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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492호] 2018.01.22

‘파리바게뜨 사태’ 무엇을 남겼나

채성진  조선일보 산업1부 차장대우 dudmie@chosun.com

▲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약식. photo 뉴시스
지난 1월 17일 오후 세종시 아름동 파리바게뜨 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점주와 대화를 나누며 최근 개정한 표준 가맹계약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곳을 찾은 권인태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법인) 대표를 만나 활짝 웃으며 악수했다. 권 대표는 “표준 가맹계약서 도입에 적극 나서겠다”며 상생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권 대표는 지난 1월 11일 오후에도 언론에 모습을 보였다. 이날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한국노총·민주노총은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5300여 제빵기사를 본사에 직접고용할 것을 지시한 뒤 4개월간 지속된 이른바 ‘파리바게뜨 사태’가 봉합된 순간이었다.
   
   
   자회사가 제빵기사 직고용
   
   ‘파리바게뜨 사태’는 그동안 제빵기사 노조원을 대표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개입하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정당까지 협상에 뛰어들면서 사태가 복잡하게 꼬여갔고 파열음도 커졌다. 그간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하듯 1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생 협약식’에는 노사 양측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8자(者)’가 참석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들 중재 역할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노사 합의에 정당과 시민단체가 너도나도 달려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파리바게뜨 노사 양측 타협안의 핵심은 정부 지시대로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대신 최대 주주로서 일정한 책임을 지는 자(子)회사를 세워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는 인력고용업체 소속에서 파리바게뜨가 지분 51%를 갖는 자회사 소속으로 바뀐다. 지난해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3자 합작사’(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인력고용업체가 각각 3분의 1씩 출자한 ‘해피파트너즈’) 방안보다 파리바게뜨 지분 비중이 높아졌다. 본사의 책임을 높여 경영하겠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를 파리바게뜨 임원 가운데 선임하기로 했다. 또 당초 파리바게뜨가 제안한 3자 합작사인 ‘해피파트너즈’ 명칭도 양대 노총 요구에 따라 바꾸기로 했다. 인력고용업체를 지분 참여나 등기 이사에서 배제하는 조항도 합의서에 추가했다.
   
   제빵기사는 임금과 근로조건이 개선된다. 임금은 이전보다 16.4% 인상되고, 휴일은 기존 월 6일에서 8일로 늘어난다. 복리후생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파리바게뜨는 휴일 증가로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제빵기사 50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권인태 대표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만큼 앞으로 노사 화합과 상생을 적극 실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는 신설될 자회사의 지분 49%를 갖고, 제빵기사 임금 인상 부분 중 일부를 부담할 전망이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와 가맹점주들이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고 밝혀, 파리바게뜨는 162억원의 과태료를 내지 않게 됐다.
   
   

   “강성 노조 의식한 정부의 무리수”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발단에서 타결까지 되짚어보면 정부가 강성 노조를 의식해 기업을 압박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직접고용 방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갈등을 키우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등 총 5309명을 불법 파견 형태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11월 9일까지 이들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파리바게뜨가 1명당 1000만원씩 총 530억원가량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는 “(직접고용을 하면) 2016년 한 해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최대 6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본사 직원이 5200여명인데, 그만큼의 인원을 한꺼번에 고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3자 합작사를 대안으로 내놓고, 제빵기사의 동의서 확보에 주력했다. 고용부의 직고용 원칙을 따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현행법의 직접고용 의무 면제 조항을 활용해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근로자 본인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히면 업체의 직접고용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파리바게뜨에 1차 과태료 162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통지했다. 이 과태료는 제빵기사 5309명 가운데 ‘파리바게뜨 본사에 직접 고용되기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1627명에 대해 1인당 1000만원씩을 적용해 산정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노사는 고용부가 과태료를 확정 부과하겠다고 밝힌 시한인 지난 1월 11일 결국 타협안에 합의했다.
   
   4개월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아직도 남은 과제가 상당하다.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배제된 협력업체의 반발과 협상에서 빠진 해피파트너즈 노조와 의견 조율이 그것이다. 직원 대부분을 파리바게뜨 자회사로 넘겨야 하는 협력업체 12곳은 회사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 대표를 자회사 지역별 본부장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70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제3 노조인 해피파트너즈 노조는 3자 합작사를 본사 자회사로 변경하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경우 적절한 보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피파트너즈 노조와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 파견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자회사에 직고용된 제빵기사가 일선 가맹점에 배치돼 근무하는 과정에서 불법 파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출범하는 자회사는 개별 가맹점과 용역 계약을 맺은 뒤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보내야 한다.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근무시간 중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를 직접 관리·감독한 것에 해당돼 불법 파견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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