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코스피 지수 현황.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일 코스피 지수 현황.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2일 코스피 지수는 2304.03포인트(종가 기준)로 올라서며 23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후 2300포인트가 무너지지 않고 있다. 6월 2일에는 지수가 2371.72포인트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점 기록도 새로 썼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 더 정확히 말하면 올해 코스피시장의 초강세를 이끌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투자자들이다.

올해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수는 상당하다. 지난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시장에서 사들인(순매수) 주식 규모가 무려 8조2994억35만원어치를 넘었다. 주식시장의 또 다른 축인 기관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오히려 코스피시장에서 5조6181억1567만원어치 이상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도 기관투자자와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개인들은 무려 5조5353억8035만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실 연초만 해도 사드 한국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대(對)한국 기업 제재 강화 문제, 보호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정치적 불안 요인 확산, 여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재벌 기업인들의 뇌물 의혹 수사까지 이어지며 시장과 투자자들이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3월 대법원의 탄핵 결정에 이어 검찰에 의한 박근혜 구속까지 현실화되면서 주식시장은 ‘박근혜 리스크’로 불리던 정치적 불안 요인이 해소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코스피 8조2994억대 순매수

특히 4월부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상장기업들의 2016년과 2017년 1분기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외국인투자자들을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시키는 요인이 됐다.

4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코스피시장 투자 현황을 보자. 지난 4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두 달간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무려 2조8469억2661만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은 6702억2360만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했고, 개인투자자는 무려 2조8490억8119만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순매도를 택한 개인·기관과 달리, 4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수세가 더욱 강해지며 코스피 지수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4월 26일 코스피 지수가 2207.84포인트를 기록하며 2200포인트를 넘어섰고, 약 한 달 뒤 5월 22일에는 2304.03포인트까지 올라 2300포인트 선도 돌파했다.

2017년 코스피 지수 급등과 시장 강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떤 주식들을 사들였을까. 2017년 1월 2일부터 6월 5일 현재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LG전자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가 무려 1조173억183만원어치가 넘는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렇게 LG전자의 주식을 미친 듯 사들이면서 LG전자의 외국인 지분도 급증했다. 1월 2일 22.38%이던 LG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6월 5일 31.97%로 높아졌다. 5개월 사이 9.59%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는 LG전자 주가도 끌어올렸다. 지난해 주식시장 폐장일이던 12월 29일 LG전자 주가는 1주당 5만1600원이었다. 이것이 6월 5일 1주당 8만7300원으로 올랐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주식 2위는 현대자동차다. 올해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총 7481억9590만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오너인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만들어놓은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와 몇 개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순환출자구조를 풀어야 할 시점에 몰렸다는 분석이 해외 투자사(社)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키웠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짧은 기간 동안 단기적 투자를 통해 주식 투자 수익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가 변동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의 주가는 외국 투자사들 사이에서 지배구조 개선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 4월 말쯤부터 요동을 쳤다. 올 초 이후 14만~15만원대이던 주가가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5월 단기간 급등했고, 이후 다시 급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4월 28일 14만4000원이던 주가가 5월 19~23일에는 17만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이슈가 잠잠해지자 주가가 하락해 6월 7일에는 15만9000원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 43.42%이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은 6월 5일에는 46.17%로 높아졌다.

KB금융(지주)의 주식 역시 외국인들이 올해 대거 매수했다.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5598억2950만원어치의 KB금융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29일 63.03%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6월 5일에는 65.72%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29일 1주당 4만2800원이던 주가가 6월 5일에는 5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외국인 버린 주식 개미들 그대로 사들여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4위는 현대모비스다. 4936억3055만원 이상 순매수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투명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필요한 핵심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점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 대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5위는 4830억135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삼성SDI이고, 6위는 4189억3572만원 넘게 주식을 사들인 하나금융지주다. 이 뒤를 이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SK텔레콤(3958억4096만원), 코웨이(3927억3696만원), LG이노텍(3289억8956만원), 아모레G(2838억8708만원) 순으로 주식을 순매수했다.

재미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올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순매수한 1위부터 10위까지의 주식 중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부터 10위와 겹치는 종목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롯데케미칼, LG디스플레이, 엔씨소프트 순인데 어찌된 일이지 이들 종목 중 상당수가 거꾸로 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과 일치하는 게 확인됐다. 삼성전자, 롯데케미칼,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LG전자, 삼성SDI, KB금융, 하나금융지주, LG이노텍 등의 주식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순매도) 주식 1위부터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2017년 상반기에도 역시 개미들은 외국인투자자들과 180도 다른 ‘거꾸로 투자 행태’를 보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017년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순매수한 주식과 팔아치운 주식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으로도 시장의 흐름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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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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