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뉴욕 지하철

최근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의 시속 200㎞ 터널 구상이 화제였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이미 어느 정도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하늘과 땅속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물론 지상의 도로가 더 이상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며,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세계의 모든 대도시들이 지하철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1974년 1호선 개통 이후 지속적인 건설과 시설 개선을 통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지하철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뉴욕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서울 지하철의 우수함은 더욱 빛난다. 완전 자동, 다국어 지원 티켓 구매 키오스크, 티켓 재활용을 위한 환불 시스템, 인명사고를 줄이기 위한 스크린도어, 다음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광판, 다국어로 방송되는 승하차 안내, 만족스러운 냉난방 등 거의 모든 것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서울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한 한국 관광객들이 뉴욕의 지하철에 아연실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뉴욕의 지하철은 출입구가 좁다. 올라가는 사람 한 줄, 내려가는 사람 한 줄이면 계단이 꽉 찬다. 이렇게 좁아터진 출입구를 좀 더 넓고 편리하게 개선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미 자리를 잡아버린 건물과 도로로 인해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것이 더 문제다. 플랫폼은 또 어떤가. 서울 지하철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의 좁은 플랫폼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얼핏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환경을 가진 배경은 물론 뉴욕 지하철이 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구식 유물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100여년 전에 건설된 지하철이 아직도 생생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을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지하철 지도
지하철 지도

총 연장 380㎞, 지하철역만 472개

그런데 뉴욕에 이렇게 오래된 지하철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1월 1일 개통한 아주 새로운 구간이 있다. 많은 뉴요커가 이 구간에 지하철 공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이 구간은 아직도 공사 중이며, 그중 일부만 먼저 개통한 것이다. 맨해튼의 동쪽에서 북쪽으로는 할렘 지역 125가와 남쪽 끝의 하노버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2가(2nd Ave)의 지하에 건설되고 있는 지하철이 그것이다. 총연장 8.5마일(13.7㎞)에 불과한 이 프로젝트는 구상에서 올해 초 개통된 1단계 개통까지 100년이나 걸린 그야말로 세기적 공사였다.

뉴욕에서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 광역 지하철 시스템이 제안된 것은 1919년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늘어나는 유동인구에 대응하기 위한 교통 시스템 연구를 시에서 발주하였고, 이 용역을 맡은 대니얼 터너(Daniel Turner)는 거의 모든 애버뉴에 지하철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 따르면 맨해튼의 각 애버뉴를 거친 지하철은 남쪽의 브루클린, 북쪽의 브롱스를 관통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계획은 그 이후 예산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계속 거치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철학과 개념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 개통된 구간은 맨해튼 세컨드 애버뉴의 63가와 105가 사이 3.2㎞로, 이 역시 터너의 최초 제안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예산 문제,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혀 이 짧은 구간을 건설하는 데 구상으로부터는 약 100년, 착공(2007년 4월 12일)으로부터는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모두 44억5000만달러가 투자되었다고 하니, 계산해 보면 1m 건설에 약 15억원의 돈이 투입된 셈이다. 두 번째 공사 구간은 1.5마일(2.4㎞)에 공사비가 60억달러로 예상되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아닐 수 없다. 이 2단계 구간은 또다시 10년 후인 2027년부터 2029년 사이에 개통될 예정이다. 우리로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미국식 접근이다. 이렇다 보니 2가의 지하 전체를 관통하는 지하철이 언제 완공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뉴욕시가 지상을 보행자 중심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브로드웨이의 미드타운 일부 구간을 차량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였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구간도 보행자 우선으로 도로 설계를 바꿔 차로 이동하기에 불편하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주차 단속은 매우 엄격하다. 평일 낮에는 일반도로에 아예 차를 주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차 단속도 각 블록별로 담당이 지정되어 있어서 잠시만 불법주차를 해도 148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견인까지 당하는 경우 견인비에 주차비까지 거의 400달러 이상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주차비는 2시간 이상인 경우 적게는 30달러에서 많게는 60달러까지 적지 않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맨해튼에는 차를 가지고 오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메시지다. 이렇게 필수 교통수단으로서 지하철의 필요성과 그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또다시 100년이 걸리더라도 2가의 지하철은 언젠가 개통될 것이다.

뉴욕교통청에 따르면 총연장 380㎞로 세계 대도시 중 가장 긴 지하철을 운영 중이며, 지하철역도 472개로 가장 많다. 이용객 수는 베이징, 상하이, 서울, 도쿄, 모스크바 등에 이어 세계 7위. 1869년 95m 길이의 시범 구간이 만들어진 적이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지하철이 정식으로 개통된 것은 1904년 10월 27일이다. 개통 첫날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 수는 15만명가량으로 기록되어 있다. 뉴욕은 모두 맨해튼, 퀸스, 브롱스, 브루클린, 스탠튼 아일랜드의 5개 보로(Borough·우리의 구에 해당)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스탠튼 아일랜드를 제외한 4개의 구가 지하철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뉴욕이나 서울이나 똑같다. 지금은 그나마 우버와 같은 보다 저렴한 교통수단이 등장했지만 오로지 택시에 의존해야 하는 지역이라면 당연히 지하철 역세권에 비해 임대료가 쌀 수밖에 없다. 맨해튼의 가장 부자동네로 알려진 어퍼이스트는 센트럴파크와 가깝고 고급 식당가가 즐비하며 유명 백화점과 박물관, 미술관이 줄지어 있어 주거환경으로는 최고로 꼽혔지만, 지하철이 없어 정작 임대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제 지하철 개통으로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금융가에 근무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센트럴파크를 즐길 수 있는 이곳으로 몰려갈 것으로 예상되어 이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더구나 할렘과 다운타운을 직접 연결하는 2가의 지하철이 완전 개통되면 맨해튼 북쪽의 할렘도 좀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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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현 경기텍스타일센터 뉴욕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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