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83호] 2017.11.20

“정치논리가 부른 최저임금 인상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지난 7월 2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기획재정부
인류를 대상으로 한 최악의 실험은 ‘사회주의’ 실험일 것이다. 사회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체제를 약속했다. 듣기 좋고 그럴듯한 것을 연결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간명하다. ‘능력에 따라 생산한 것’으로 ‘필요에 따른 분배량’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늘 물자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유사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2018년 ‘법정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금액으론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실은 ‘정치위원회’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두 자릿수로 확정되자 정부는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놨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 7.4%를 상회하는 초과인상분(9.0%)을 국고(國庫)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종업원 30인 미만 사업체를 대상으로 3조원을 재정지원하겠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복안이다. 소요예산은 ‘2018년 예산안’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급여는 고용주가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같은 당연칙(當然則)을 위배하고 급여의 일부를 국가에 의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급여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가 들어가 보지 않은 길을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임금을 올리고 그 일부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정상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최저임금제도는 취약계층을 지원해 ‘빈곤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가구 구성원과 노동시장의 변화로 ‘저임금근로자가 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은 깨졌다. 알바생과 시간제 계산원의 경우 대학생과 주부가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빈곤층에 속할 확률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또 다른 인식 오류는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생산성을 가진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자발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으로 이동해 임금수준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임금 및 고용의 이동성으로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OECD(2015년 ‘OECD Outlook’)의 견해다.
   
   최저임금에 대해 과잉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빈곤층과의 일치도가 낮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소득을 버는 가구의 근로소득을 보조하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효과적인 소득지원 수단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요술지팡이를 늘 곁에 두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가처분소득을 높여 가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줘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선순환’된다는 논리다. 소득주도성장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는 가계소득 증가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일환이다.
   
   소득주도성장은 한마디로 분배를 통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을 이끌기 위해 나눠줘야 할 소득은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정부는 묵묵무답(默默無答)이다. 분배할 것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논리 전개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고 해(解)를 먼저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문제를 내는’ 격이다. 인과관계의 도치다.
   
   경제원론에서 가르치는 기본 경제원리가 소득순환 이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일정분을 국고에서 부담한다는 것은 ‘소득순환을 위해서 외부에서 태엽을 감아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는 순환시스템이 아니다. ‘태엽이 풀리면 서는 자동인형’과 다를 바 없다.
   
   최저임금의 국가 간 비교를 위해서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인지를 측정하면 된다. 2013년 현재 OECD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44%로 비교 가능한 25개국 중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OECD의 통계는 각국이 발표한 자료들을 그대로 인용해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 간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자료의 포괄범위 등을 통제하고 비교하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50.9%로 OECD 25개국 중 10위에 위치하고 있다.(노동연구원) 그리 낮지 않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모의실험을 해보자. 예컨대 어떤 편의점이 현재 판매원 한 명을 주당 평균 40시간 고용한다고 가정하자. 판매원의 시간당 임금이 1000원 오른다면 주당 ‘0.1만×40시간’ 해서 4만원 증가한다. 일정 부분 ‘휴일 또는 야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추가 부담은 한 주 기준으로 5만원, 한 달 기준으로 20만원이다. 인상된 인건비는 판매원이 더 팔아 충당해야 한다. 편의점 ‘매출 이익률’은 매우 인색하다. 보수적으로 5%로 가정하자. 주당 5만원의 이익을 더 내려면 판매원은 한 주에 100만원, 한 달 기준으로 400만원을 더 팔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판매원 자리는 위험하다. 고용주는 자신의 잠을 줄여 카운터를 지킬 것이다. 판매원의 근로시간 단축률이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크면, 판매원의 소득은 오히려 줄게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근자에 벌어진 것이 바로 이 같은 현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당장 나타나고 있다. 1953년 창립 이래 ‘64년 섬유 외길’을 걸어온 ‘전방’(옛 전남방직)이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600여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 7530원이 시행되면 5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는 크게 줄 것이다. 이들을 ‘사회적 일자리’로 흡수할 수 있을까. 정부의 재정 지원은 불문가지다.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6.6달러보다 14.8달러 낮다. 최저임금을 높일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임금은 생산성을 넘어설 수 없다. 넘어선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비용의 전가를 용인한 것이다. 노동생산성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는 순항한다.
   
   노동생산성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부른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부가세 환급, 임대차계약 기간 확대, 가맹점·대리점 보호,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영역 확보 등이 거론될 것이다. 이들 조치는 미봉책으로 실효성을 갖지도 못하면서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가 손을 댈수록 ‘사적자치’로서의 시장의 영역은 점차 좁아지게 된다.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굳이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것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최저임금을 시장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생산성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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