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93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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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노무현의 길’ 가는 문재인 부동산정책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부동산 규제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융단폭격이 2018년 새해에도 계속이다. 집권 직후 투기과열지구 지정부터 시작하더니, 기어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카드를 빼들었다. 보유세 강화까지 나오면 완벽히 노무현 시즌 2다. 참고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2002년 김대중 정부가 처음 도입한 규제책이다.
   
   1월 셋째 주, 서울 마포와 서대문, 용산 일대의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일명 ‘마용성’의 마포, 용산이다. 마용성은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가파른 마포, 용산, 성동구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마포에선 매물 자체를 만나기 힘들었다. 공덕동의 중개업소 몇 군데를 돌아야 한두 개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중개매물망에 공유하지 않는 매물이었다. 공덕동의 한 중개인 얘기다. “집을 안 보고 바로 가계약금을 보내는 건 예사다. 매도인과 가격 합의를 다 했는데도, 막판에 계좌번호를 주지 않는 경우가 요즘 들어 자주 있다. 더 오를 것 같으니 매물을 거둬들인다. 지금도 계좌번호를 기다리느라 퇴근을 못 하고 있는데 보아하니 안 줄 것 같다.”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앞두고 내놓는 급매 건은 없냐고 물었다. 중개인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물건 기다리면 집 못 산다. 마포는 소유자 대부분이 실수요자다. 다주택자라 해도 마포 집은 안 파는 걸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 도심 뉴타운이 맞붙어 있는 아현동, 북아현동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고 있었다. 용산 쪽은 한강로 부근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시세가 불붙는 모양새였다. 공원 개장과 주변 인프라 정리 등 전통의 호재들이 부동산 상승장을 만나 힘을 받고 있었다. 반포와 잠실의 주요 공인중개업소들은 1월 23일 기준으로 문을 걸어잠갔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거래조사팀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다. 손님과는 휴대폰으로 연락해 근처 카페에서 만나는 식이었다. 그나마도 재초환 발표 이후 매물이 모두 사라졌단다. 반포의 중개인에게 요즘 분위기를 물었다. “말하면 뭐하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5000만원씩 오르는 느낌이다. 우리끼리도 ‘질린다’고 표현할 정도다. 8·2 대책 이후로 지방에서 많이 올라왔다. 저 같은 경우엔 경상남도에서 온 손님들의 거래를 많이 중개했다.” 부인할 수 없는 부동산 대세 상승장이었다.
   
   
   부동산 10년 주기說
   
   시곗바늘을 돌려 2003년으로 돌아가보자. 이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6.4% 올랐다. 지방도 같이 올랐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 5.8%. 정부는 10·29 대책으로 맞섰다. 금융·세제 할 것 없이 전방위로 부동산시장을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내리고(5040%),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앞당겼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도 올렸다.
   
   2004년엔 부동산가격이 하락 내지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10·29 대책 덕이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1.4% 내렸다. 그러나 효과는 잠시였다. 2005년 가파른 상승장이 시작됐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분출했다. 한 해 동안 서울 매매가는 6.3% 올랐다. 강남3구는 9.2% 상승했다. 다시 규제책이 등장했다. 8·31 대책이었다. 핵심은 양도소득세 강화, 보유세 및 취등록세 강화,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였다. 소위 진보 정권의 부동산 규제를 집대성한 강력한 대책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차 대상승장이었다. 2006년 한 해 동안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전년대비 24.5% 올랐다.
   
   요약하면 이렇다. 노무현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는 결과적으로 명백히 실패로 끝났다. 시장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등 시장 거래를 왜곡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교란됐다. 부동산시장엔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다. 상승장이 약 5년 지속되면 하락장이 5년 온다는 뜻이다. 주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렇다. 주택도 결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되는 게 맞지만 주택을 갑자기 공급할 순 없다.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빨라도 4~5년이 걸린다. 정권 초기에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해도 정권 말기가 되어서야 실제로 시장에 공급된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지체가 있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재건축 시장의 경우엔 더하다.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급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택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선다. 내려갈 땐 서서히 내려간다. 하방경직성이다. 물론 하락 속도와 낙폭의 차이는 있다. 공급 시기와 지역이 얼마나 겹치는지,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 등이 변수다. 크게 봤을 땐 후자가 더 결정적인 요인이다.
   
