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71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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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8·2 설계자’ 김수현 수석의 책으로 본 부동산 정책

▲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photo 주완중 조선일보 기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8월 3일 청와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가졌다. 전날인 8월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8·2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한 직후였다. 청와대에서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도 아니고,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홍장표 경제수석도 아닌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 사회수석이 부동산대책 브리핑에 나선 것은 뭔가 어색했다. 마치 경제부총리가 주관한 일에 사회부총리가 나서서 브리핑을 하는 모양새와 비슷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할 텐데 저도 잘 모르겠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주택시장을 단기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8·2부동산종합대책’의 막후 설계자가 누구인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덩달아 김 수석이 집필한 책은 문재인 정부 향후 5년간 부동산 정책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필독서가 됐다. 기자회견 말미에 김수현 수석이 “제 책 소개를 해도 될까요”라며 그가 집필한 ‘부동산은 끝났다’(2011)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란 책 2권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면서다.
   
   이 중 화제가 되는 책은 ‘부동산은 끝났다’다. 공저자로 사실상 이름만 올린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와 달리 2011년 펴낸 ‘부동산은 끝났다’에는 그의 부동산에 관한 평소 생각이 온전히 녹아 있다. 김수현 수석이 노무현 정부에서 4년 반 동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환경부 차관으로 공직을 마친 뒤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로 있을 때 펴낸 책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표 부동산 정책인 ‘종합부동산세’의 탄생비화(秘話)를 비롯해 각종 일화들이 많이 소개된다. 이 와중에 종부세의 설계자인 이장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파워게임도 잘 드러난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성찰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8·2부동산대책에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한 단초도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 수석은 저서에서 “노무현 정부 말 DTI를 도입하면서 소득 중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비율을 제한하면서 더 큰 위험을 방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DTI나 LTV와 같은 금융규제는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라며 “경기가 나쁘다고 이들을 완화해서 돈을 더 빌리게 해주라는 것은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시장으로 이들을 내모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결국 김 수석의 지적대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LTV와 DTI 비율은 8월 3일부로 각각 40%로 강화됐다.
   
   
   보유세 인상 카드 안 뽑은 이유
   
   8·2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곳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제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매년 10조원씩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김 수석은 책에서 ‘한국식 주거복지, 싼 집을 보호하라’며 소위 ‘싼 집’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낸다. 김 수석은 책에서 “전세난 월세난에 지친 우리들로서는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서민층 주거비는 선진국에 비해 분명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핵심 원인으로 김 수석이 꼽는 것은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와 판자촌과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대변되는 한국 특유의 저렴한 주택들이다.
   
   김 수석은 “1980년대까지 판자촌이 서민들의 주거안전망 기능을 했다면 판자촌이 재개발로 사라진 다음에는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그 기능을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북 영덕 출신으로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판자촌 철거 반대운동과 빈곤 연구를 주로 하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주로 활동한 그의 이력이 반영된 생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8·2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끝까지 빼들지 않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와 보유세 인상카드는 어떻게 될까. 김수현 수석은 책에서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의 빅딜’을 누차 제안해왔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과 임대소득세 납부를 조건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일반 양도세율로 조정하는 등의 제안이다. 8·2부동산대책에서도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임대소득세를 납부할 경우 양도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유도하되, 등록을 강제하는 방안은 제외했다. 다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고 납세의무는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되 저조할 경우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보유세 인상 역시 현재 LTV, DTI, 양도세 등 거의 모든 조치를 꺼내든 정부가 남겨둔 거의 유일한 조치다. 그의 책에서는 보유세에 대한 혼재된 시선이 엿보인다.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라는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모두가 내 집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란 현실에도 눈을 감지 않는다. 아무리 집값이 저렴해도 모두가 집을 살 수는 없다. 결국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인상은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돼 서민 주거의 핵심인 전월세 비용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서양속담이 딱 들어맞는 말로, 부동산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모든 정부 당국자들이 가장 고민해온 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한 보유세 인상은 결국 집값 상승과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끝난 전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김 수석 역시 이 같은 고민 때문에 막판까지 보유세 강화 카드를 뽑아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수석이 쓴 ‘부동산은 끝났다’는 2011년 출판 당시 과격한 제목으로 주목을 끌며 정책을 다룬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7쇄를 찍어내는 등 책 판매에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은 끝났다’란 책 제목과 달리 2011년 책 출판 이후에도 대한민국 부동산은 계속 올랐다. 싼 집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겨가려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욕망과 본능을 거스르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수현 수석의 ‘부동산 10계명’
   
1 ‘집의 생애 계획’을 세우라.
   2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말라.
   3 집 사는 데 빌리는 돈은 연소득의 5배를 넘지 말자.
   4 전세 보증금 대출제도를 이용하자.
   5 공공임대주택을 노려라.
   6 부동산 언론에 속지 말자.
   7 집은 과시적 소비재가 아니다.
   8 집은 오래 썼다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고치며 살자.
   9 집은 이웃과 동네의 일부다.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자.
   10 부동산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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