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64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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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동화면세점 네가 가져가라!

호텔신라 vs 롯데관광 오너의 싸움

▲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왼쪽)과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 photo 뉴시스
“나는 필요 없다. 네가 가져라.”(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 측)
   
   “그까짓 것 나도 필요 없다. 돈이나 내놔라.”(호텔신라)
   
   삼성그룹의 면세점·호텔 계열사인 호텔신라(사장 이부진)와,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면세점 하나를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두 재벌이 벌이는 면세점 전쟁은 서로 ‘갖겠다’는 싸움이 아니다. “나는 가질 수 없으니 네가 가져라”는 일종의 면세점 떠넘기기 싸움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삼성, 롯데, 신세계, SK, 한화 등 한국의 재벌들에게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장사’ 혹은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장사’로 통했다. 그랬던 면세점 사업을 두고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이하 롯데관광) 오너가 서로를 향해 “네가 가져가라”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두 기업 간의 면세점 싸움은 얼마 전 호텔신라가 법원에 정식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두 재벌이 서로에게 “필요 없다”며 “네가 가져가라”고 떠넘기고 있는 광화문 한복판 면세점은 바로 ‘동화면세점’이다.
   
   
   동맹 깨지자 적이 된 두 재벌
   
   두 재벌이 벌이고 있는 동화면세점 떠넘기기 전쟁의 시작은 4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만 해도 호텔신라와 롯데관광은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는 일종의 동맹군 같은 존재였다.
   
   당시 삼성그룹의 상황부터 보자. 삼성그룹은 2010년 이후 호텔신라를 앞세워 면세점 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던 2010년대 초부터 삼성의 면세점 사업 확장 의지는 확고했다. 롯데그룹이 사실상 장악한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삼성은, 오너일가인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서 경쟁 기업과도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2015년 입찰이 있었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를 손에 넣기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5 대 5로 합작한 면세점 기업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손에 쥐었고, 용산에 HDC-신라면세점을 열었다. 삼성그룹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얼마나 목이 말라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삼성그룹은 실제 영업까지 하고 있는 다른 면세점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바로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소재 동화면세점 지분이다. 2013년 5월 삼성그룹은 호텔신라를 통해 동화면세점 지분 19.9%(주식 35만8200주)를 확보했다.
   
   호텔신라가 2013년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앞서 말한 삼성그룹의 의지에 더해, 동화면세점과 롯데관광개발, 그리고 두 기업 오너인 범롯데가(家) 재벌 김기병 회장의 고민과 사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동화면세점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3년 영업적자 69억9502만원에, 당기순적자도 14억원에 육박했다. 전년도인 2012년 역시 당기순적자가 83억565만원이나 됐을 만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동화면세점 상황만 나빴던 게 아니었다. 오너인 김기병 회장, 또 동화면세점 계열사로 최대주주 중 하나인 롯데관광개발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당시 역대 부동산 개발 사업 중 최대 규모라며 떠들썩했던 용산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여파였다. 용산 개발 사업자 중 하나였던 롯데관광개발의 손실이 상당했다. 이 손실이 커지면서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은 상황 개선을 위해 뭔가가 필요했다. 즉 호텔신라의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확장 의지, 또 사업 부진과 경영 악화에 몰려 있던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 측 상황이 묘하게 엮이며 2013년 5월 두 재벌이 손을 잡았던 것이다.
   
   당시 롯데관광 김 회장은 갖고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중 19.9%를 호텔신라에 넘기고, 호텔신라는 이 대가로 현금 600억원을 김 회장에게 줬다. 그런데 이 거래 속에는 몇 가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계약 3년 후 호텔신라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지분 투자금 600억원과 이자를 보장받는 풋옵션(매도청구권)이 추가돼 있었다. 김 회장 측도 계약 3년 후 투자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매각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가졌다. 여기에 김 회장이 소유한 동화면세점 지분 중 30.2%를 거래 계약의 담보 명목으로 추가 설정했다.
   
   
▲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photo 뉴시스

   삼성·롯데 김기병 모두 “계약서대로”
   
   호텔신라는 600억원어치 동화면세점 주식 취득에 대해 “지분투자를 통한 양사(호텔신라와 동화면세점)간 영업 활성화 및 시너지 제고”가 이유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 거래 후 3년이 되자 양측 간 동맹이 완전히 깨졌다. 동맹이 깨진 것에서 끝나지 않았고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격한 전쟁에 돌입했다.
   
   두 재벌이 불과 3년 만에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격한 싸움에 돌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싸움의 표면적 이유는 동화면세점 지분 매매 계약 조건에 포함돼 있던 호텔신라 풋옵션 문제와 담보로 설정돼 있는 김기병 회장 소유 동화면세점 지분 30.2% 때문이다.
   
