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80호]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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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환 블록체인CG 의장

“신규 ICO 금지는 현대판 적기조례 세계와 거꾸로 가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암호화폐에 적용된 블록체인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는 그간 가상화폐라고 흔히 불렸지만 암호를 풀어내야 새로운 화폐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라는 명칭이 최근 널리 쓰이는 추세다. 이 화폐들의 몸값이 상종가를 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시스템을 뚫어낸 이가 아직까지 없는 것이 주 요인이다. 블록체인은 해당 암호화폐의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된 ‘블록’의 조합을 의미한다. 새로운 블록이 발견될 때마다 모든 사용자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암호화폐는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은 없지만 위·변조로부터 안전하다. 거래가 생길 때마다 모두에게 전파되는 블록체인 덕분이다. 이론상으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해킹하려면 새로운 블록이 생기기 전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소유자가 지닌 거래장부를 모두 뚫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의 적용 가능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주로 암호화폐에 적용되지만 이론상 보안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지난 9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국내의 신규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금지했다. ICO는 암호화폐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의 구현 방식과 서비스 모델을 공개해 투자를 유치한 뒤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을 공개해 주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IPO(기업공개)와 유사하다. 신규 ICO를 전면금지한 것은 한마디로 새로운 암호화폐가 나타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23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이영환 차의과학대학교 융합경영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로 지난해까지 일하다 올해 초 차의과학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관련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가르치다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의 블록체인 표준화를 위한 그룹인 블록체인CG의 의장이다.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은 인터넷을 위한 각종 표준의 개발을 돕는 그룹이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블록체인CG에는 건국대,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ICO 금지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제 시작하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ICO 자체를 막아버리는 건 산업 하나를 망치는 겁니다. ICO를 막는 건 암호화폐 전체를 사기로 간주하는 거예요. 암호화폐가 사기라면 이더리움이 사기인가요? 비탈릭 뷰테린(이더리움의 설계자)이 사기꾼인가요?”
   
   이 교수는 금융위의 신규 ICO 전면금지를 19세기 말 영국이 시행한 적기조례(赤旗條例·Red Flag Act)에 비유했다. 1865년 적기조례가 시행될 시점은 차량에 대부분 증기엔진이 적용됐고, 가솔린 자동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때였다. 이 법에 따르면 자동차는 빨간 깃발을 들고 60야드(55m) 앞을 걷는 사람의 뒤를 2mph(3.2㎞/h) 이하의 속도로 따라가야 했다. 당시 불안정한 증기엔진으로 인한 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 이 법의 시행 이유였다. 적기조례는 30년간 유지되다 1896년 폐지됐지만, 이미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독일, 프랑스 등 주변국에 뒤처진 후였다. 현재까지도 세계시장에서 영국 자동차는 독일 자동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ICO 금지가 ‘적기조례’라는 걸 모릅니다. 사실 정부 대책이란 게 비슷해요. 세월호가 침몰했으니 수학여행 금지, 낙타 타고 돌아다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걸렸으니 낙타고기 금지, 이런 식이죠. 2014년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 금융감독원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텔레마케팅 사업을 금지한다’는 것이었어요. 암시장에서 거래된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이 이용한다는 게 이유였죠. 워낙 반발이 심해서 열흘 만에 풀었는데, 지금 상황하고 딱 비슷하죠.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은 나란데, 이런 식의 규제가 정말 필요할까요?”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워서야
   
   금융위가 신규 ICO를 금지한 것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역사는 짧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시점이 2009년 1월이다. 암호화폐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이더리움은 등장한 지 이제 2년이 넘었다. 역사가 짧아 관련법이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관련한 범죄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다단계 금융사기단이 암호화폐 사업에 투자하면 6개월 만에 원금의 3〜5배를 벌 수 있다고 속여 6000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611억원을 받아냈다가 적발됐다.
   
   암호화폐의 익명성을 범죄집단이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도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암호화폐는 해외로의 이동이 자유로워 특정 국가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 이 때문에 해커나 테러집단 등 범죄조직의 거래 수단으로 애용되는 추세다. 지난 5월 전 세계 150여개국의 컴퓨터를 전염시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를 전파한 해커 집단이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월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으로 마약을 사고판 20여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ICO가 과열돼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ICO가 아니라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고 대가를 받는 일명 ‘피라미드(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암호화폐는 조심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이 기법으로 운용되는 특정 코인을 지목해 “여기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강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당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각국이 이 코인에 대해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알아봤다고 했다. “이 코인에 대해서는 유럽의 각국이 피해사례 관련 수사를 해 내용을 발표하고 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걸 전혀 안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갑자기 ICO를 막아버린 거죠.”
   
   이 교수는 문제 가능성이 높은 코인의 경우 금융 당국이 투자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유럽의 10개 넘는 나라가 이 코인에 대해서 경고를 했어요. 아직까지 국내 피해 사례는 없는데, 국제적으로 피해 사례가 있으니 투자자들은 조심해서 판단하라는 경고를요. 금융 당국의 역할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근데 그런 건 안 하다 갑자기 ICO 자체를 막아버리는 건 다른 얘기죠.” 그는 “현재까지 전 세계 국가 중 ICO 자체를 막은 국가는 한국 이외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부”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증기기관
   
   “비트코인은 스팀엔진(증기기관)이에요. 기술의 초기 단계죠. 이것저것 결함도 많고 좌충우돌하고. 물론 잘 설계했지만 이걸로 달나라에 갈 수는 없죠. 다음 버전이 가솔린엔진이에요. 이더리움이죠. 가솔린엔진으로도 달나라는 못 가죠. 로켓엔진이 따로 있잖아요. 초기 자동차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엔진이 나왔어요. 자동차 엔진에 솥뚜껑 달고 거기에 물을 끓여서 운행을 했죠. 하지만 그 덕분에 자동차가 만들어졌잖아요.”
   
   이 교수는 “대부분의 ICO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ICO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지금 스팀엔진이 있으니까 이걸 개량해서 달나라에 갈 거다’ 하는 격이에요. 스팀엔진으로 달나라에 간다니 참 아쉽기는 한데, 그게 틀린 건 아니죠. 그러면 국가는 그렇게 하게 둬야죠. 그걸 알면서도 거기에 돈을 거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투자해서 피해 보는 사례가 생긴다고 해서 엔진 개발을 법으로 금지할 건가요? 그렇게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로켓엔진을 만들어내겠죠. 그러니까 설계자가 디자인하게 둬야 하는 거예요. ICO 해서 투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해야죠.”
   
   이 교수는 “현재 암호화폐가 아니어도 블록체인을 쓰는 분야가 있냐”는 질문에 “호주, 온두라스, 에스토니아 등이 정당투표나 토지거래대장 등에 일부 사용하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사실 아직까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예는 없어요. 스팀엔진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향후 기술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죠.” 그는 “지금까지 나온 암호화폐를 보고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코인을 내놓을 수 있다”며 “저만 해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하고 경쟁할 수 있는 코인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암호화폐를 설계해 ICO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못지않은 암호화폐가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국제적 추세와 거꾸로 가는 규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암호화폐 설계자들이 국내 ICO를 막는다 해서 설계를 안 할까요. 외국에 나가서 하겠죠. 스위스 같은 나라는 ‘크립토밸리’를 만들어 설계자들에게 와서 블록체인을 개발하라고 장려하고 있어요. 캐나다도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고요.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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