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55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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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벤처·우량기업들 굿바이! 코스닥

네이버·LGU+·아시아나항공·동서… 카카오도 “떠나겠다”

우량기업들의 코스닥 탈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 기업 카카오가 코스닥 탈출을 공식화했다. 사실 ‘카카오가 코스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주식시장에 떠돌았다. 오랫동안 주식판을 떠돌던 소문이 4월 20일 사실로 확인되며 코스닥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코스닥은 표면적으로 코스피와 함께 양대 시장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코스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과 평가는 코스피와는 전혀 다르다. ‘2류들의 집합소’ 혹은 ‘주식판 마이너리그’로 통해왔던 게 현실이다.
   
   코스닥시장이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 오너(혹은 대주주)나 경영진에 의한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가 빈번하게 벌어졌고, 작전 세력과 투기 세력에 의한 비정상적 거래 역시 심심치 않게 적발돼왔다. 회계 부정과 횡령·배임과 같은 기업 범죄들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상장 심사와 검증이 이루어졌는지를 의심케 할 만큼 부실한 기업들까지 상장돼 문제를 일으키며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우량하고 건전한 기업으로 꼽히며 코스닥시장을 지탱해왔던 기업들까지 연이어 코스닥 탈출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량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을 등지며 ‘2류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지고 있다.
   
   
   ‘2류·마이너리그’ 코스닥 탈출한다
   
   카카오의 코스닥 탈출 선언은 코스닥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한국 시장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2위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IT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2016년 매출액이 1조4642억원을 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1161억원과 655억원에 이를 만큼 실적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의 시선은 경쟁사인 네이버에 비해 매우 박하기만 하다. 카카오의 주가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카카오가 주식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2년 반 전인 2014년 10월이다. 기존 코스닥 기업이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하며 우회상장했다. 우회상장되던 당시만 해도 카카오는 ‘합병 이후’와 성장성이 동시에 부각되며 7만~8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10만원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것이 다였다.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증가하며 주가가 단기간에 뛰어오르기는 했지만 대형 투자자들의 유입이 생각했던 것만큼 많지 않았다.
   
   결국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비중 증가로 10만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졌던 주가가 시간이 흐르며 빠르게 가라앉았다. 우회상장 2년을 조금 넘긴 2016년 8월에는 우회상장 전인 8만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카카오의 주가 정체 현상이 본격적으로 고착되기 시작했다. “코스피 이전 상장을 고려 중”이라며 코스닥시장 탈출을 사실상 선언했던 4월 20일까지 카카오의 주가는 7만~8만원대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호평을 받아온 성장성과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주가 정체의 늪에 빠져버린 카카오가 코스닥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투자자 입장에서 한정된 투자금을 안정적인 코스피가 아닌 투기 성향이 강한 코스닥시장, 또 특정 코스닥 기업에 대량 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카카오 역시 비슷한 규모와 성장성, 실적을 보이는 코스피 기업들에 비해 대형 투자자들의 선택에서 우선순위가 되기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가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기업이 됐을 때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대형 투자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큰 건 분명하다”고 했다. 카카오 역시 이 같은 한국 주식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카오가 실제로 코스닥을 탈출해 코스피 기업으로 전환되면 대형 투자자들의 유입이 증가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자료와 수치를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먼저 코스피와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비중을 살펴보자. 카카오가 코스닥 탈출을 선언한 4월 20일, 코스피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비중은 기관 19.7%·외국인 32.7%·개인 46.3%로 구성돼 있다. 대형 투자자로 분류할 수 있는 기관과 외국인이 총 52.4%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이와 전혀 다르다. 전체 투자자 중 기관 3.7%·외국인 6%인 데 반해 개인투자자가 무려 89.4%에 이른다. 전체 코스닥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비중을 모두 합쳐 봐야 10%조차 되지 않는다. 대형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특히 개미들에 의해 시장까지 좌지우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특히 성장성을 갖추고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은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하면 코스닥에 남아 있을 때보다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 상황이다.
   
   
   개미판 코스닥보다 대형 투자자 주도 코스피
   
   기관과 외국인, 개인들 간 투자 비중만이 아니다. 코스피시장은 지수를 추종하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대형 인덱스 펀드들이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다. 이런 인덱스 펀드들은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보유하게 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을수록 대형 기관의 대규모 주식 매입과 이들의 중·장기 보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러니 카카오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에게 대형 투자자 유치가 용이하고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코스닥 탈출과 코스피 이전은 매력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관과 외국인 등 대형 투자자들의 유입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도 있다. 대형 투자자들은 투자 비중 확대 시 반드시 기업의 성장성과 실적, 자산규모, 시장영향력 같은 기업 가치를 추가로 분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이라는 한계에 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 가치가 투자자들로부터 다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가치 재평가는 투자 비중 확대는 물론 미래의 주가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카오의 경우를 보자.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6조2705억원(4월 26일 기준)에 이른다. 카카오가 당장 코스닥을 탈출해 코스피로 가게 되면 시가총액 45위에 오르게 된다. 시가총액 6조1168억원인 미래에셋대우를 1537억원 차이로 꽤 여유 있게 제칠 수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44위인 LG유플러스와의 격차도 167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에 따라 시가총액 순위가 상위권으로 더 오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더욱이 카카오 입장에서는 코스닥 탈출 후 코스피로 이전하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우량기업으로 인식되는 코스피200에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인덱스는 물론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각종 파생상품과 또 다른 펀드들이 카카오의 주식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치 재평가와 주가에 상당한 호재일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 상당수는 4월 20일 카카오가 “‘(코스닥을 떠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건 이 같은 계산에 더해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존 주주들의 요구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카카오 코스닥 탈출이 연쇄 탈출 촉매로
   
   이런 상황은 사실 카카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된 우량기업들 모두의 고민이다. 그래서 카카오의 코스닥 탈출 선언이 우량기업들의 코스닥 연쇄 탈출의 촉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과거에도 성공한 벤처기업과 우량기업의 코스닥 탈출이 또 다른 우량기업들의 연쇄 탈출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8년 상황을 보자. 2008년 3월 아시아나항공이 코스닥을 떠나 경쟁자인 대한항공이 있는 코스피시장으로 전격 이전했다. 그러자 한 달 후 4월에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10월에는 부국철강이, 그리고 급기야 11월에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코스닥시장을 상징하던 NHN(현 네이버)까지 연이어 코스닥을 탈출해 코스피로 옮겨 갔다. 2010년도 비슷하다. 신세계푸드가 2010년 4월 코스닥을 탈출하자, 같은해 7월 알짜 소주회사 무학이, 11월에는 동양시스템즈가 코스닥을 떠났다. 2011년에도 코오롱아이넷을 시작으로 에이블씨앤씨와 하나투어가 코스닥을 연쇄 탈출했다. 이런 우량기업들의 코스닥 탈출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2016년 7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의 커피 기업으로 유명한 동서와 알짜 기업 한국토지신탁이 미련 없이 코스닥을 떠났다.
   
   그동안 이들 기업이 코스닥을 탈출하며 거론했던 표면적 이유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핵심 이유는 다르지 않다는 게 취재에 응했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투기성이 강하고 부실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미지가 짙은 코스닥시장에서 저평가되기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각오하더라도 코스피시장으로 떠나는 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6년 7월 코스닥시장이 개설됐다. 문을 연 지 벌써 21년이 지났지만, 시장의 신뢰와 건전한 투자 문화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의 나스닥(NASDAQ)’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미국의 나스닥과는 차이가 크다. ‘왜 우량기업들이 코스닥을 스스로 등지고 있는지’ 코스닥시장을 운영·관리하는 이들이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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