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의 마린시티. ⓒphoto 김종호 조선일보 기자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의 마린시티. ⓒphoto 김종호 조선일보 기자

8·2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 25개구와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만 대상), 이 중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은 서울 11개구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만 대상)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부활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정작 부산이 빠진 데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부동산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된 지가 상승과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에 있어서 부산은 줄곧 수위를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청약경쟁률 5 대 1 이상(투기과열지구) 및 주택가격상승률(투기지역) 등 지정을 위한 정량적 조건은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부산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투기과열지구,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투기지역에서 모두 제외됐다.

국토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올 상반기 전국 시도별 지가변동률에서 부산은 2.88%가 올라 세종시(3.0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5개구(區) 모두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2.10%)보다 지가상승률이 오히려 앞섰다. 부산의 지가상승률은 시군구별로 미세하게 접근할 경우 더욱 확연해진다. 부산 해운대구는 올 상반기 지가변동률 4.39%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이 밖에 부산 수영구(3.39%), 부산 남구(3.20%), 부산 동래구(3.09%)는 올 상반기 지가변동률 상위 5개 지역에 모두 포함됐다. 상위 5개 지역에 든 다른 시군구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신설 등의 호재로 2위를 기록한 경기도 평택시(3.79%) 한 곳이 유일했다. 상위 5개 지역을 부산 지역 시군구가 대부분 싹쓸이한 것이다. 국토부는 “부산 해운대구는 센텀2지구 등 개발사업 진척과 주거 및 상업용지 투자 수요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의 땅값 폭등세는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땅값이 4.17%가 올라 제주도(8.33%)와 세종시(4.78%)에 이어 시도별 지가상승률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 2.70%와 서울 지역 지가상승률 2.97%보다 역시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지난해 시군구별 지가상승률 역시 부산 지역의 개발 호재가 집중되는 부산 해운대구는 7.41%, 바로 옆 부산 수영구는 4.87%가 올라 각각 시군구별 3, 4위 자리에 올랐다.

부산 지역의 부동산 상승세는 지난 5월 발표한 개별공시지가 변동률을 보면 더욱 확연하다. 국토부가 지난 5월 31일 공시한 개별공시지가에서 부산은 무려 9.67%가 상승해 제2공항 신설 등 개발 호재가 있었던 제주(19%)에 이어 시도별 개별공시지가 상승 2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 5.34%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로, 서울 지역 개별공시지가 상승률(5.26%)보다도 높다. 부산은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역시 7.33% 상승해 전국 평균(5.08%)은 물론 서울(4.08%)보다도 높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주택정책을 투명화한다며 최초 도입한 ‘아파트(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를 확인해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에 따르면, 2006년 1월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100으로 봤을 때 서울 전역은 2017년 5월 기준으로 162.7로 62.7%가 올랐다. 부산의 같은 기간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211.2로 2006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도 부산 11.64%로 서울(10.64%)보다 높다. 심지어 부산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 가격지수(211.2)는 정부가 늘상 투기세력의 진앙지로 지목하는 서울 동남권(149)보다도 높다. 결국 지난 10여년간 아파트 가격상승을 주도한 진범(眞犯)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서울이 아닌 부산이란 얘기다.

부산 민심 이반 우려 때문?

하지만 지난 8월 2일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8·2부동산종합대책’에서 부산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모두 열외됐다. 반면 지가상승률이나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에서 부산보다 한참 떨어지는 서울은 25개구 모두가 투기과열지구로, 그중 11개구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됐다. 쪽방촌 등 불량주택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영등포구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에 지정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현재 부산은 16개 구·군(郡·기장군) 가운데 7개구와 군이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있는 것이 전부다. ‘조정대상지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3일 발표한 ‘11·3부동산대책’에서 도입한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분양 시 1순위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표한 ‘6·19부동산대책’에서도 부산은 기존의 ‘조정대상지역’인 해운대구·수영구·남구·연제구·동래구 등 기존 5개구에 ‘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추가되는 데 그쳤다. ‘조정대상지역’은 LTV와 DTI가 40%로 공히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과 달리 LTV와 DTI가 각각 10% 하향 적용되는 데 그친다. 그만큼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여지가 있다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 구입 시(3억원 이상)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도 제출해야 하고, 투기지역은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돼 현금부자를 제외하고는 돈줄을 틀어막은 상태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을 의도적으로 열외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다. 현역 의원 시절에는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두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도 현재 부산 영도구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5·9대선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38.7%의 득표율로 32%를 득표하는 데 그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서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산시장 선거 차출이 유력하다. 김영춘 장관은 부산진구 갑(甲)을 지역구로 하는 현역 의원(3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차기 지방선거 때 승산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부산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이중으로 묶어 부산 지역 아파트 주민들의 민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주택 자가점유비율은 61.3%로, 전국 평균(56.8%)은 물론 서울(42.1%)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주택대출 강화나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할 경우 곧장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조건이 형성돼 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지역도 과거보다 규제를 강화했고, 부산은 6·19 대책 이후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없고, 시장이 과열되고 서민주거가 불안해지면 부산도 당연히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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