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73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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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세계’의 인천 再상륙작전

▲ 신세계와 롯데의 인천대전을 촉발시킨 인천 관교동 인천종합터미널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photo 이동훈
신세계가 지난 8월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청라지구 복합쇼핑몰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인천 부평구에 비상이 걸렸다. 신세계는 오는 2021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스타필드 청라’를 개관할 예정이다. 당초 부평구가 부평시장 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건립을 막으려던 경기도 부천시 상동영상문화단지의 신세계백화점 부지면적은 3만7000㎡에 불과했다. 스타필드 청라는 부지면적만 16만3000㎡에 달한다. 하남 스타필드(11만7990㎡), 고양 스타필드(9만1000㎡)보다도 크다. 스타필드 청라는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있고, 2014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도로(봉오대로)로 부평에서도 불과 15분 거리다.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은 당초 신세계가 부천에 백화점을 건립하려 하자 인천 지역의 나머지 9개 군수(강화군·옹진군)·구청장과 연대해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을 결사반대해왔다. 인천지역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인 조윤길 옹진군수는 지난해 9월 “부천 신세계가 입점하면 인천 지역상권이 붕괴된다”고 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건축허가 전날인 8월 17일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앞으로 중재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다음날 인천시가 지휘감독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부천 신세계백화점보다 더 큰 ‘스타필드 청라’의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게 됐다. 신세계가 부천 상동영상문화단지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부터 일찌감치 백화점 건립에 나섰다면, 그보다 더 큰 청라지구 복합쇼핑몰 건립은 적어도 상당 기간 유보될 수 있었다. 신세계는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이 지지부진하던 지난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신세계가 ‘스타필드 청라’로 인천에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붓게 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월, 현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롯데 측에 빼앗기면서다. 인천 남구 관교동의 인천터미널 일대는 신세계가 지난 20년간 공들여 키운 인천 최대 상권이다. 신세계는 1997년 남구 용현동에 있던 버스터미널을 현 위치로 이전함과 동시에 터미널 부지를 임차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개관하면서 인천에 상륙했다. 2012년에는 기존 백화점(현 신세계인천점 본관)과 인천터미널 사이를 대규모로 증축해 지난해 기준 연매출 6711억원 규모의 인천 지역 최대 백화점으로 키워냈다. 버스터미널 연계 쇼핑몰은 신세계의 전통적 출점 전략이다.
   
   하지만 인천시가 재정난 타계를 목적으로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 측에 팔아넘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단행한 일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남긴 막대한 부채를 청산한다는 목적이었다. 현재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4선)으로 있는 송영길 전 시장과, 인천 중·동·강화·옹진 국회의원(3선)으로 있는 안상수 전 시장은 1999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부터 충돌해온 ‘18년 앙숙’이다.
   
   인천시가 백화점 부지를 돌연 경쟁기업인 롯데에 팔아넘기자 신세계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로서는 1997년부터 수십 년간 공들여 키운 상권을 롯데 측에 모조리 넘겨줄 위기였다. 원칙적으로는 기존 백화점 계약이 2017년 종료되더라도 2012년 새로 증축한 부분은 오는 2031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백화점과 증축된 백화점이 하나의 백화점처럼 연결돼 있는 마당에 롯데와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지 소유주인 롯데 측에 영업비밀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도 있었다.
   
   이에 신세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패소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상도의(商道義)상 문제가 있는 결정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 지역의 유일한 영업거점을 잃을 위기에서 신세계가 대체지로 물색해온 곳이 경기도 부천의 상동영상문화단지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였다. 특히 부천시와 아직 부지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부천 상동영상문화단지와 달리, 청라지구는 2011년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투자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2013년 12월 미리 쇼핑몰 건립용 부지를 확보해둔 상태였다.
   
   ‘스타필드 청라’가 오는 2021년까지 입점할 청라지구는 비록 행정구역은 인천 서구에 속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행정관할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행사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측은 “청라국제도시는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는 경제자유구역이자 상업진흥구역이어서 건축허가를 내주게 됐다”며 “신속한 입점을 요구하는 청라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인천터미널 부지에 대규모 롯데타운도
   
   신세계의 ‘스타필드 청라’ 조성에 맞서 롯데도 오는 11월 19일 신세계로부터 인천터미널 부지를 넘겨받는 즉시, 대규모 롯데타운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5년에는 인천터미널 바로 옆 구월동 농수산도매시장 부지까지 인수했다. 롯데는 두 부지를 아울러 터미널과 쇼핑몰·주상복합이 어우러지는 ‘롯데타운’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천터미널 롯데타운을 오는 2018년 송도신도시에서 완공 예정인 ‘송도 롯데몰’과 함께 인천지역 대표 쇼핑몰로 재편할 계획이다.
   
   롯데의 이 같은 인천지역 상권 재편 계획이 가시화되면 인천 부평구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롯데가 인천터미널 부지를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롯데 측의 인수조건으로, 상권이 겹치는 인천·부천 지역의 기존 백화점 2곳을 인천터미널 인수 6개월 이내에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신세계가 빠지면서 롯데가 인천·부천 지역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인천·부천 지역에 있는 기존 3개의 롯데백화점 가운데 가장 매출이 떨어지는 롯데백화점 부평점과 인천터미널에 새로 조성될 롯데타운과 상권이 겹치는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유력 매각대상으로 꼽혀왔다. 롯데백화점 부평점과 인천점은 지난해 기준 매출이 각각 1119억원과 1863억원에 불과하다. 롯데가 GS백화점 중동점을 인수해 2010년부터 운영해온 롯데백화점 중동점(부천)은 상권도 이격돼 있고, 매출도 2817억원으로 선방해왔다. 롯데가 동아건설 소유의 동아시티백화점을 인수해 1999년부터 운영한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매출이 전국 69개 백화점 가운데 꼴찌로, 사업구조조정 대상 0순위로 꼽혀왔다.
   
   부평구의 유일한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2003년 현대백화점 중동점(부천) 개점과 동시에 폐점한 현대백화점 부평점(현 2001아울렛 부평점)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공산이 크다. 정치권에서 지역상권 보호를 외쳐도 소비자들은 더 크고 쾌적한 쇼핑몰을 찾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인천 부평구는 옆 동네 부천의 백화점 건립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다가, 정작 자기 앞마당 인천에서 펼쳐질 신세계와 롯데의 고래싸움에 등 터질 일만 남았다. 한자성어에 ‘피장봉호(避獐逢虎)’란 말이 있다. ‘노루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난 격’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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