점, 또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브랜드 로열티를 누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란 점을 들어 현대자동차 중심의 그룹 재편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가 3월 20일 이런 내용의 현대자동차 지배구조 이슈 보고서를 내놓자 주가가 즉각 반응했다. 3월 20일 15만6500원이던 주가는 보고서가 나오자 3월 21일 17만원으로 8.63% 가까이 폭등했다. 이날 단 하루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이 무려 2조9737억원이나 급증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주가와 시가총액 급등과 관련해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 지분율을 점점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일만 해도 외국인들의 현대자동차 지분율은 43.5%에 불과했다. 이것이 3월 29일 46.14%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3월 중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대자동차 지분율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3월 8일부터 29일까지 현대자동차 주식을 순매수했다. 3월 8일 44.87%이던 지분율 역시 3월 29일에는 46.14%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15일 만에 지분율이 1.27%포인트 증가했다.

즉 3월 들어 두드러진 외국인들의 매수와 3월 20일 나온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2위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시가총액 2위 경쟁 중인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최근 점점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의 주가 상승과 시가총액 증가가 사실은 기업 자체의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과 시가총액 급증은 세계 반도체시장 초호황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수퍼사이클’로 불리는 호황의 거품이 걷히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나타났던 SK하이닉스의 주가하락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반도체시장의 수퍼사이클이 피크를 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전망의 등장과 함께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급락을 시작했다. 2월 8일 5만4600원이던 주가가 2월 27일에는 4만6000원까지 추락했다. 반도체시장의 수퍼사이클이 꺾였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2월 초부터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주가가 15.75% 이상 떨어진 게 이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 실적·점유율·이미지 악화일로

메모리반도체의 시장 의존도가 매우 큰 사업 구조상 SK하이닉스는 반도체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주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외국계 투자사가 뜬금없이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이슈를 들고나오지 않았다면 현대차의 기업 상황상 주가가 17만원까지 오르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평가다. 현대차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4년 8.46%이던 영업이익률이 2015년 6.91%, 2016년에는 5.55%로 폭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4년 7조5500억원에서 2015년 6조3579억원으로, 2016년에는 5조1935억원까지 추락했다.

기업 이미지 악화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엔진 결함이 드러나기도 했고, 내수와 수출용 차량의 품질 차별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역시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은 현대차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에 상처를 내고 있다. 2013년 41%이던 한국 시장 점유율이 2015년 39%대로 무너졌고, 2016년 36%로 내려앉았다. 현대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곧 30% 아래로 붕괴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우려가 커지며 현대차 주가는 3월 29일 15만원대로 다시 하락했다.

수퍼사이클에 힘입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배구조 이슈에 힘입어 시가총액 2위 경쟁 중인 현대자동차. 이들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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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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