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81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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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EMP 막을 차폐기술 어디까지 개발됐나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종민 박사팀이 미국 드렉셀대학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멕슨’이라는 고분자 물질.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전자파 차단 성능이 뛰어나다. photo Drexel & KIST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EMP 공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차폐(遮蔽)기술’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EMP 공격을 무력화하거나 막을 수 있는 우리의 보호망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핵폭탄이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면 강한 에너지가 발생해 통신시설과 전력계통을 파괴한다.”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3~4일 노동신문에서 언급한 EMP 공격은 고공에서 강한 폭발을 일으켜 고출력 전자기파를 발생시킴으로써 군사장비 등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EMP(Electro-Magnetic Pulse)는 ‘고출력 전자기파’ 또는 ‘전자기 펄스’를 의미하는데 태양 폭풍과 낙뢰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EMP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고출력 전자기파는 주변의 각종 첨단 전자기기 회로를 파손시키거나 오동작을 일으키게 만든다. 220V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갑자기 1000V의 높은 전압을 흐르게 하면 전자회로가 타버려 쓸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MP탄(전자기 펄스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전자기파 파장을 강화한 무기이다.
   
   EMP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의 수소탄처럼 핵폭발에 의해 전자기를 발생시키는 핵(nuclear) EMP이고, 다른 하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비핵(Non nuclear) EMP이다. 미국·중국·러시아와 같은 핵 보유국은 ‘핵 EMP’ 보유국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 국가는 첨단 EMP탄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MP탄의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지상 30㎞ 이상의 공중에서 EMP탄을 터뜨릴 경우 강력한 전자기파(감마선)가 대량으로 방출돼 이것이 대기 중의 원자와 부딪치면서 ‘콤프턴 효과(광자와 전자의 탄성 산란)’에 의해 거대한 전자 파동을 만들어낸다. 그 파동은 수㎑~수백㎒에 이르다가 차츰 감소돼 지상의 전기 계통에 순간적으로 과도한 전류를 흐르게 한다. 번개보다 약 100배나 강한 전력이다. 이로 인해 우주에서는 인공위성이 피해를 입고, 대기권에서는 레이저나 통신이 교란되고, 지상에서는 특정 지역의 컴퓨터 등 모든 전자 장치가 못 쓰게 된다. 특히 군의 지휘 시설이나 군사장비가 무용지물이 돼 군 작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EMP로 인한 피해는 EMP탄의 핵 크기와 폭발 고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높은 상공에서 터뜨릴수록 피해 범위가 더 넓어진다. 예를 들어 핵의 크기가 동일할 경우 서울 30㎞ 상공에서 EMP탄이 폭발하면 서울과 경기 전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100㎞ 상공에서 터뜨리면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반면 파괴력은 약해진다.
   
   일명 ‘소리 없는 폭탄’으로 불리는 비핵 EMP도 파괴력은 만만치 않다. 전자기파를 기계적으로 방출하는 장치가 내장돼 있어 핵폭발 수준에 버금가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핵물질이 없음에도 비핵 EMP를 ‘무기의 변종’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EMP 재머(jammer)’가 비핵 EMP탄의 일종인데 적의 레이더가 보내는 전자기파의 주파수를 추적한 뒤 동일한 주파수의 전자파를 쏘며 상대방을 교란시킨다. 가짜 신호(잘못된 정보)를 전자파에 실어 적의 레이더로 되돌아가는 전자파를 왜곡시키거나 알아보기 힘들게 만든다. 현재 세계 각국은 현대전의 핵심인 통신 시스템을 공격하기 위해 다양한 EMP공격 방식을 개발 중이다. 순항 미사일이나 드론에 EMP탄을 실어 국지적으로 EMP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EMP 공격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현대전의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EMP가 발전하는 만큼 그에 대항해 EMP 차폐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EMP 공격을 무력화하려면 주요 장비나 시설물에 전자기 차폐를 해야 한다. EMP 방호 대책을 가장 잘 수립해 놓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핵전쟁 또는 테러리스트의 EMP 공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나 주요 군사 시설에 차폐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EMP 차폐 효율 높인 고분자 물질 개발
   
   차폐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적의 전자기파를 상쇄하는 것이다. 전자기파를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특수물질로 표면을 코팅하는 것이다. 미사일에 이런 코팅을 해놓으면 적의 레이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미사일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전자기파가 없기 때문에 레이더가 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의 구종민 박사팀이 미국 드렉셀대학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멕슨’(MXene·2차원 전이 금속 탄화물)이라는 고분자 물질을 전자기파 차단에 활용하고 있다. 멕슨은 티타늄과 탄소 원자 등으로 이뤄진 소재로, 기존에 전자기파를 막는 데 사용된 폴리머 복합체나 은, 구리 등의 금속보다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차단 성능도 뛰어나다. 전기전도성이 높을수록 전류가 외부로 산란되면서 차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스프레이 코팅 기법처럼 가공한 멕슨 물질을 간단히 전자회로에 뿌려 사용한다.
   
   연구팀이 최근에 개발한 ‘폴리카프로락톤’ 복합체도 차폐 소재로 쓰일 전망이다. 이는 표면을 구리로 코팅한 속이 빈 공 모양의 구조체를 고분자에 집어넣어 전기전도성이 높아지도록 만든 것이다. 구리는 전기전도성이 높아 전자기파의 공격을 받을 경우 반사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EMP 방호 대책의 또 하나는 전기회로가 들어 있는 장비들을 건물 안의 ‘차폐실(shielding room)’에 보관하는 방호 설비이다. 수십m 지하에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벙커일지라도 전자폭탄이 내뿜는 에너지를 당해내기 어렵다. 강력한 전자기파가 환기통로나 안테나를 통해 벙커로 흘러 들어가 통신장비의 전자회로를 일시에 모두 녹여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폐실은 EMP 차단이 가능한 강철판으로 시설 전체를 감싸고, 출입구는 전자기파가 드나들지 못하게끔 이중 구조의 차폐문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쪽 문이 열리더라도 다른 한쪽의 문은 열리지 않도록 하는 이중 구조를 갖춰야 한다.
   
   EMP 방호는 매우 어렵다.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든다. 그런 까닭에 차폐장치를 설치한 민간 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월스트리트의 증권가 혹은 정부 시설 근처에 전자폭탄을 터뜨릴 경우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MP 공격을 막는 데는 국가와 개인이 따로 없다. 이제는 개별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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