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 만에 코스피 지수가 2200p를 넘어선 4월 26일 종가. ⓒphoto 뉴시스
약 6년 만에 코스피 지수가 2200p를 넘어선 4월 26일 종가. ⓒphoto 뉴시스

코스피 지수가 약 6년 만에 2200포인트를 돌파했다. 4월 중순 이후 강세장이 이어지며 ‘사상 최고점 돌파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마지막으로 2200포인트를 넘었던 건 2011년 5월 3일이다. 당시 2200.73포인트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220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이후 간간이 2100포인트를 넘으며 2200포인트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오히려 수년 동안 1900~21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상황만 반복했다.

그랬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 4월 26일 2207.84포인트를 기록하자 “이제는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4월 26일 코스피 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어선 이후 5월 2일(2219.67포인트)까지 4일 연속 2200포인트대를 지켜내자 ‘박스권 돌파는 물론 최고점 돌파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 지수는 1월 2일 2026.16포인트로 시작했다. 약 두 달 후인 2월 21일 코스피 지수는 2102.93포인트까지 뛰어올랐다. 2015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2100포인트 고지를 넘었다. 이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과, 곧바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과 삼성 이재용·롯데 신동빈씨 등 재벌기업인들 사이 오간 뇌물과 뒤봐주기 수사까지 이어지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 며칠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며 주식시장은 ‘박근혜 리스크’로 불리던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외국인투자자들을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시키는 효과로 작용했다. 이 효과가 4월부터 강하게 나타나며 좀처럼 넘지 못하던 코스피 지수 2200포인트 고지마저 4월26일 훌쩍 넘어버렸다.

외국인의 힘으로 끌어올린 코스피 2200p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초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외국인투자자들이다. 2017년 1월 2일부터 4월 28일까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이는 주체가 바로 외국인투자자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은 무려 6조2565억원에 육박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한국계 기관투자자들이 거꾸로 5조1677억원어치에 이르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순매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한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사들이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4월 중후반부터다.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불과 10일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무려 1조2797억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610억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순매도) 기관들의 행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결국 4월 26일 코스피 지수 2200포인트 돌파는 한국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4월의 마지막 거래일까지 2200포인트 선을 지켜내며 사상 최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 역대 최고점은 2011년 5월 2일 기록한 2228.95포인트(종가 기준)다. 5월 2일을 기준으로 불과 9.28포인트, 0.42%만 더 오르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새로 쓰게 된다.

2017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2017년 들어 4월 28일 현재까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8.85%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3일부터 4월 28일까지 무려 11.39%나 급등한 나스닥 지수보다는 덜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5.33% 상승한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보다 3.53%포인트나 더 상승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4월 말까지 1.45%나 하락한 일본 니케이 지수, 또 같은 기간 0.6%밖에 오르지 못한 상해종합지수와 비교하면 코스피의 상승세가 더욱 뚜렷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4월 중순 이후 시장과 투자사들 사이 ‘코스피 지수의 최고점 돌파와 2200포인트대 안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경제와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사실 다양한 대내외 변수가 정리되지 않은 채 복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박근혜 탄핵 사태가 종결됐고, 이후 박근혜 구속으로 이어지며 박근혜·최순실 사태는 한 고비를 넘겼다. 물론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 등 주요 기업 오너들과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대(對)한국 기업 제재 강화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는 한국 경제를 두고두고 괴롭힐 골칫거리로 완전히 자리 잡아 버렸다. 여기에 5월 9일 대선 이후 꾸려질 차기 정부의 불안한 경제 정책과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까지 벌써부터 불거지며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움직임은 가장 큰 악재로 부상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계 통신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한·미 FTA의 재협상 혹은 종료(폐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색채가 뚜렷한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현재의 한·미 FTA는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미국 교역 비중이 큰 한국 기업과 산업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안 요소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지금 한국 경제와 시장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는 2200포인트를 넘었고 최고점 돌파 기대감까지 커져 있다.

1분기 코스피 기업들 사상 최대 영업이익

이런 상황에서 2017년 코스피 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상장기업의 이익과 실적개선 효과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 1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을 47조179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 영업이익보다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2분기 41조800억원과 비교해도 무려 6조원 가까이 많은 실적이다. 일부 금융정보업체와 증권사들 중에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20조~130조원도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외형적으로 보이는 기업의 실적 증가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이익의 질’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의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상당한 이익을 거둬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익의 구조였다. 한 증권사의 시장분석부문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매출 성장 없이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는, 일종의 기업 통제를 통해 이익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 (이익의 구조가) 성장을 동반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산업의 호황 역시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 유입과 지수 상승의 핵심 이유다. 메모리반도체시장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을 9조9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 6조3100억원에 이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시장이 초호황에 들어서며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반도체 관련 기업들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급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5월 2일 사상 최고가인 224만5000원까지 올랐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단 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에 이를 정도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 급증이 결국, 코스피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증가시키며 코스피 지수를 2200포인트대로 끌어올린 셈이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급등 역시 코스피 지수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미국 시장의 영향력이 특히 커져 있다. 그만큼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초 5400포인트대이던 나스닥 지수가 4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넘었고 4월 28일에는 6081.6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나스닥의 사상 최고점 돌파 시점과 한국 코스피 지수의 2200포인트 돌파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하반기 리스크 수두룩

지난 1월 말 최초로 2만포인트를 넘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4월 중반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4월 26일 2만996.12포인트까지 오르며 2만1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의 2200포인트 돌파 시점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2만900포인트 안착 시점 역시 절묘하게 겹치고 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이라는 미국의 양대 주가지수에 코스피 지수가 강하게 동조하며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코스피시장이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문제는 여름 이후 하반기다. 당장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과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폐기’ 의지는 한국 기업들과 시장 전체를 벌써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호(好)실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 역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코스피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산업,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멈추면 결국 내수 동력과 성장 기반이 약한 한국 시장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4월을 무사히 넘긴 북한 핵실험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심각한 악재로 꼽힌다. 하반기 또다시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 시장의 가장 강력한 매수 주체로 부상해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11년 5월 이후 6년 만에 2200포인트를 넘었다. 사상 최고점 돌파까지 시도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이익 개선 효과와 강세에 접어든 미국 시장 동조 현상 등 상반기 코스피 상황은 나쁘지 않다. 지수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크다. 문제는 앞서 말한 리스크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큰 하반기다. 이 리스크들을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한국 시장이 갖출 수 있느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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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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