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photo 뉴시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photo 뉴시스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를 넘어서며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른 2017년 상반기 주식시장 최고의 수혜자 중 하나로 증권사들이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며 증권사들의 영업실적이 빠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거래량 급증과 지수 급등, 여기에 영업실적 개선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시장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 역시 급등하는 상황이다. 수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지수만큼이나 답답했던 증권사들에 오랜만에 봄이 찾아왔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지금보다 지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4월 중순 이후 본격화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대량 매입,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기대 이상의 경영실적, 또 정치적 불안을 키웠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종료와 문재인 정부의 등장까지 이어지며 코스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의 안정과 함께 주가지수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던 지난 3월 10일 코스피 지수는 2097.35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탄핵 결정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빠르게 상승했다. 탄핵 후 첫 거래일이던 3월 13일 지수가 2117.59포인트를 찍으며 2100포인트 고지에 올라섰다. 이후 상승세가 더 강해졌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4월 26일 2207.84포인트를 기록하며 6년 만에 2200포인트 선을 넘어섰다. 그렇게 2200포인트를 넘어선 지 불과 한 달여 만인 5월 23일, 이번에는 코스피 지수가 2311.74를 찍으며 힘들게만 보였던 2300포인트까지 돌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종료된 지 두 달 만에 코스피 지수가 무려 200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시장에는 강세장 기대감이 커져 있는 게 사실이다.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 거래량 급증이 증권사들의 수익성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주요 증권사들이 기존 예상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표정 관리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순이익 100% 증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00% 이상 증가한 증권사들까지 등장했다. 자산 규모 상위권 대형 증권사들과 인수·합병을 단행한 증권사들의 1분기 영업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5월 15일 확인된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영업이익은 1434억7889만원(연결기준·이하 동일)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483억4473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96.78%나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이익만 이렇게 증가한 게 아니다. 미래에셋대우의 당기순이익 역시 급증했다. 올 1분기 미래에셋대우의 순이익은 1101억538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 401억7634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12월 기존 KB투자증권과 합병한 KB증권 역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559억6371만원이던 KB증권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에는 1412억7472만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52.44%나 늘었다. 지난해 1분기 493억4400만원이던 순이익도 올해 1분기에는 1088억1869만원으로 무려 594억7469만원이나 증가했다.

인수·합병 이슈가 없었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696억8400만원. 이랬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에는 1690억6000만으로 142.61%나 증가했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무려 993억7600만원이나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증가도 가파르다. 올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300억780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636억38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해 104.4% 정도 증가했다. 증권사들 중 올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이 뚜렷했다.

미래에셋대우에 이은 증권사 자산규모 2위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앞서 언급한 증권사들에 비해 실적 개선이 조금 저조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856억7400만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1200억800만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639억9700만원이던 순이익 역시 885억6500만원으로 38.34%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앞서 말한 증권사들보다 규모가 작다. 인수·합병 이슈 역시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실적이 100% 이상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52억3500만원이었다. 이것이 올해 1분기 557억6900만원으로 121%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217억7000만원이던 순이익이 올 1분기에는 459억5600만원으로 100% 이상 증가했다.

이들 외에 메리츠종금증권과 SK증권, 유안타증권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수익성이 50% 이상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1분기 502억1063만원이던 순이익이 올 1분기에는 808억5535만원으로 61.03%, 약 306억4472만원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43.78%였다.

HMC투자증권·하이투자는 실적 추락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이 59억1368만원이던 SK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95억683만원으로 60.76% 가까이 늘었다.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 역시 지난해 1분기 52억7943만원이던 순이익이 올 1분기 79억8998만원으로 51.34%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분기보다 올 1분기 순이익이 42% 이상 늘었고,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34%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이런 주식시장에서조차 당기순이익 등 실적이 추락한 ‘못난이’ 증권사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HMC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HMC투자증권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14억4836만원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38억4745만원에 불과했다. 수익성도 함께 추락했다. 지난해 1분기 164억8120만원이던 순이익이 올 1분기 106억587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지난해 1분기 대비 35% 이상 추락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36.67%나 폭락한 못난이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HMC투자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를 뺀 상당수 증권사들의 올 1분기 실적 개선이 뚜렷한 상황이다.

이렇게 실적 개선이 확인되고, 2300포인트를 돌파할 만큼 주가지수가 급등하는 상황이 맞물리며 증권사들의 주가도 4월 이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이슈가 부각됐던 지난해 말부터 7000원대 중반이던 주가가 올 3월 중순 9000원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합병 이슈가 사라지면서 올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급락해, 4월 19일에는 847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어서고 실적 예상치가 나온 4월 중순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5월 24일 현재 9580원까지 상승했다.

4월 중순 이후 주가 급등 증권사 상당수

NH투자증권의 주가도 상승했다. 올 1월 초 9600원대로 시작한 주가가 5월 24일 현재 1만4250원까지 올랐다. 올해 주가 상승률만 47.36%에 이른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말 3460원으로 폐장했던 주가가 5월 24일 현재 4435원까지 올랐다. 약 5개월 만에 주가가 28.18%나 뛰었다. 4월 20일 이후 상승세가 특히 가파르다. 4월 20일 3705원이던 주가가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순이익이 40% 이상 증가한 대신증권의 주가 역시 올해 초보다 상당한 폭으로 올라 있다. 대신증권의 주가는 지난해 말 1만400원으로 폐장했다. 이것이 5월 24일 현재 1만3150원으로 약 5개월 만에 26.44%나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1분기 순이익이 51.34%나 증가한 유안타증권의 주가도 4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 3135원으로 폐장했던 주가가 5월 24일 현재 3910원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24.72%나 된다. 특히 주당 3290원이던 4월 20일 이후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4월 20일 이후 주가 상승률만 18.84%에 이른다. 삼성그룹 계열 삼성증권 역시 올 1월 이후 5월 24일까지 주가가 26%나 상승했다. 수익의 상당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수수료인 키움증권도 올해 주가 상승률이 14.72%나 된다.

상장된 증권사들 다수의 주가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오르는 상황이고, 실적 개선도 확인되면서 그동안 매각 가능성이 언급돼왔던 증권사 M&A에 대한 관심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수년간 M&A시장에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증권사들이 있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증권업계와 주식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새 주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고 전문 영역이 모호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M&A 매물로 거론만 될 뿐 실제 매각까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물로 거론돼온 중소형 증권사들의 M&A가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지수가 상승하는 등 상황이 좋아지면서 덩달아 증권사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돼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몇 년 전부터 M&A 매물로 거론됐지만 M&A가 성사되지 않았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매각이 올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5월 24일 러시앤캐시 등 다수의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계 대부자본 아프로서비스 그룹과 지분매각 계약 체결을 위한 세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드러내놓고 M&A를 시도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 외에도 주식시장이 상승세에 있고 실적 개선으로 수익성 문제가 줄어든 지금을 매각의 기회로 생각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2017년 5월 코스피 지수 상승과 실적 개선 분위기를 타고 증권사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M&A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증권사 주식판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상승장일수록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기업의 가치를 따져 투자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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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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