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발대식을 마친 뒤 트랙터를 몰고 있다. ⓒphoto 농협중앙회
지난 4월 14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발대식을 마친 뒤 트랙터를 몰고 있다. ⓒphoto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14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 본죽리에서 ‘2017년 범농협 전국동시 영농지원 발대식 및 농촌일손돕기’ 행사를 열었다. 올해 영농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고 농가 일손을 돕고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행사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이천시), 조병돈 이천시장, 농협 임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발대식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근처 논밭 7곳으로 흩어져 트랙터를 몰고 모종을 심는 등 농가 일손을 도왔다. 이날 행사는 농협 전사(全社) 차원에서 열렸다. 농협중앙회 부서, 지역본부, 시·군지부 및 전 계열사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9000여명이 참가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촌이 겪는 만성적인 문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2016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손부족으로 농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농가는 84.5%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임금이 너무 비싸서(34.6%), 일손 자체를 구할 수 없어서(32%), 자가노동력이 약화돼서(18.5%) 등이 꼽혔다. 이 조사는 2016년 10월 1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도시민 1500명과 농업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만성적인 일손부족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12년 약 291만명에서 2016년 약 250만명으로 4년간 40만명이 넘게 줄었다. 농가 수도 2012년 약 115만가구에서 2016년 약 107만가구로 줄었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도 심각하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05년 29.1%에서 2015년 38.4%로 10년 새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중은 지난해보다 0.9%포인트 올라간 40.2%로, 호당 농가소득은 지난해보다 0.5% 늘어난 3381만원으로 전망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영농지원 발대식 행사에서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농업인들은 영농철이 되면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농업과 농촌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농촌 일손 돕기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가가 직면한 어려움 중에서도 영농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얘기다.

농협은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농협중앙회 시·군지부와 지역농협의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영농인력을 중개하고 있다. 올해는 인력중개센터 내 상시 인력그룹인 ‘영농작업반’ 운영사무소를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영농작업반 운영사무소는 지난해 전국 13곳에 있었다. 올해는 36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농협은 특히 올해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인력뿐만 아니라 법무부의 사회봉사대상자, 자원봉사자 등 무료인력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촌의 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무상 인력 도입을 늘려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다. 시·군별로 농협 육성 여성조직 회원 등으로 구성된 ‘주부영농봉사단’도 조직해 농업인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은 올해 연인원 50만명의 농업인력을 중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photo 농협중앙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photo 농협중앙회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 가능할까

농촌이 만성적인 일손부족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도·농 간의 소득 격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농가의 평균 소득은 3722만원이다. 같은 해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인 5780만원의 64% 수준이다. 최근 귀농 등으로 농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는 여전하다.

지난 3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얘기해왔다.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은 소득과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위해 새로운 재배기술과 작물을 보급하고, 종자와 가축을 개량해 농가소득을 올리겠다는 6대 핵심 과제와 75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6대 핵심과제는 1)농업생산성 향상 2)농가 수취가격 제고 3)농업경영비 절감 4)농식품 부가가치 제고 5)농외소득원 발굴 6)농가소득 간접지원 등이다. 하지만 농가 현실은 팍팍한 게 사실이다. 김 회장 취임 전인 2016년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0년 평균 농가소득을 4014만원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에 따르면 연평균 농가소득 증가율은 1%대에 그친다.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는데 인건비와 농지 임차비 등 각종 비용이 늘 것이라는 게 부정적인 전망의 이유다. 이 비용 구조를 개선하거나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으면 농가소득 5000만원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농가소득을 높일 대책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농민 지원을 위해 비료값과 사료값, 아리농약 가격을 각각 17%, 6%, 7.6% 내린 데 이어 올해도 비료값(6%), 농약(3.3%), 상토(10.5%) 등 자재값을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또 올해 벼 직파재배 면적을 총 10만㏊로 확대하고, 한우·젖소·종돈 등 가축을 개량해 농가에 우량가축을 보급하고,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신재배기술 및 소득작물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산물 수취가격 기준으로 농식품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하고, 판매장을 확충해 온라인·공영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서 농산물 판로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일손부족 농촌 도와 소득 5000만원 시대로”

- 영농지원 발대식의 취지는 무엇인가.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한 농촌에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국 10만 농협 임직원들이 결의를 다지는 의미도 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묵묵히 애쓰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을 위해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강조하는데, 실현 가능한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말 기준 농가소득 3722만원에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3.1%)을 적용하면 2020년 농가소득은 약 4335만원으로 추정된다. 현 수준보다 농가당 약 665만원의 추가소득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도와주고 농협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농협이 농촌의 복지사각 문제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감한다. 농협은 현재 농촌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복지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서·벽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농업인 행복버스’다. 농업인 행복버스는 의료봉사, 법률·소비자보호 상담, 문화예술공연, 장수사진, 봉사활동 등을 수행한다. 올해는 86회 운영할 계획이다. 또 농협재단 등 농업인자녀들을 상대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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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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