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을 향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은 주식시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류 열풍과 대규모 중국 투자로 수익을 올려왔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은 주가지수(코스피)가 2100포인트를 넘어서며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보복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른바 ‘사드 주식’과 해당 주식 투자자들만은 연일 이어지는 주가 하락에 ‘죽을 맛’이다. 사드 주식들을 두고 “바닥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나돌고 있다.

한국을 향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시점별,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크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화장품과 식음료 제품에 대한 통관 지연, 검역 강화, 수입 불허 같은 방식의 초보적 제재가 동원됐다. 또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과 한국산 프로그램 방영 축소·금지 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 규제 정도가 더해졌었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전방위적 경제보복이라기보다 ‘향후 범위와 강도가 더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성 보복이 주류였다.

이런 기조는 2016년 말부터 달라졌다. 특히 2016년 9월 롯데그룹 소유 성주골프장의 사드부지 결정, 같은 해 11월 국방부와 롯데의 남양주 군(軍) 소유 부지와 성주골프장 맞교환 합의가 알려지며 중국의 경제보복 강도와 속도가 예상보다 더 세지고 빨라졌다. 당시 중국은 중국 현지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롯데 영업장에 대한 전면적 소방·위생·안전 점검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드 관련 한국 기업 제재와 보복의 사실상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8달 만에 주가 43% 폭락

2017년 2월 17일 중국 외교부의 ‘한국 사드 배치 철회 요청’이 있은 후인 지난 2월 말 롯데상사가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 관련 안건을 의결한 시점부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확대 강화됐다. 화장품·식음료·소비재 관련 한국산 제품의 통관 지연과 검역 강화 수준을 넘어 중국 현지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자동차 및 기계 부품 등 각종 부품과 제품들로 보복의 폭과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 현지 한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제재가, 외형상 중국 정부의 직접 제재 형태가 아닌 중국 기업들과 산업계 및 소비자에 의한 것으로 포장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거나 항의조차 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런 중국의 경제보복 영향이 그대로 확인되고 있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수혜 기업으로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중국 의존도를 확대해온 기업들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드발(發) 주가 폭락에 휩싸인 대표 산업은 화장품·엔터테인먼트·면세점·자동차·식음료 등이다. 롯데 관련 기업들과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자동차와 관련 기업들에 대한 주가하락 우려 역시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주가가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화장품 기업들을 보자. 대표적 중국 수혜 기업으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폭락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있기 직전인 지난해 7월 7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4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8일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단 하루 만에 주가가 1만9500원이나 떨어진 42만1500원으로 4.42% 넘게 폭락했다. 이후 주가 폭락 폭은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8월 30만원대로 주가가 내려앉았고, 올해 3월 3일에는 25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7일 이후 단 8개월 만에 주가가 43%나 폭락해 버렸다. 4월 5일 현재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7만7500원이다. ‘사드발 주가 폭락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수혜 화장품 기업 한국콜마 역시 비슷하다. 지난해 7월 7일 10만6000원이던 주가는 7월 8일부터 폭락해, 올 1월 10일 5만92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6개월 만에 주가가 44.2%나 폭락했다. 4월 5일 현재 한국콜마 주가는 7만6300원으로, 사드 배치 이슈가 불거지기 직전이던 7월 7일 이후 28.02% 이상 떨어졌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7월 7일 118만1000원이던 주가가 4월 5일 현재 79만4000원으로 추락했다. 9개월 만에 주가가 38만7000원이나 사라지며 33% 가까이 폭락했다. 화장품 기업 주식 상당수가 이 같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매출 폭락, 현대·기아차 주가도 하락세

엔터테인먼트 역시 화장품 못지않게 사드 배치 폭풍에 휘말려 주가 폭락에 떨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의 주가 폭락 충격이 특히 심하다. 연예인 출신 이수만씨가 오너인 SM의 상황을 보자. 지난해 7월 7일 3만8400원이던 주가가 7월 8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8월 2만원대로 주가가 내려앉았고, 올 3월 6일에는 2만2150원까지 추락했다. 사드 배치 결정 8개월 만에 주가가 42.32% 폭락했다. 4월 5일 현재 SM 주가는 2만4100원에 불과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폭락도 심각하다. 지난해 7월 7일 3만9850원이던 주가가 8개월 만인 올해 3월 6일에는 2만5200원으로 37%나 폭락했다. 또 FN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지난해 7월 7일부터 올해 4월 5일까지 무려 42.2%나 폭락했다.

중국의 한국 경제보복 핵심 중 하나인 관광산업 제재에 울고 있는 산업이 면세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면세점 정책 실패와 한화·두산·하나투어 등 면세점 기업 오너들의 무능한 경영까지 더해지며 상당수 면세점 기업의 주가가 추락 중이다. 면세점에 사드 배치 폭풍이 몰아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지난해 9월 2일 6만8100원이던 삼성의 면세점 계열사 호텔신라의 주가는 올 4월 5일 4만7000원으로 폭락했다. 31%나 추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 폭락률은 이보다 더 커, 40%나 추락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말~4월 초부터 사드 배치 영향에 따른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조차 저품질, 엔진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한 비판들이 확산되며 기업·제품 이미지 악화와 시장점유율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드 배치 악재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현대·기아차는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3월에 비해 52.2% 감소한 7만2032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판매량은 44.3%나 추락했고, 기아차는 68.0%나 폭락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며 최근 주식시장에선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3월 21일 17만원까지 올랐던 현대차 주가가 중국 판매량 폭락이 알려진 4월 5일 15만원으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 중순 4만4800원이던 주가가 4월 5일 3만5950원까지 폭락했다.

중국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롯데쇼핑 등 롯데의 중국 사업 관련 계열사들 역시 시장과 투자자들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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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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