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76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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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네이버도 카카오도 AI 스피커에 목매는 이유

▲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
지난 9월 18일 오전 11시, 한데 모여 앉은 청년들에게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돼?” “안 돼.” “나도.” 청년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앱 화면. 청년들은 카카오톡에서 얼마 전 서비스를 시작한 주문생산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접속하려던 참이었다. 이날 주문받기 시작한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한정 생산되는 이 스피커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카카오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40분 넘게 마비됐다.
   
   카카오 미니 이전에는 ‘네이버 웨이브’가 있었다. 지난 8월 8일 네이버는 AI 스피커 웨이브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3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미처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성화로 지난 9월 14일에 2차 판매 행사까지 열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AI시장은 SK텔레콤과 KT 등 주요 통신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양대 인터넷 포털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요즘 글로벌 IT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제품이 바로 AI 스피커 시장이다. AI 스피커는 음악을 듣는 음향기기에 그치지 않는다. AI 음성비서 제품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다. 음성 인식을 통해 제품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아마존의 AI 음성비서 ‘알렉사(Alexa)’가 탑재된 AI 스피커 ‘에코’를 사용해 보자. 에코는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영어 서비스만 제공한다. “에코,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들려줘”라는 명령은 기본이다. “내일 아침 8시에 알람을 울려줘”라거나 “뉴욕 양키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결과를 알려줘”라는 물음에도 척척 답을 한다.
   
   사실 에코의 기능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최신 스마트폰에는 이런 음성비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이 2011년 10월 애플의 운영체제 iOS 5에 처음 탑재한 ‘시리(Siri)’가 시작이었다. 굳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시리, 엄마에게 전화해줘”라고만 말하면 전화를 걸어주는 음성비서 기능은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곧바로 다른 IT 기업도 AI 음성비서 기술을 내놓기 시작했다. 구글이 ‘구글 나우(Google Now)’를 개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타나(Cotana)’를 만들었다. 구글 나우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서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로 업그레이드됐다. 삼성에서도 2017년 출시된 ‘갤럭시 S8’부터 ‘빅스비(Bixby)’를 탑재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에서도 자체 AI 음성비서 기능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포화상태 스마트폰시장 AI로 돌파구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AI 음성비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에는 스마트폰시장의 상황을 들 수 있다. 2014년부터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연 40% 이상 성장하던 시장이 2015년에는 10%대로 성장 속도가 느려지더니 지난해에는 3.3%에 그쳤다. 웬만한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 차별화 지점이 바로 AI 음성비서 기술이 된 것이다.
   
   AI의 특성상 사용자가 많을수록 AI 기능은 발전한다. 제조사마다 AI 음성비서의 작동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애플의 시리는 막대한 데이터 중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최적화된 답변을 찾는 시스템이다. 구글은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해 실시간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확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AI 음성비서 기능은 누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점령하느냐에 따라 더 발전할 수도, 그대로 도태할 수도 있는 게 특징이다.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미래 시장의 강자가 되느냐를 좌우한다. AI 기술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 AI 음성비서 기능에서 시작한 AI 기술이 이제 AI 스피커로도 옮겨붙었다.
   
   AI 스피커는 맨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조금 더 기능이 진화된 스피커 정도로 인식됐다. 2014년 아마존(Amazon)이 첫 AI 스피커 에코(Echo)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에코의 AI 소프트웨어, 알렉사(Alexa)를 오픈 플랫폼으로 개방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나 에코를 이용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알렉사를 활용해 개발된 기능은 130여개에 불과했는데 올해 2월에는 1만개를 돌파했다. 에코로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하거나 우버(Uber)를 호출할 수 있고 아마존 쇼핑도 가능하다. 아예 알렉사를 탑재한 신제품을 개발해 발표하는 기업도 늘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Ford)가 자동차 내부 시스템에 알렉사를 탑재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의 기능을 음성으로만 제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IT 업계에서는 AI 스피커가 단지 음향기기가 아니라 AI 음성비서 기능을 온전히 구현하는 최첨단 IT 기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연히 글로벌 IT 기업이라면 누구나 AI 스피커 시장 개척에 뛰어들게 됐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아마존에 약간 뒤처졌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검색엔진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AI 음성비서 시장을 공략해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아마존 에코와 비슷한 스피커형 AI 음성비서 기기 ‘구글 홈’을 출시했다. 구글 홈은 출시되자마자 월스트리트저널, CNN 같은 미디어 기업은 물론 쇼핑 앱, 어학학습 앱, 여행정보 제공 사이트 등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20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1억달러(약 2조46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자면 아마존과 구글의 AI 스피커 경쟁은 마치 IT 기업들이 초창기 인터넷 공간에서 점유율 싸움을 벌이던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금까지는 모니터 화면 속에서 누가 온라인 세계의 강자가 되느냐를 두고 다퉜다면 지금부터는 현실 세계에서 누가 사물인터넷(IoT) 세상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강자로 자리 잡을 것이냐를 두고 다투는 형국이다. 키보드나 터치패드 사이의 경쟁이 음성인식 경쟁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조성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의 설명이다.
   
   “AI 음성비서 기술은 AI 스피커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이 됐다. 그러나 AI 음성비서 기술이 스마트폰 밖으로 나오면서 오히려 IT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에서 AI 음성비서로 이전해가는 상황이다. 아마존 에코가 나오면서 스마트폰으로 사물인터넷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줄어들고 음성비서를 통해 사물인터넷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AI 음성비서 시장을 잡아라
   
   자연히 한국의 IT 기업도 이 같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AI 음성비서 ‘빅스비’에서 시작한 AI 음성비서 경쟁은 국내 양대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스피커 경쟁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출시된 네이버 웨이브와 카카오 미니는 모두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것으로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네이버 웨이브는 1, 2차 시범 판매 행사를 통해 1만대를 팔았지만 카카오 미니는 첫 판매 행사에 3000대만을 판매했다. 이후 판매 계획도 뚜렷이 밝혀진 바 없다. 이들 두 기업의 목표가 스피커를 많이 판매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노림수는 SK텔레콤이 선점한 AI 스피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있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는 이미 지난 5월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서비스 ‘티맵’에도 탑재돼 시장점유율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와 최대 SNS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카카오가 확보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AI 음성비서 시장을 장악하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두 회사는 각 AI 음성비서 기능을 내놓자마자 여러 제조업체와 제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LG전자, 도요타 등과 제휴해 네이버의 AI 음성비서 ‘클로바’를 탑재하기로 했다. LG 전자에서 출시될 AI 스피커에 ‘클로바’가 탑재될 전망이다. 이 스피커는 LG전자의 가전 기기를 모두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LG전자의 제품에서 네이버의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공기청정기에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를 연동시켜 자동으로 제품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와 손을 잡았다. 지난 9월 15일 출시된 현대차의 신차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의 AI 음성비서 ‘카카오아이’가 탑재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G70에서 카카오아이는 단순히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의 편의시설을 찾아주고 차의 여러 기능을 제어하는 등 본격적인 AI 음성비서로 작동한다.
   
   인터넷상의 네이버와 카카오의 또 다른 전쟁이 인터넷 밖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음성비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곧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OS가 구글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구글 어시스턴트의 국내 경쟁력이 두 포털의 AI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선 수석은 이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방하고 글로벌 IT 기업과 연합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은 누가 AI 음성비서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누가 다양한 업체와 손을 잡고 자신의 기술을 더 많이 심느냐에 다음 IT 시장의 선두주자가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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