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70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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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냉동인간 250구 해동하는 날이 올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미국의 냉동보존 서비스 업체인 ‘크라이오닉스’의 냉동인간 보관 시설. photo metrotimes.com
요즘 우리나라에서 냉동인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방영된 한 TV 프로그램에서 카이스트(KAIST) 정재승 교수가 ‘냉동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던진 게 발단이 되면서 정말 냉동인간이 부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사람들이 냉동인간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딱 하나, 무병장수다. 미래의 언젠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이 발견되면 냉동인간으로 보관했던 사람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생명체 전체를 장기간 얼렸다 해동한 사례는 없다. 과연 냉동인간은 무병장수의 꿈과 과학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할까.
   
   세계적으로 죽음에 이른 인간을 냉동보존 하는 회사는 4곳.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미국의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을 비롯해 디트로이트에 있는 ‘냉동보존연구소(The Cryonics Institute)’, 오리건주의 ‘크라이오닉스(Oregon Cryonics)’, 그리고 러시아의 냉동보존 회사인 ‘크리오러스(KrioRus)’ 등이다.
   
   
   발전하는 냉동보존술
   
   사람들이 냉동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냉동보존술(cryonics)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동보존술은 죽은 사람을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여 소생시키는 기술이다. 훗날 불치병이 정복되었을 때 냉동체를 녹여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시체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기보다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다. 이 기술을 이론적으로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다.
   
   그는 1962년 ‘냉동인간(The Prospect of Immortality)’이라는 저서를 통해 ‘냉동과 해동 과정에서의 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면 인체 냉동보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96도가 시체를 몇백 년 동안 보존하는 데 적합한 온도라고 제안했다. 이런 확고한 믿음 아래 그는 197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냉동보존연구소를 세웠다. 그의 첫 번째 냉동인간은 1977년에 사망한 그의 어머니였고, 2000년에는 자신의 두 아내를 냉동시켰다.
   
   사실 인류 최초의 냉동인간은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 박사다. 1967년 그는 폐로 전이된 신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영원한 생명을 위해 냉동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죽자 곧바로 냉동수술이 실시됐고 이후 베드포드의 냉동체에서 수염이 자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냉동인간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높였다.
   
   현재 냉동 상태로 보존된 채 ‘완전 사망’을 거부하는 사람의 수는 250구에 달한다.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에만 150여구의 ‘시체’가 냉동된 채 부활을 꿈꾸고 있고, 1500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 상담을 받고 있다. 알코르는 고객을 ‘환자’, 사망한 사람을 ‘잠재적으로 살아있는 자’라고 부르는데 고객 중 25% 이상이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에틴거 박사의 말대로 인간의 냉동보존이 가능하다면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너무도 화려한 미래가 준비된다. 불치병이 정복된 미래에 해동된다면 불치의 병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한 번도 해동된 인간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냉동인간 기술에 대해 비판적이다. 엄청난 돈을 받고 냉동인간을 만들어 보관해주는 사업은 현대의 과학을 이용한 ‘상술’ 또는 ‘사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물론 냉동인간 기술에 희망을 거는 측면도 없지 않다. 냉동인간은 현대 의학기술로도 손을 쓰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생명연장법’은 암, 백혈병, 에이즈 등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후의 ‘과학적 지푸라기’ 같은 것이다. 대체 냉동인간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기에 이렇듯 반신반의하는 걸까.
   
   
   냉동·해동 과정서 세포 손상
   
   197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의 경우 ‘고객’이 불치병으로 사망하면 즉시 시신을 얼음통에 집어넣고,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폐소생기를 사용하여 호흡과 혈액순환 기능을 복구한다. 이어 몸속의 혈액을 모두 뽑아내고 특수 부동액으로 대체한다.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며칠 뒤 시체를 영하 196도에서 급속냉동해 보존한다.
   
   이러한 인체 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뇌를 냉동 상태에서 제대로 보존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해동 상태가 된 뒤 뇌의 세포를 복구하는 기술이다. 세포를 낮은 온도에서 얼리면 생체시계가 멈춰 세포가 늙지 않는다는 점만 보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정자은행의 정자도 이런 방식으로 보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피가 작아 빠르게 얼릴 수 있는 정자와 달리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로 이뤄진 사람은 냉동하는 과정에서 뇌세포 등 신체 곳곳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설사 깨어나더라도 기억이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2030년쯤 세포를 수리하는 나노로봇이 개발되면 늦어도 2040년까지는 냉동보존했다가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얼린 몸을 녹이는 일이 쉽지 않아 다시 살려내는 일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급속냉각보다 한 수 더 어려운 급속해동은 그 기술이 아직 거론 단계다. 냉동인간을 녹일 때는 영하 196도에서 서서히 온도를 높이며 시신에서 부동액을 빼내고 혈액을 몸에 다시 투여해야 한다. 문제는 해동 과정에 형성되는 얼음의 ‘결정화’ 현상이다. 영하 130도부터는 시신 내부에 남아 있는 수분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을 만들면서 세포를 파괴해 신체에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어떤 생물학자는 “최초로 해동을 시도하는 날이 곧 인간 냉동보존술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영원히 살고 싶은 인류의 오랜 꿈이 이뤄진다면 인류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연의 섭리대로 죽는 게 행복할까. 정재승 교수는 ‘냉동인간’을 ‘영생의 삶’보다는 죽음도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원한 삶과 죽음의 귀로에서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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