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던 ETF 100개 상장 기념식 모습. ⓒphoto 뉴시스
2011년 7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던 ETF 100개 상장 기념식 모습. ⓒphoto 뉴시스

4월 이후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6월 12월 29일 2026.46포인트로 폐장했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 7월 24일에는 사상 최고점이던 2451.53포인트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21%나 급등했다. 8월 외국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을 불러온 북한 리스크가 불거져 2400포인트 선이 무너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8월 23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2366.4포인트를 기록하며 2300포인트 선을 이탈하지 않고 있다.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점과 비교해 낮아지긴 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보다 16.8%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주식시장의 이 같은 활황세가 이어지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다.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주가가 빠르게 올라 버린 주식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블루칩으로 불리는 업종 대표주들과 코스피200에 포함된 대형 우량주들은 물론, 심지어 그동안 장기 소외돼왔던 중소형 저평가 주식들의 주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또 코스피 지수 상승과 함께 그동안 외면받아 왔던 펀드시장에서도 수익 회수를 내세운 환매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2010년대 초 이후 상당수 펀드들이 수익률 악화로 고민해왔다. 올해 나타나고 있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이렇게 속을 끓이던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회복의 기회가 되고 있다. 수익률이 회복되자마자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섰고, 이렇게 펀드시장을 탈출한 자금들이 투자시장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채 다른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ETF시장 30조원대 육박

2017년 투자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특히 주목받는 게 ETF다. ETF도 펀드의 한 종류다. 하지만 증권사나 은행, 보험사 등에서 가입(투자)하는 일반적 펀드들과는 다른 상품이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피200 같은 ‘시장 지수’, 혹은 반도체·금융·자동차 같은 각종 산업군(群), 또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국 대표 그룹의 계열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묶거나 금·석유·곡물 등 원자재 상품의 가격을 지수화한 ‘특정 지수’들을 추종하게끔 설계·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ETF다. 이것만 보면 마치 인덱스펀드(Index Fund)와 뮤추얼펀드(Mutual Fund)를 섞어놓은 듯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ETF는 인덱스펀드나 뮤추얼펀드와는 확연히 다른 투자 대상으로 분류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ETF도 펀드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펀드들처럼 은행이나 증권사 등 시중 금융사에서 거래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ETF는 기업들이 발행한 주식처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투자 상품이다.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는 물론이고 개인들도 개별 주식을 거래하듯 주식시장을 통해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이 점에서 ETF는 펀드와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사실 ETF가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2년 처음 한국 자본시장에 등장했으니, 한국 ETF시장의 역사는 15년에 불과하다. 2002년 삼성투자신탁운용(현 삼성자산운용)과 LG투자신탁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네 곳의 투신사가 ‘코스피200’과 ‘코스피50’을 기초로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한 4개 상품을 내놓은 것이 한국 ETF시장의 시작이었다. 당시 ETF시장의 총 자산은 4770억여원 규모에 불과했다. 이렇게 시작된 ETF시장 규모가 지난 8월 1일 28조87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가 곧 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과 지수 복제하는 ETF

ETF의 핵심은 ‘시장과 지수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복제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 혹은 추종하는 지수가 10% 오르거나 내린다면 ETF의 수익률 역시 10% 상승하거나 10% 하락하도록 설계·운용’하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ETF의 수익률은 반드시 지수의 변동 폭과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나 코스피200처럼 시장 지수를 추종하도록 만들어진 ‘시장지수형 ETF’의 경우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변동 폭과 비교해 수익률이 ±1% 정도 차이가 나도록 운용되고 있다. 지수 변동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올해 1년 동안 코스피200 지수가 10% 상승했다면 시장지수형 ETF의 수익률은 연 11%쯤 되도록 만든다는 말이다.

모든 ETF를 추종하는 지수의 변동폭과 비교해 수익률이 ±1%쯤 차이 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처럼 특정 그룹의 계열사들을 묶어 지수화한 ETF, 또 반도체·전자·금융·자동차 등 특정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을 묶어 지수화한 ETF들을 일반적으로 ‘섹터·스타일 ETF’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섹터·스타일 ETF들은 추종하는 지수 변동 폭과 비교해 수익률 차이가 ±2%쯤 되도록 만든다. 시장지수형 ETF보다 변동성과 투자 위험성이 크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ETF의 경우 시장지수형 ETF나 일반적인 섹터·스타일 ETF보다 훨씬 큰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수의 변동 폭보다 수익률의 변동 폭이 2~3배 이상 더 크게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점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ETF가 앞서 말한 ETF들보다 변동성과 투자 위험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시장이 투자자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게 되면 손실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인버스(Inverse)형 ETF도 있다. 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ETF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가 1년 동안 -10%만큼 하락했다면 인버스형 ETF는 반대로 연 10%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인버스형 ETF도 레버리지형 ETF처럼 시장이 투자자의 예측과 다르게 움직이면 손실 폭이 더 커진다는 약점이 있다.

