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70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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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셀 코리아! 외국인들 심상찮네

7월 한 달 5247억… 8월 들어 6일 동안 2799억 순매도

photo 뉴시스
2017년 코스피 지수 폭등을 불러온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시장을 중심으로 숨이 찰 만큼 빠르게 상승했다. 코스피시장의 본격적 상승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결정한 지난 3월부터다. 지난 3월 10일 코스피 지수는 2097.35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 탄핵 결의와 검찰의 박근혜 구속이 현실화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은 ‘박근혜 리스크’로 불리던 정치적 불안 요인이 해소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결정은 코스피 지수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탄핵 후 첫 거래일이던 3월 13일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며 2117.59포인트를 찍었다. 쉽지 않을 것 같던 2100포인트를 탄핵 결정 후 첫 거래일에 가뿐히 넘었다. 이후 조기 대선과 함께 주식시장으로 외부자금이 강하게 유입됐다. 4월 26일 2207.84포인트를 기록하며 6년 만에 2200포인트 선도 넘었다. 5월 23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2311.74포인트를 찍으며 2300포인트까지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를 넘어서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고, 7월 13일 드디어 2409.49포인트를 기록하며 2400포인트까지 넘었다. 7월 24일에는 2451.53를 찍으며 최고점 기록을 새로 썼다.
   
   
   8월 3일 단 하루 4025억어치 순매도
   
   2017년 코스피시장의 폭등을 주도한 것은 단연 외국인투자자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017년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올해 주식시장이 개장한 1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 코스피시장에 쏟아부은 돈이 9조2495억7100만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8조2610억1800만원 넘게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기관투자자나, 역시 4조973억2200만원어치가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한 개인투자자들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올 상반기 9조2500억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코스피시장에 쏟아부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7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갑자기 한국 주식 팔기로 돌아선 것이다.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5247억4090만원이 넘는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런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도 열풍이 7월 한 달 벌어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 들어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도 행진이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8월 1일부터 8일까지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해 봤다. 거래일을 기준으로 단 6일밖에 안 되는 이 기간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무려 2798억8700만원어치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7월 이후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시장 역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3월 이후 뜨겁게 달아오르며 4개월 만에 2400포인트까지 급등했던 코스피 지수가 7월을 정점으로 정체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가 확인된 8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확연히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는 7월 13일 이후 한 번도 24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8월이 되자 코스피 지수 상황이 급변했다. 8월 3일 하루 40포인트 넘게 코스피 지수가 떨어지며 2400포인트 선이 무너졌다. 이날 하루 외국인투자자들은 4025억2100만원어치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날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는 정반대로 각각 101억8900만원과 3576억4600만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4025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이런 순매도 폭탄이 8월 3일 코스피 지수를 2386.85포인트로 끌어내렸고, 2400포인트대를 붕괴시켰다. 이후 8월 9일 현재까지 코스피 지수는 2300포인트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북한·트럼프發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가능성이 제기돼온 건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던 올 5~6월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기자 역시 지난 7월 17일자 ‘증시 폭등 주역 외국인들 한국 이탈해 중국으로?’란 기사를 통해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이탈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7월부터 시작된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이탈 이유로는 ‘커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단기 폭등한 한국 시장에서의 이익 실현 욕구 확대, 환율, IT·반도체시장 조정 가능성,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확정…’ 같은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이탈을 자극하고 있는 이런 요인들이 실제 7월 이후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 위기론’ 혹은 ‘8월 위기설’로 대표되는 북한 문제는 7월 이후 특히 심각한 리스크로 부상해 있다. 북한의 연이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핵 위협이 한반도 위기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각종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으로 불리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화성-14형의 비행거리가 각각 930㎞와 1000㎞, 비행고도 역시 2082㎞와 370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며 ICBM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 문제까지 더해지며 한반도 위기가 자본시장으로까지 빠르게 전이됐다.
   
   특히 지난 8월 초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통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까지 알려지며 한국 주식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한국에 알려진 직후인 8월 3일 하루 외국인투자자들은 4025억2100만원어치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 위협,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상황이 맞물리며 한국 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 약점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외국인투자자들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7월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한국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매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북한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전망하기 쉽지 않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감지됐을 때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한 방안”이라고 했다.
   
   물론 7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현상이 단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크다. 올해 상반기 단기간 급격하게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 사이 수익 중 일부를 이제는 회수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코스피 지수는 2026.46포인트로 폐장했다. 이랬던 코스피 지수가 올 7월 24일 2451.53포인트까지 상승했다. 7개월 반 만에 425.07포인트, 20.98%나 상승했다. 특히 코스피시장 주가총액 상위권에 있는 대형주들의 상승세가 컸다. 지난해 말 180만2000원이던 삼성전자 주식이 지난 7월 20일 256만원까지 급등했다. 상승률이 42.06%에 이른다. SK하이닉스 역시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말 4만4700원이던 SK하이닉스 주가가 7월 24일 7만3000원까지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63.31%를 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만 급등한 게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해 온 포스코나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상당수 대형주의 주가 역시 급등했다. 외국인투자자들, 특히 적극적 성향을 가진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2분기까지 목표한 수익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계 다이와증권 야마다 유키노 수석전략가가 이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로이터통신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가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목표 수익률을 2분기까지 충분히 확보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투자 사이클이 짧은 외국인투자자도 있다”며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수가 짧은 투자 사이클에 의해 움직이는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미 목표한 수익률에 도달했고, 투자 사이클이 짧은 자본이라면 굳이 리스크를 더 부담할 이유가 없다”며 “외국인투자자들뿐 아니라 한국 토종 자본 역시 이런 상황에서 수익 회수에 나서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고 했다.
   
   
   환율과 중국A주 MSCI 편입 예정
   
   7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현상에 ‘환율’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중순 한때 1달러당 1150원이던 원화 환율이 7월 중순 이후 8월 9일까지 1달러당 1110~11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24일과 27일에는 1달러당 1115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 이후 가장 낮게 형성되고 있는 환율 상황이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욕구를 키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는 간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장 특성상 원화 강세가 수출을 위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이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18년 5월부터 시작될 중국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역시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주간조선은 지난 7월 17일자 ‘증시 폭등 주역 외국인들 한국 이탈해 중국으로?’란 기사를 통해 이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은 전 세계 자본의 중국 주식 투자 비중 확대를 의미한다.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중국 시장 투자 확대용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금 유동화가 용이한 한국 시장을 통해 먼저 자금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현상이 이와 아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2017년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주가 급등 등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 활황을 주도한 게 외국인투자자들이다. 그런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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