   거래가 이뤄진 지 3년이 지난 2016년 호텔신라가 풋옵션을 꺼내들고 나섰다.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 측에 “지분 투자원금 600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까지 쳐서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되사가라”고 했다.
   
   그러자 김 회장 측은 “나는 돈이 없다”고 주장하며 “호텔신라 소유의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되사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는 호텔신라의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니, 3년 전 거래 조건 중 담보 명목으로 설정돼 있던 김 회장 소유의 동화면세점 지분 30.2%까지 이번에 다 가져가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기존 600억원에 판 지분 19.9%를 더해, 3년 전 담보 명목으로 두 재벌이 질권설정계약을 해놓은 김 회장 소유 지분 중 30.2%까지 합쳐 총 50.1%의 동화면세점 지분을 호텔신라가 가져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2016년 여름부터 호텔신라와 롯데관광 김 회장 측 모두 2013년에 체결된 동화면세점 지분 거래 계약 내용을 내세워 “동화면세점 지분은 네 것이니 빨리 가져가라”며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동화면세점 지분 19.9%와 지분투자원금·이자·가산금을 합쳐 780억원대 거금을 두고 2017년 여름 두 재벌의 싸움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확산돼 버렸다. 이것이 두 재벌이 벌이고 있는 싸움의 표면적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표면적 이유 외에 두 재벌이 동화면세점을 두고 “네가 가져가라”고 싸우는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면세점과 유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2015년 초만 해도 서울시내 면세점은 5개에 불과했다. 이것이 2015년 12월부터 증가해 현재 10개가 영업 중이고, 조만간 13개로 더 늘어나게 된다. 사실상 특혜성 독과점시장인 면세점 사업이 경쟁자 증가로 예전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 규제에 나서며 2010년 이후 서울시내 면세점들의 호황을 이끌었던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 이 두 요인이 2016년부터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 photo 뉴시스

   두 재벌 싸움 속사정 ‘면세점 수익 급감’
   
   여기에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의 입지가 2016년부터 영업에 약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취재 중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광화문과 서울시청, 덕수궁과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태평로) 일대가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의 대규모 집회 장소로 쓰이며 대형버스로 데려오는 단체관광객 영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면세점 규모가 크지 않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동화면세점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동화면세점은 현재 대기업 몫의 특허(사업권)를 받은 서울시내 면세점이 아니다. 삼성, 롯데, 한화 등 대기업이 직접 경영하지 못하게 한 서울시내 면세점이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몫이 아닌 서울시내 면세점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경영 관여가 제한돼 있다. 이로 인해 삼성그룹 계열인 호텔신라가 담보 명목으로 질권계약이 설정된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더 취득해 총 50.1%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확보한다 해도 실제 경영에 나서기는 힘들다.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거나 경영권을 가져올 필요가 사실상 사라진 이유다. 호텔신라 관계자 역시 이 점을 인정하며 “굳이 호텔신라가 이런 법적 리스크(동화면세점 지분 50% 이상 소유하거나 경영권 갖는)까지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16년 초부터 서울시내 면세점으로서 동화면세점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면세점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내 면세점 상황이 2년 만에 완전히 바뀐 게 호텔신라와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이 싸우는 진짜 이유”라며 “호텔신라가 사업적 매력이 떨어진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계속 갖고 있거나, 50% 이상 확보하는 것보다 차라리 현금을 챙기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관광 김 회장도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과 동화면세점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호텔신라를 향해 오히려 “동화면세점 지분을 더 가져라”며 버티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감정 대립에서 소송으로 싸움판 커져
   
   현재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되살 돈도 능력도 없다’는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기병 회장의 다른 재산은 제외하고라도, 김 회장이 소유한 기업 주식 평가액만도 엄청나다”며 “김 회장은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40% 넘게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주식 재산 가치만 현재 1700억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의 롯데관광개발 지분율은 43.55%로, 6월 28일 기준 평가액이 1648억6700만원에 이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 회장이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조금만 팔거나 담보 대출만 해도 700억원 정도는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동화면세점 지분 추가 확보나 경영권 확보 생각은 아예 없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냐”며 “호텔신라가 법적 리스크나 부담을 떠안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 측도 요지부동이다. 김 회장 측 역시 “계약대로 하면 된다”며 동화면세점 지분을 되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4월 말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을 상대로 ‘동화면세점 지분 투자원금과 이자, 가산금을 합해 총 788억원을 내놓으라’는 주식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법원에 김기병 회장 소유 롯데관광개발 주식에 대해 가압류까지 신청했다.
   
   동화면세점 지분을 두고 두 회사가 서로 “네가 가지라”며 소송을 벌이는 모습에 시내 면세점 시장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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