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삼다수 생산공장 ⓒphoto 뉴시스
제주도 삼다수 생산공장 ⓒphoto 뉴시스

2000억원짜리 물 전쟁의 막이 올랐다. 먹는 샘물시장 1위 제품 ‘삼다수’ 이야기다. 삼다수는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먹는 샘물(이하 생수)이다. 바로 이 제주도산(産) 생수 삼다수를 둘러싸고 식음료기업들은 물론 대형 유통사들까지 가세한 일대 격전이 예고돼 있다.

삼다수는 현재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유통된다. 제주도 지역 유통과 대형마트 유통, 그리고 제주도 이외 지역 유통으로 구분돼 있다. 제주도 지역 삼다수 유통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맡고 있다. 전국 영업망을 갖춘 3개 대형마트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그리고 이들 세 곳의 유통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삼다수 유통 역시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맡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와 3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을 제외한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유통은 조금 다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 이외 지역은 입찰을 통해 선정된 위탁판매사가 제주도개발공사로부터 ‘독점 유통권’을 확보해 전국에 삼다수를 공급하는 형태다.

현재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는 곳은 광동제약이다. 그런데 광동제약이 갖고 있는 이 삼다수 독점 유통권이 올해 12월 14일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2일,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위탁판매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날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 입찰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품 제주도외 위탁판매사 공개모집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삼다수 전쟁이 시작됐음을 선언한 셈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 사업자 선정 입찰을 위한 공고를 진행하고,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입찰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입찰에 응한 기업들을 평가해 새로운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위탁판매사를 선정하게 된다.

8월 말 독점 유통권 입찰 마감

삼다수는 생수시장의 독보적 1위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삼다수의 생수시장 점유율은 40%나 된다. 생수시장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농심의 ‘백산수’와 롯데의 ‘아이시스’ 둘 모두 시장점유율이 10% 남짓이다. 삼다수의 시장 경쟁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한국 생수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11%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시장 규모가 7000여억원에 이른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생수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시장이기에 삼다수의 제주도 이외 지역 독점 유통권을 확보하면 누구라도 단숨에 생수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2017년 삼다수의 총매출은 2415억760만원(제주도개발공사 사내 판매 매출 제외)이다. 이 중 제주도 이외 지역 독점 유통 사업자인 광동제약이 올린 매출만 1837억9400만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다수의 기업들이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이외 지역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는 광동제약, 또 2012년까지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던 농심, 생수와 탄산수 사업을 키우고 있는 롯데와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웅진식품과 풀무원 등 다수의 식음료기업들이 입찰 전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다. 전국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이번 입찰 전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최근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 입찰은 2012년에 있었다. 당시 광동제약, 남양유업, 농심, 롯데칠성, 샘표, 아워홈, 웅진식품, 샘표, 코카콜라(LG생활건강) 등 7개 기업이 격돌해 결국 광동제약이 독점 유통권을 따냈다. 시장 관계자들은 2012년 입찰 전쟁에 뛰어들었던 기업 상당수가 이번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광동제약 독점 유통권 사수할까

현재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가진 광동제약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광동제약은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2016년까지 4년간 보장받았었다. 하지만 매출 하락 등 큰 문제가 없을 경우 1년 연장이 가능한 계약이었다.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2014년 1479억1400만원, 2015년 1675억9500만원의 삼다수 매출을 올렸다. 성장률이 13.3% 정도였다.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6% 성장한 1837억9400만원이었다.