▲ 지난 1월 19일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무기한 단속·수사 추진을 위한 서울시·국토교통부·자치구 공무원 특별 교육’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수사 요령과 사례 등을 배우고 있다. photo 연합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지속된 수도권 아파트 상승장은 2007년 막을 내렸다. 2007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하락장은 2008년 본격화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탓이다. 2013년에 바닥을 찍었다. 2014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금까지 왔다. 다시 시작된 상승장 3년 차를 맞았다 볼 수 있다.
   
   노무현 정권 시기 아파트값 상승은 외부요인 탓이 컸다. 일단 거시경제 여건이 좋았다. 글로벌 경기 호황이었다.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했다. 2006년에 처음으로 2만달러를 달성했다. 대출금리도 낮아졌다. 시중 유동성이 증가했단 얘기다.
   
   상승장이 5년을 넘어 7년간 지속된 데에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탓이 컸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거래 패턴이 왜곡됐다는 얘기다. 그때도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집권한 것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책을 언급했다. 외부 요인은 집값 상승에 최적화되고 있었다. 대응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기는커녕 집권 초기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규제책이 발효되고 6개월 후에 억눌려 있던 수요가 터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냥 두었으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 폭등세로 변곡됐다.
   
   같은 시기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현 정부 부동산정책은 실질적으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이끌고 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김 수석의 의견은 이렇다. 김 수석이 쓴 글 중 일부다.
   
   ‘참여정부 기간은 전 세계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기다. 과잉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밀어올린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유동성은 손을 못 댄 채 시장 투명화, 세제 강화,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같은 정책에 묶이게 된다. 그러다 2006년 3·30 정책에 오면 소득의 일정비율 이상 이자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담보대출규제(DTI)를 시행한다. 당장 반발이 터져나왔다. 서민들은 강남 집 사지 말라는 말인가? 또 관치 금융인가? 비판 대열에는 이른바 진보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탓이었는지 금융감독당국은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실기한 것이다.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아쉬워했던 대목이다.’
   
   김 수석은 수요를 제대로 못 잡은 것이 원인이라 보고 있단 얘기다. 대출을 더 규제하고 양도세를 중과하고 보유세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이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재초환이란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의 10~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2006년 처음 도입됐다.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용적률 증가, 인구집중 등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한 뒤 이를 가지고 도심혼잡·과밀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였다. 이 제도에 따라 이익을 환수한 곳은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없다. 재초환이 도입된 후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미뤄진 탓이다. 재초환 적용을 받는 곳은 실질적으로 서울시의 재건축 현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재초환을 반드시 징수하겠다며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박 시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초환의 앞길은 험난하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얘기 아닌가 하는 논란부터, 재건축 조합원이 된 시점과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으며 지불한 금액이 모두 다른데 어떤 식으로 부담금을 나눌지 등 과제가 산적하다.
   
   부동산 중개 현장을 지켜봤다. 중개사 사무실 한쪽에 앉아 상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월 20일 오후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들어섰다. 북아현 1-1 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설 예정인 힐스테이트신촌의 조합원분 가격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들은 인근인 공덕동에서 전세 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은 둘 다 광화문이었다. “전세 재계약을 두 번 하고 나니 아파트 가격이 몇억원이 올라버렸다. 지금 못 사면 영원히 서울에 집을 못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다급해졌다.” 아이 없는 맞벌이라 청약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청약 가점이 낮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다. 프리미엄을 주고 조합원분을 구입하는 게 나을지, 일반분양분을 사는 게 나을지 한참을 중개인과 상담한 다음 사무실을 나섰다.
   
