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동면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강원도 춘천시 동면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9월 18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만천리. 차를 타고 카페가 몰린 언덕 위 길을 달리다 보니 길 양옆으로 특이한 모습을 한 건물 몇 동이 보였다. 구봉산 자락을 따라 깎아서 만든 양지 바른 언덕 위에는 초록빛 잔디밭이 깔린 건물 지붕이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구불구불 휘어져 있었다. 검은 육면체 모양의 건물 여럿이 겹친 형태의 건물 위로는 철제 울타리가 쳐진 모습이 보였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견학차 왔다”고 하자 그는 “여기는 회사라 외부인 출입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

이 건물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閣)’이다. 네이버 포털을 운영하기 위한 서버, 전용회선, 정보 저장창고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하자면 네이버 정보를 저장하는 ‘뇌(腦)’이자 데이터가 오고가는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곳의 면적은 5만4229㎡(약 1만6000평), 현장 근무 인원 수는 대외비다. 2013년 6월 개관했다. 이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공간인 경남 합천의 해인사 장경각에서 따왔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정보통신(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아 통합 관리하는 시설이다. 쉽게 말해 서버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가동돼야 하고 여러 서버와 기기, 장비들이 고도로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전력소비량과 열량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킬 수 있는 냉방수단이 중요하다.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춘천시에 들어선 이유도 전력소비량과 연관이 있다. 춘천은 남부나 수도권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낮다. 근처에 소양강댐이 있어 수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끌어오기에 유리하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회사의 내부 기밀을 비롯해 사용자들의 엄청난 정보들이 데이터센터에 보관되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면서 기자와 안면이 있던 네이버 담당자도 “데이터센터는 보안 때문에 취재 협조가 어렵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언론에 공개된 것도 지난해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지난해 7월 15일 네이버의 창업주인 이해진 등기이사의 ‘각’ 방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은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하던 날이었다. 이해진 이사는 이 자리에서 “지금 남겨지고 있는 사진이나 글이 많은 시간이 지나면 후세들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날을 맞아 창업주가 이곳을 찾은 것은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전국 데이터센터 145개

국내 데이터센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지난 4월 기준 총 145개이다. 지난해 말 130개에 비해 15개가 늘어났다. 145개의 데이터센터 중 민간이 운용하는 곳이 110개,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운용하는 곳이 35개다. 민간의 경우 IT, 금융, 통신, 연구·교육기관이 주로 운용한다. 공공은 한국무역보험공사나 건강보험공단 등 저장할 데이터의 양이 많은 공공기관이 운용한다. 추가로 신규 구축하겠다고 과기정통부에 밝힌 곳이 현재까지 14개다. 과기정통부 담당자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감안하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각 데이터센터의 주소나 면적 등은 기업이 민감해하는 분야라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흔히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가리키는 IDC라고 불렸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컴퓨팅을 위한 CDC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통틀어 데이터센터(DC)라고 부르는 추세다. 과기정통부 고시에 따르면 전산실 바닥면적 500㎡ 이상을 데이터센터라고 정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대부분이 별도 건물로 건축된 형태로 운영된다.

최근 데이터센터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클라우드시장의 성장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네이버, 구글 등 국내·외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클라우드서비스에 가세하면서 저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 서비스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외부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한다. 막대한 데이터 저장공간이 필요하고 이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자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영할 경우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 저장할 정보량이 임대로 커버하지 못할 만큼 많거나 손상되거나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내부 기밀을 가진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용한다.

하지만 저장할 데이터의 양으로만 자체 데이터센터 보유 여부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않고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이하 AWS)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저장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미 IT 전문매체 ‘시넷’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부분은 아마존이 낫기 때문에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알고리즘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국내의 IT기업 카카오 역시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도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로 인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용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통해 임대 운용한다. 데이터센터 일부를 임대해 운용하면 우선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자는 SKT, KT, LG유플러스 등이 있다.

단순히 면적으로만 따졌을 때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는 LG유플러스의 평촌 데이터센터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경우 면적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운용량이다. 같은 면적이라고 해도 얼마나 집적도를 높였는지에 따라 데이터 운용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는 공조기술 등이 중요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데이터 운용량이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묻자 “기술력과 관련된 부분이라 기업에서도 정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사견이지만 네이버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경기도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지면적으로 계산했을 때 춘천의 ‘각’에 비해 2.5배가 더 크다. 네이버 역시 차세대 클라우드 사업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저장공간을 확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오클라호마 데이터센터 전경 ⓒphoto 구글
구글 오클라호마 데이터센터 전경 ⓒphoto 구글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를 가리킬 때 흔히 하는 표현이 ‘전기 먹는 하마’다. 데이터센터의 입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냐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크게 보면 장비가 위치한 전산실과 이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중앙통제실로 나뉠 수 있다. 수많은 서버 장비뿐 아니라 안정성과 신뢰성 보장을 위한 이중 전원시설, 냉각장치, 공조시설 등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소비량이 극심하다. 그중에서도 서버의 열 과부하 방지는 가장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쉴 새 없이 작동되는 서버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하는 전력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하며 운영 원가 및 이용요금과도 직결된다.