투자처로서 ETF의 장점은 ‘분산투자’다. ETF는 그 자체로 분산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도록 만들어진 ETF 상품 하나를 매수하면 코스피200에 포함된 100여개 이상 주요 우량기업 전체에 골고루 투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 주당 200만원이 훨씬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나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묶어 투자하는 ETF 상품 하나를 매수하는 것으로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이나 원유, 농산물 등 개인이 투자하기 힘든 상품도 ETF를 통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다.

이런 ETF에 올해 들어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상황만 보면 상당수 개별 주식들의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 증가, 또 환매를 통해 펀드시장을 이탈한 자금 증가로 인한 유동성 확대 같은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 개별 주식 투자 때보다 낮은 위험성과 펀드보다 높은 수익성 역시 ETF 투자 증가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상위 10개 수익률 50~60% 육박

그렇다면 이 같은 ETF 상품들의 올해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기자가 ETF 상품들의 2017년 수익률을 확인해 봤다.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ETF는 총 295개(펀드평가사 제로인 기준). 이 중 지난 1월 2일부터 8월 16일까지 수익률 확인이 가능한 ETF는 253개에 이른다. 이 253개 ETF 중 1월 2일부터 8월 16일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ETF가 213개나 된다. 8월 16일을 기준으로 올해 수익률 1위는 TIGER200IT레버리지상장지수(이하 ETF)다. 올해 수익률이 59.88%에 이른다. 올해 8월 16일까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15.88%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4배 가까이 높다.

신흥국 기업들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TIGERMSCIEM레버리지ETF가 2위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47.35%에 이른다. 3위는 TIGER200에너지화학 레버리지ETF로 역시 같은 기간 수익률이 43.33%나 된다. 4위는 인도 기업들에 투자하는 TIGER인도레버리지ETF로 41.54%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5위는 TIGER레버리지ETF로 수익률은 37.16%에 이른다. 8월 16일을 기준으로 올해 36.6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ARIRANG200선물레버리지ETF가 6위이고, 수익률 36.6%의 수익률을 올린 KINDEX레버리지ETF가 근소한 차로 7위였다. 이들 외에 올해 수익률이 각각 36.29%와 36.28%인 KOSEF200선물레버리지ETF와 KBSTAR200선물레버리지ETF가 8위와 9위였다. 10위권 마지막 ETF는 수익률 36.03%인 KODEX레버리지ETF였다.

현재까지 수익률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ETF는 단연 레버리지형 ETF들이다. 수익률 10위 안에 든 ETF 모두 추종하는 지수 변동 폭보다 수익률이 2~3배 이상 더 크게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진 ETF들이라는 의미다. 레버리지형 ETF가 아닌 일반적 형태의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증권사들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KODEX증권주증권 ETF다. 올해 수익률이 35.02%로 전체 ETF 중 수익률이 11번째로 높았다.

투기 아닌 투자 상품으로 접근해야

이 같은 ETF 수익률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투자가 증가하면서 투기적 성향 또한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분산’과 함께 ETF 투자의 장점으로 꼽혀온 것 중 하나가 ‘안정성’”이라며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지수가 급등한 최근에는 ETF 투자에서도 개별 주식 투자에서처럼 ‘짧은 시간 안에 위험 대비 더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추종하는 지수 변동 폭과 비교해 2~3배 높은 수익을 좇게끔 만들어진 레버리지형 ETF들의 거래량이 빠르게 동반 증가하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올해 봄부터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며 상당수 개별 주식들의 주가도 빠르게 상승했다.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 사이 투자 대상을 찾기가 이전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 사이 ETF가 부상했다. 수익률 최상위권 ETF들이 50~60%에 육박하는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위험성이 크지만 높은 수익을 좇게끔 만들어진 ETF들로 투자금이 대거 몰려드는 거래 쏠림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ETF 투자는 대박을 좇는 투기의 대상이 아닌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한 투자 상품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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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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