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53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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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한국 증시서 사라지는 중국 기업들

스스로 떠나고 강제 퇴출되고… 생존율 60% 불과

▲ 최근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한 웨이포트의 2010년 7월 23일 한국 코스닥 상장 당시 모습. photo 뉴시스
2017년 한국 주식시장에서 짐을 싸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겠다”는 중국 기업이 있는가 하면, 거짓·허위 공시 등을 반복하다 적발되고 심지어 회계와 감사 문제가 불거져 주식 거래가 갑자기 중단된 중국 기업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중국 기업과 강제 퇴출이 유력한 중국 기업이 동시에 등장해 중국 기업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됐던 중국 기업은 22개에 이른다. 이 중 이미 7개나 되는 중국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와 강제 퇴출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생존율이 62%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 몇 달 후면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생존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스닥 등록사인 웨이포트가 이미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해 한국 시장을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거짓·허위 공시와 부실 회계 문제로 시장을 어지럽혀온 코스피 상장사 중국원양자원의 강제 퇴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두 기업이 조만간 한국 증시에서 사라지게 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되는 중국 기업 수는 9개로 증가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상륙했던 전체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율이 무려 41%로 치솟게 된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주식시장 생존율이 60%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중국 기업 10개 중 4개꼴 상장폐지
   
   중국 기업이 한국 주식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7년 8월이다. 당시 ‘3노드디지털’을 시작으로 이후 꼭 10년 동안 총 22개의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상장됐다. 그런데 불과 10년 만에 중국 기업 10개 중 4개꼴로 자진 혹은 강제 상장폐지돼 한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가뜩이나 차이나 디스카운트(신뢰성 문제로 인해 실적과 무관하게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에 골치를 앓고 있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한국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진 대표적 중국 기업은 웨이포트다. 웨이포트는 지난 3월 29일 자진 상장폐지 선언과 동시에, 한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 회사 주식 1838만주(32.89%)를 1주당 1650원에 공개 매수하겠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2011년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한 코웰이홀딩스와 2013년 3노드디지털, 중국식품포장에 이어 웨이포트는 4번째로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중국 기업이 됐다.
   
   웨이포트의 한국 시장 철수 결정 철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회사는 제초기와 톱 같은 조경장비와 농기계, 전동공구 등을 생산·판매하는 절강아특전기유한공사와 영파아특전기유한공사라는 중국 현지 기업들을 거느린 지주회사다. 외형상 홍콩법에 의해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중국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중국 기업이다.
   
   2010년 코스닥에 입성한 한국 주식시장 1세대 중국 기업이다. 하지만 7년 만에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됐다. 웨이포트의 자진 상장폐지는 한국에서의 상장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주식시장 상장으로 얻을 수 있는 자금 조달 등의 이익보다, 상장 유지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각종 비용 부담이 더 커 차라리 떠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 커져 있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역시 한국 주식시장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웨이포트의 주가는 실제로 2010년 상장 이후 7년여 동안 공모가조차 제대로 넘지 못할 만큼 저조했다. 지난 3월 29일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7년 동안 웨이포트의 주가가 공모가(1400원)를 넘겼던 기간은 고작 며칠에 불과했다. 주가가 1600원대 초까지 올랐던 2015년 10월 한때와, 1500~1800원대까지 올랐던 2016년 11~12월 초 며칠을 빼면 웨이포트 주식은 7년 내내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됐다. 2012년 이후 수년간 이어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적자에 중국 기업이라는 고질적 차이나 디스카운트 악재까지, 웨이포트는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인상적 투자처로 전혀 인식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이 2017년 봄 웨이포트가 한국을 스스로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로 작용했다.
   
   사실 웨이포트처럼 자진해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는 중국 기업보다 투자자들의 속을 더 새까맣게 태우고 있는 악성 중국 기업들이 있다. 강제 퇴출 가능성이 매우 큰 기업들로, 현재 중국원양자원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이미 거짓·허위 공시 문제로 한국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중국 기업이다. 대주주의 차명 지분 보유 의혹과 돌발적 유상증자 시도와 철회 발표, 자산 인수대금 의혹 등 한국 주식시장에서 각종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온 중국 기업이다.
   
   최근에는 “2016년도 회계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나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 아니냐”는 설이 시장에 파다하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한국거래소까지 나서 중국원양자원에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공개적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원양자원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수령하지 못하여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답을 미루고 있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3월 30일부터 중국원양자원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켜버렸다. 4월 12일 현재도 중국원양자원의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다. 사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이미 감사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이 거절’됐던 전과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는 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국 시장에서 강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진 상장폐지·강제 퇴출
   
   회계부정 사건과 감사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문제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퇴출된 중국 기업이 이미 여럿이다. 2012년 9월 상장폐지로 퇴출된 연합과기, 같은 해 10월 퇴출된 성융광전자, 또 2013년 10월 강제 퇴출된 중국고섬이 대표적이다. 중국원양자원이 이들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강제 퇴출될지 투자자들과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이런 악성 중국 기업이 한국에 상장된 다른 중국 기업들의 신뢰성과 이미지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악성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상장된 다른 정상적 중국 기업들과 이들에게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차이나 디스카운트와 차이나 리스크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외국 기업의 한국 상장 추진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건전한 외국 국적 기업을 찾아 상장시키는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건전성과 신뢰성 검증 시스템이 매우 부실한 게 문제다. 외국 기업의 한국 상장을 주선·주관하는 한국의 상당수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증권사들이 벌이는 허술한 엉터리 실사, 또 사실상 검증과 실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권사들의 인력 문제가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제기돼왔던 게 사실이다.
   
   상장을 원하는 외국 기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한국거래소의 검증 능력 역시 매우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문제를 일으켜온 불량 기업들을 전혀 걸러내지 못한 채, 비슷한 유형의 악성 기업들이 계속 상장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승인해준 것에서 한국거래소의 떨어지는 검증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기업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많이 상장시키고 보자’는 식의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행태가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이 무엇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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