연평균 전력소비량의 경우 평균면적이나 장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데이터센터가 1년에 소비하는 전력은 약 6000만kWh 정도다. 대형 데이터센터 5곳만 합쳐도 9만가구 규모의 경기 광주시 가정용 전력사용량과 맞먹는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산업 전체 전력소비량(2735억kWh) 중 약 1%인 26.5억kWh를 국내 데이터센터가 소비했다. 실제로 KT가 여러 기업들에 임대를 주고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인 KT목동IDC는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다소비건물 순위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든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지상 목표는 전력소비량 절감이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은 PUE로 측정한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총 IT장비가 소비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1.0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다. ITSA에 따르면 해외 데이터센터 평균 PUE는 1.7 수준이지만 국내 평균은 2.66 수준이다. 특히 공공·지자체의 PUE가 3.13으로 높았다.

ITSA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인증 등급이 가장 높은 데이터센터는 부산에 있는 LG CNS의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다음으로 2위가 송도에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IDC, 3위가 수원에 있는 삼성SDS ICT다. 송준화 ITSA 팀장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각의 경우 국내 데이터센터 중 최고 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린데이터센터인증을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네이버가 밝힌 자사 데이터센터의 2016년 PUE는 1.09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은 전기료를 절감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쓴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전력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외기공조 기법을 활용한다. 외부의 차가운 공기와 냉각수를 이용해 서버의 열을 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2014년 이미 1.04의 PUE를 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해저에서 조력발전을 활용한 수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2015년 덴마크 비보르와 아일랜드에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MS가 서울과 부산에 각각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리전(Region)은 인접한 지역의 데이터센터 여러 개를 묶은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해당 리전의 데이터센터 한곳에 데이터가 올라가면, 인접한 데이터센터에 백업용으로 데이터가 함께 올라간다.

지난해 1월에는 클라우드 분야 세계 1위 사업자인 AWS도 한국에 리전을 개설했다. MS와 AWS는 현재 국내에서는 임대 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LG CNS 등 국내 사업자가 이미 구축한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중 MS는 부산 미음지구에 약 12조원을 투자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BM도 SK ㈜C&C와 함께 지난해 8월 경기 판교에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글로벌 사업자도 속속 한국行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이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 대상에서 제외라 일반용 전력요금을 부과받는다.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수요 때문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요를 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한국에 리전을 개설할 경우 우선 속도가 빨라진다. 외국에 호스트가 있는 업체의 경우 서버 응답 시간이 길어져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사용이 곤란하다. 하지만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둔다면 로컬 사업자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게 된다. 국내 규제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법은 보안·안보상 이유로 금융·지리 정보 등의 해외 반출을 금한다. 하지만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하면 해당 데이터센터에 금융·지리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는 데 대한 반발이다. 우선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규모에 비해 고용 창출이 적다는 점 등이 반대 측의 핵심 논리다.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제조업의 공장과 달리 기업의 한 부서처럼 운영된다. 근무 인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 창출량이 적고, 지역 상권에도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는다.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NHN넥스트 학장을 지낸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스크립트 하나만 실행하면 전체 서버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극소수의 엔지니어를 제외하면 현장 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이들이 지자체에 납부하는 재산세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산을 깎아서 발전소 옆에 지어야 하는 등 환경 파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건설 허가는 가능한 까다롭게 내야 한다”며 “재산세의 경우도 사업 주체가 누군지, 누가 세금을 납부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파악해야지 제조업 공장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두고 흔히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 있다. 만약 데이터센터가 외부 충격에 파괴되면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민간은 과기정통부의 정보통신망 보호법에 따라 백업센터를 운영하거나 센터 내에 백업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대비한다. LG CNS의 경우 부산을 비롯해 서울 상암, 인천 부평, 경기 평택 등 여러 곳에 분산해 놓았다. 만일 한 곳이 전시나 테러 등 유사시 파괴되더라도 백업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정보는 안전하다.

반면 정부나 공공 영역의 경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법을 적용받는다. 이 법 시행령에는 정보시스템(데이터센터)에 장애가 생겼을 때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테러 등 대규모 공격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데이터를 저장할 하드웨어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키워드

#심층 취재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