   이번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미취학아동을 데리고 들어섰다. 초등학교 옆 아파트,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번 새 아파트에 살아보니 이왕이면 신축에 살고 싶다. 아이 등하교를 위해 초등학교 근처 아파트만 돌아본다.” 전화 상담도 상당했다. 대부분 비슷한 경우였다. 기자가 지켜봤을 때 부동산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무주택자 혹은 옮겨갈 집을 찾는 1주택자들이었다. 실수요자란 얘기다. 이들은 목적이 분명했다. 직장과 가까운(직주 근접) 역세권 신축 아파트 중소형 매물을 찾고 있었다. 갭 메우기, 일명 순환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갭 메우기는 강남권이 오른 후 마용성 등 다른 지역의 집값이 뒤따라 오르는 현상이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갭 메우기 현상이 일어난다. 위치 좋은 신축 아파트, 일명 대장 아파트가 오른 후 시간을 두고 주변 아파트가 오르는 현상이다.
   
   
▲ 서울 반포3주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다. 국토교통부가 재초환 부활을 발표한 후 각 재건축조합은 대응 방향을 모색 중이다.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객원기자

   다급해진 실수요자들
   
   국내 최대 규모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의 강영훈 대표의 생각은 이렇다. “주택공급률 자체는 높다. 그런데 그중엔 주택으로서 효용을 못 하는 옛날집도 많다. 수요는 좋은 집, 괜찮은 집으로 쏠린다. 주택공급률이 의미 없단 얘기다. 요즘 주택 구매자들은 상당히 눈높이가 높다. 소득수준이 오른 데다 부동산 관련 정보 채널이 많아진 결과 똑똑해졌다. 부동산 외부 환경도 좋다. 현재 경기가 괜찮지 않나. 지금 실수요자들은 마음이 다급하다. 추격매수를 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매수 때문에 가격 상승이 한 번 더 올 거라 본다. 그 다음 매수 수요가 안정되면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부동산은 ‘꾸러미 재화’다.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다. 입지, 교통, 학군, 조망 등 다양한 특성이 합쳐진 재화란 얘기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 분에 맞는 집을 사라’는 정부 정책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시장이 흐르는 이유다. 서울에 살며 역세권 초품아를 생각했던 부부가, 대출이 안 나온단 이유로 지하철역에서 먼 빌라를 사진 않는다는 얘기다. 전세를 끼고라도 사려고 달려든다. ‘인 서울’ 진입장벽이 점점 올라간다고 느껴 더 다급해진다. 실수요자들은 급해지는데 시장에 매물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가까운 미래, 도심 신규 아파트의 공급 절벽이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에 4중 족쇄가 채워진 탓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변경 금지, 재건축 연한 확대,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다. 기존 매물의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방 부동산은 분위기가 다르다. 8·2대책 이후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더 벌어졌다. 1월 12일 기준으로 아파트 3.3㎡(1평)당 가격은 경기도 1058만원, 서울 2179만원이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분위기는 더 안 좋다. 1월 25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가격 동향을 보니 울산과 경남·북 집값은 전주보다 각각 0.16%, 0.15%, 0.07% 떨어졌다. 정부가 수요를 누르면 서울은 숨을 고를 뿐이지만, 지방은 유탄을 제대로 맞는다. 정권이 집권 초기 명운을 걸고 강남 집값을 누르는 이유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무리해서라도 아예 법제화해야 한다고 판단할 터다. 강남 집값은 하나의 상징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면 마치 서민들의 분을 풀어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나라고 왜 강남에 못 들어가냐’는 한국인의 평등주의와 포퓰리즘이 맞물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 가지 말고 버텨라. 멀리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며 사회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 다산 정약용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서울에 대한 뿌리 깊은 선호 심리도 한국인의 심리 기저에 깔려 있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지역별 맞춤형 주택공급 정책을 수립하고,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실수요자들 중 마지막 사람이 주택을 구입하면, 가격은 안정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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