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양성욱씨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 이외에도 브이앤라이프가 양씨가 실소유한 롯데그룹 차명 위장계열사라는 추가 증거들을 확보했다. 우선 양성욱씨는 음성파일 속 대화에서 “비상장회사는 재벌가 지분이 20% 이하, 상장사는 30% (이하)라야 재벌가 모기업에서 분리된다” “제가 하는 회사(브이앤라이프)의 제 지분 20%부터는 롯데에 편입을 해야 된다” “지금 우리 회사(브이앤라이프) 경우는 차명으로 돌려놨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런데 양씨의 이 발언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양씨가 “비상장회사는 재벌가 지분 20% 이하… 상장사는 30%”라고 한 말과 “제가하는 회사(브이앤라이프) 제 지분 20%부터는 롯데에 편입을 해야 된다”고 한 대목이다. 이것은 양씨가 공정거래법과 금융실명제법 등이 엄격히 불법으로 규정한 재벌 일가의 ‘위장계열사’와 ‘차명 위장계열사’에 대한 조항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법망을 피해가며 차명을 동원해 위장계열사를 계속 소유할 수 있는 ‘불법적 방법’까지 숙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 오너가로 신영자씨 사위인 양씨가 고의적으로 롯데그룹 불법 차명 위장 계열사를 소유·운영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음성파일 속 양씨의 발언이 ‘어쩌다 나온 실언(失言)’일 가능성은 없을까. 양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지만, 차후라도 “브이앤라이프가 나와 상관없는 회사지만 지인의 사업이나 회사 매각에 도움을 주려다 과장 혹은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서 실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런 변명은 몇몇 재벌 오너가에서 위장계열사와 차명 위장계열사가 들통났을 때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악용해왔던 대표적 수법이다. 주주명부 등 지분 소유 현황을 명시해 놓는 서류들에 지분 소유자로 다른 사람 명의를 기재해 놓거나, 또 명의만 빌린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경영(운영)자를 허위로 해놓고는 “나와는 상관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식이다. 이렇게 오너와 운영자(경영자)까지 세탁해두는 게 불법적인 차명 위장계열사들의 전형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조작된 문서 내용만으로는 차명 위장계열사의 실제 소유자와 운영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찾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양씨도 주주명부 등 외형적 문서들에 나타나 있는 다른 사람 명의의 브이앤라이프 지분 소유 현황을 내세워 “브이앤라이프 지분을 실소유하지 않았고, 운영 역시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음성파일 속 “차명으로 돌려놨다”는 말에 대해서도 “어쩌다 나온 실언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양성욱이 운영자다’ 내용 담긴 문서

그런데 음성파일 속 양씨의 발언은 실언이 아니었다. 기자는 양씨가 브이앤라이프의 실소유주이고, 직접 운영까지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들을 확보했다. 양씨는 2015년 차명 소유한 브이앤라이프 지분 중 일부를 복수의 사람들에게 팔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이들과 양씨가 주고받은 문서들이 있다.

먼저, 2015년 2월 작성돼 도장(인감)까지 날인된 계약서를 보자. 이 계약서의 정식 명칭은 ‘업무 협약 계약서’로, ‘브이앤라이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업무전반’에 대한 내용들을 명시하고 있다. 이 업무협약 계약서에 도장(인감)을 날인한 계약 당사자는 양성욱씨의 불법 차명 지분 보유가 가능하도록 명의를 내준 B씨(계약서상 갑), 또 양씨의 차명 지분 일부를 매입한 C씨(계약서상 을)다.

그런데 업무협약 계약서 중간에 ‘양성욱’이라는 실명이 나온다. ‘업무 협약 계약서 제5조 [업무 및 이익분배]’ 부분을 보자. 이 조항은 ‘브이앤라이프의 실제 운영자(경영자)가 누구고, 이 회사 수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제5조 1항은 ‘회사 운영에 있어 “을(C씨)”과 “양성욱” 당사자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필요시… 업무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법적 문서상 유일한 사내이사(경영자)로 돼 있는 D씨도, 업무협약 계약서의 계약 당사자로 돼 있는 ‘B씨(계약서상 갑)’도 이 회사 운영에 권한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브이앤라이프의 운영 당사자(경영자)가 사실은 ‘양성욱’임을 못 박아 놓고 있다.

브이앤라이프의 돈은 누가 챙길까. 업무협약 계약서 제5조 2항을 보자. ‘이익금 배분 방법’이 나온다. ‘지분을 매입한 “C씨(계약서상 을)”가 매월 이익의 60%, “양성욱”이 매월 수익의 40%를 가져간다’고 명시돼 있다.

양성욱이 매월 브이앤라이프 수익 40%를 챙겨가는 방법이 매우 특이하다. 제5조 3항을 보자. ‘‘‘양성욱”(이 챙기는 수익) 지급분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양성욱이 차명 위장계열사인 브이앤라이프라는 담보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고, 이렇게 빌린 돈을 브이앤라이프에서 받는 수익금으로 갚겠다는 말이다.

법적 효력을 가진 이 업무협약 계약서를 통해 양성욱씨가 브이앤라이프의 실소유주이고 실제 운영자(경영자)란 사실이 확인된다.

양성욱과 주식 양수양도 계약 체결

또 다른 문서도 있다. 2016년 2월 26일 체결한 ‘약정서’다. 이것은 브이앤라이프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한 A씨(계약서상 갑) 등과 양성욱씨가 ‘양성욱’(계약서상 을)이란 실명으로 직접 체결한 ‘약정서’다. 이 약정서가 특히 중요하다. 이 약정서에는 브이앤라이프의 지분 매각 주체가 양성욱이란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기재하고 있다. 또 양성욱이라는 실명으로 약정서가 체결된 것은 물론, 약정(계약)을 확인·증명하는 양씨의 도장까지 날인돼 있다.

우선 약정서의 첫 줄을 보자. ‘약정인 “A씨”(계약서상 갑)와 “양성욱(계약서상 을)”은 종전 업무협약 계약서를 통해 체결한 브이앤라이프 주식 양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약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양성욱이라는 실명이 첫 줄부터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체결된 브이앤라이프 관련 모든 업무협약 계약서와 주식 양수도(양도·양수 계약서)의 실제 체결 주체가 사실은 서류상으로 교묘히 꾸며져 있는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나 바지주주가 아닌 ‘양성욱’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이 약정서 첫 줄은 ‘브이앤라이프 지분 전부가 다른 사람 명의, 즉 차명으로 전환돼 있지만 사실은 전부가 양성욱씨 것’임을 의미한다는 내용이다.

이 약정서에는 더 구체적인 내용도 나온다. ‘‘‘갑(A씨)”과 ‘‘을(양성욱)”은 2015년 ○월 ○일 체결한 브이앤라이프 주식…’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지금껏 체결된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와 업무협약 계약서에 기재된 브이앤라이프의 지분 모두가 차명이고, 이렇게 차명으로 된 지분의 실소유주가 양성욱씨임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또 지분 매각의 주체 역시 양성욱씨라는 의미다.

기자가 확보한 브이앤라이프 지분 매각 계약서와 업무협약 계약서, 약정서 등의 문건과 음성파일은 롯데그룹 오너가 양성욱씨가 브이앤라이프의 실소유주이고, 실제 운영자(경영자)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들이다. 또 양씨가 몰래 소유한 브이앤라이프의 실체가 롯데그룹 차명 위장계열사란 사실도 확인해주고 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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