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52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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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억을 서버에 저장 치매가 오면 꺼내 쓴다

뇌와 컴퓨터 접목 시대가 온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뉴럴 레이스’ 기술 상상도. photo www.emaze.com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가 ‘뇌의 칩 이식술’을 현실화하겠다고 장담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뇌과학 기업 ‘뉴럴링크(Neurallink)’를 출범시켜 인간 뇌와 컴퓨터 결합이라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일명 ‘뉴럴 레이스(neural lace)’라고 불리는 ‘신경 연결’ 또는 ‘전자 그물망’ 기술로, 인간의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전극(인공지능 칩)을 뇌에 심는 것이 목표다. 과연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그의 도전은 가능한 것일까. 뇌와 컴퓨터의 접목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뉴럴 레이스는 물리적 인터페이스 없이 사람이 직접 기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인간의 대뇌피질에 전극을 심어 이를 이용해 사람에서 컴퓨터로 또는 컴퓨터에서 사람으로 생각과 정보를 전송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뇌에 디지털층을 추가하여 디지털화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인간의 신경과 디지털의 융합 기술인 셈이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전극 심기’는 머리를 째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사로 액체 상태의 전자 그물망(뉴럴 레이스)을 뇌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뇌 신경계는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혈관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뇌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따라서 뇌의 혈관에 주사를 놓는 정도면 칩 이식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자 그물망이 뇌의 대뇌피질에 도달하면 신경세포들 사이로 그물망의 크기가 최대 30배까지 펼쳐진다. 이 전자 그물망을 이용해 뇌 신경세포들이 활동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인 뇌파를 감지한다는 발상이다. 뇌의 정보는 전기신호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이 목표
   
   그렇다면 머스크는 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는 것일까? 한마디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경계심을 갖기 위함이다. 어느 날 인공지능이 지능을 갖게 돼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면 인간은 판단의 결정권을 인공지능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다. 실제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탄생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진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오게 될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인간의 입출력 체계(Input Output Bound)를 살펴보자. 눈과 청각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정보를 읽어 들이는 인간의 입력 체계는 성능이 월등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출력 속도로는 빛처럼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인공지능 앞에서 ‘애완용 고양이’ 신세밖에 될 수 없을 거라고 머스크는 설명한다. 따라서 인간의 뇌를 아예 컴퓨터화해 두뇌를 강화시키면 인공지능에 굴복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진화는 인간 신체 능력 자체의 진화가 아니라 도구의 발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럴 레이스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공존을 꾀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단계인 ‘전뇌화(전자두뇌)’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간질이나 우울증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 목적이 우선이다. 손상된 뇌에 칩을 이식해 뇌에 자극을 주어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 기술의 안정성이 입증되면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뇌성형 수술’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뉴럴링크는 관련 분야 전문 연구자들을 영입해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뉴럴 레이스 기술이 활성화되면 칩 하나만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 뇌에 매뉴얼 프로그램을 접속하면 바로 운전법을 익혀 차를 몰 수 있게 된다. 또 헬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 헬기를 조종할 수도 있고, 전혀 모르는 외국어도 입에서 술술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획기적 진전이 예상된다. 언제 희미해질지 모르는 기억을 컴퓨터 서버에 올려 보관했다가 치매 조짐을 보일 때 기억 복구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기억만 빼내 로봇이나 다른 사람 신체에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원숭이 기억 되살리는 실험은 성공
   
   뉴럴 레이스 기술은 이미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닉 램지 교수팀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임플란트 수술을 통해 자판을 입력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모니터에 글자를 입력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사지가 마비된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외골격 로봇이나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뇌-기계 접속(BMI) 헬멧’도 개발한 상태다. 휠체어에는 로봇 팔이 붙어 있어서 물건을 집어들 수 있고 식사도 가능하다.
   
   기억에 관련된 신호를 포착하는 일 또한 가능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시어도어 버저 교수다. 그는 무선통신에서 잡음에 가린 신호를 구분하는 데 쓰이는 ‘다중 입출력(MIMO)’이라는 기술을 20여년간 연구한 끝에, 신경세포 수백만 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나오는 신호 가운데 기억과 관련된 신호를 뽑아냈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들이 수학적 모델로 환산되고, 이 모델이 다시 반도체 칩에 프로그램화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버저 교수는 기억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입증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생쥐의 전파를, 기억을 잃은 생쥐의 뇌로 흘려보내 칩을 통해 전기신호로 바꾸자 잃은 기억을 되찾았다. 기억이 이식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의 기억력을 되살리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뇌는 작은 실수로도 생명이 오가는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데다 과학자들이 인지하는 수준은 겨우 뇌의 어떤 전기신호가 어디에서 발생한다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칩 이식을 할 경우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기억을 해킹해 들여다보거나 조작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
   
   뉴럴 레이스는 지금까지 머스크가 도전해온 전기차, 태양광, 하이퍼루프, 화성 이주 등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도전이다. 인류의 생명과 진화에 또 한 번 도전하는 그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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