지난해 이 실적을 인정받아 광동제약은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사업자 지위를 제주도개발공사로부터 1년 더 연장받았다. 하지만 올해 12월 종료되는 계약을 더는 연장할 수 없다. 현재 광동제약은 삼다수 독점 유통권 입찰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기자에게 “얼마 전 제주도개발공사가 (위탁판매사 입찰 관련) 사전규격 정도를 발표한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입장을 말하는 게 쉽지 않다”며 “조금 더 진행이 되면 삼다수(입찰)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광동제약은 지금 상황에서 삼다수 사업을 접기가 쉽지 않다. 광동제약이 벌이고 있는 사업들 중 삼다수 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매출을 기준으로 광동제약 사업 비중 중 가장 큰 것이 음료사업이다. 2016년 제약사업 매출이 2008억원인데 음료사업 매출은 4355억원이나 된다. 음료사업이 제약사업 매출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특히 삼다수 매출이 1837억9400만원이나 된다. 음료사업 매출 중 삼다수 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2.2%다. 2016년 광동제약의 총 매출은 1조564억원이다. 광동제약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 단 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 육박한다.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잃게 되면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의 17.4%나 되는 실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취재에 응한 한 시장 관계자는 “생수 사업 규모가 커져버린 광동제약의 사업구조상 삼다수 사업을 잃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 중 광동제약이 가장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14년간 팔았던 농심 재등장 가능성

농심 역시 시장에서는 삼다수 입찰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힌다. 농심은 2012년까지 삼다수의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었다. 이번 입찰을 통해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되찾아 가려 하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전망과 달리 농심 측은 삼다수 입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직 회사차원에서는 삼다수 독점 유통권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향후 입찰 참여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보는 게 좋을 듯하다”고 했다. 농심의 이 관계자는 “(시중에 농심이 삼다수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업체의)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농심은 삼다수에 이어 생수시장 2위 업체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생수를 한국으로 들여와 ‘백산수’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10% 남짓이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2015년 2000억원을 들여 중국 공장을 준공했을 만큼 백산수 투자 규모가 크다”며 “백산수 브랜드를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라고 했다.

사실 삼다수 브랜드와 삼다수 유통사업에 아쉬움이 큰 기업이 농심이다. 농심은 1997년부터 약 14년 동안 삼다수를 전국에 독점 유통했었다. 삼다수가 생수시장 1위 제품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를 한 셈이다. 하지만 2011년 제주도개발공사와 갈등이 시작됐다. 제주도가 제주도개발공사의 설치조례를 ‘삼다수 유통 사업자를 수의계약에서 일반입찰 방식으로 변경’하자 이때까지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던 농심이 반발했다.

2011년 12월 결국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 설치조례 무효 확인 행정소송’과 ‘삼다수 공급중단 가처분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양측의 감정싸움이 법정 분쟁으로까지 격화됐다. 당시 농심은 제주도를 상대로 삼다수 사업과 관련해 4건의 민사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감정싸움을 넘어선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 간 법정 다툼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렇게 법적 분쟁이 한창이던 2012년 3월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사업권 입찰을 실시했고, 농심이 아닌 광동제약을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다. 양측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12년 11월 ‘삼다수 공급중단 사건’에 대해 대한상사중재원이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며 결국 농심이 삼다수 사업에서 손을 떼는 상황이 됐다. 다른 소송들 역시 대법원까지 이어졌을 만큼 농심과 제주도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 14년 동안 이어진 삼다수 사업에서 농심이 손을 떼기가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농심이기에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되찾기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농심 측은 “아직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들 가세 판도 변화 전망도

‘아이시스’ 브랜드로 생수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 역시 삼다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물론 시장 일각에서는 “제주도 측이 삼다수 경쟁 브랜드인 백산수와 아이시스로 생수 사업을 하는 농심과 롯데에 우호적이기 힘들 것”이라며 “경쟁자에게 독점 유통권을 주겠느냐”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식음료기업이 아닌 대형 유통사들이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국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영업망까지 촘촘하게 가진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뛰어들면, 그동안 식음료기업들이 주도하던 삼다수 입찰 전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제주도 소재 주류업체를 인수하는 등 제주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한 대형 유통사의 이름이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물론 이 대형 유통사 측 역시 “삼다수 독점 유통권 사업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밝혔다. 이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최근 제주도 관련 사업과 투자 규모를 늘리고, 또 우리 브랜드 PB제품 생수까지 판매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삼다수 입찰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같지만 관련부서에서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독점 유통권자를 새로 선정하는 이번 입찰은 ‘물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이 물 전쟁에서 살아남아 삼다수 독점 유통권을 손에 쥐는 기업은 그 즉시 생수시장 1위로 올라선다. 2000억원에 이르는 매출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제주도가 불을 지핀 2000억원짜리 삼다수 물 전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동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