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박상훈
일러스트 박상훈

30대 초반 직장인 강정기씨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을 습관처럼 켠다. 그의 휴대폰엔 다른 종류의 배달앱이 3개나 깔려 있다. 자취생인 그에게 배달앱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배달앱을 이용해 퇴근길에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요즘은 퇴근길에 배달앱을 켜서 음식 후기들을 읽어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음식점 후기와 평점은 그가 배달을 시킬 때 참고하는 중요한 요소다. 퇴근길에 메뉴 사진부터 평점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는 이른바 ‘맛집’이라 불리는 음식점을 선택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배달앱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주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배달앱은 대표적 ‘O2O’ 기반 서비스로 분류된다. ‘O2O’ 서비스란 Online to Offline(온라인 투 오프라인)의 약자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주문을 받아 이를 오프라인에서 해결해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O2O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배달앱’이다.

일반적으로 배달앱은 명절 때 특수를 맞는다. 명절에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배달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에도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먹거리가 가장 인기였다. 배달음식은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쿠폰 판매량 전체가 급증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 치킨과 피자 등 배달음식 판매량이 그 이전 해 같은 기간보다 41% 신장했다. 이번 설을 앞두고도 명절 배달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배달앱 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바꾼 배달문화

배달앱이 처음 등장한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4월 ‘배달통’이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배달 가능한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2011년 ‘배달의민족’이 등장했고, 2012년에는 ‘요기요’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현재 배달앱 업계 순위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순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배달’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앱만 100개 이상 검색되지만 이 중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앱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10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앱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세 가지뿐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이 세 가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셈이다.

배달앱 시장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자 수는 2013년 87만명에서 2015년 1046만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배달앱 시장 거래 규모도 2013년 3647억원에서 2015년 1조5065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현재 배달앱 시장거래 규모는 약 3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스마트폰의 보급 때문에 수년 내 10조원 이상으로 배달앱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3년 외식트렌드 조사결과를 보자. 이 조사에서 소비자의 84.2%는 모바일 기기 보급으로 외식생활이 변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53.5%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식점 정보를 수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5.3%는 배달앱을 내려받아 수시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3조원대의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3위인 ‘배달통’이 추격하는 3파전 양상이다. 시장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51%, 알지피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5%, 14% 정도다. 배달앱은 수수료, 경매방식, 정액 광고 등의 광고 상품을 운용하며 수익을 거둔다. 가령 ‘배달의민족’의 ‘슈퍼리스트’ 상품은 한 달에 한 번 지역별·업종별 경매를 벌인다. 배달의민족은 이 경매에서 최고가 입찰 금액을 제시한 3개 업체 순으로 앱 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다. 영등포와 같은 상권은 월 40만∼50만원, 홍대와 같은 밀집상권은 광고비가 월 수백만원에 달한다.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토종 벤처기업이다. 2011년 창업 당시 16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700여명에 달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매출액도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14년 291억원, 2015년 495억원, 2016년 8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배달의민족을 통한 주문 건수도 2014년 520만건, 2015년 700만건, 2016년 1100만건, 2017년 1700만건을 돌파하며 급증 추세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은 네이버의 AI 스피커 ‘클로바 프렌즈’와 연계해 음성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클로바 앱에 배달의민족을 연동하고 단골 가게와 선호 메뉴를 등록해두면 ‘클로바 프렌즈’ 스피커를 통해 말로만 음식 주문이 가능하다. 이용자가 “치킨 시켜줘”라고 말하면 미리 등록해놓은 업소의 치킨 메뉴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바로 주문되는 방식이다.

업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은 모두 알지피코리아가 서비스하고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딜리버리 히어로’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2012년 알지피코리아는 ‘요기요’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배달통’을 인수했다. ‘배달통’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보다 앞선 2010년부터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 토종 업체다.

현재 알지피코리아에는 5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알지피코리아의 최대주주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는 세계 최대 음식 주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창업한 딜리버리 히어로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가 있다. 현재는 총 53개국에 20만개가 넘는 음식점을 파트너사로 보유 중이다. 본사 직원수는 6000명이 넘는다. 네덜란드 경제지 이머스는 2014년 딜리버리 히어로를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 현재 딜리버리 히어로의 기업가치는 3억달러(약 3372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요기요는 드론을 이용한 음식 배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최초로 드론을 통한 음식 배달 테스트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요기요는 인천시 송도동에 위치한 분식집에 앱으로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한 뒤 포장된 음식을 배달용 박스에 넣어 한화테크윈의 드론과 연결했다. 이후 자동 비행을 통해 주문지인 인천시 송도 새아침공원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을 이용한 음식 배달은 배달 시간 단축, 지형적 한계 극복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 현재 배달앱 업계는 신기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달앱 열풍이 부는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배달앱은 세계 앱시장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중국 아이루이컨설팅(艾瑞咨询)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6년 중국의 배달앱 시장 규모는 216억8000만위안에서 1662억4000만위안으로 급증했다. 6년 사이 8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중국의 대표적 배달앱은 어러머(饿了么), 메이투안와이마이(美团外卖),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卖)이다. 세 업체의 1일 평균 주문량은 2000만건에 달한다. 주문 1건당 0.06㎡ 규모의 비닐봉지를 1개 사용한다고 추정하면, 하루 사용되는 비닐봉지만 120만㎡ 면적에 달한다. 축구장 168개를 가득 메우는 엄청난 규모다.

“배달앱 열풍만큼 불만도 많아”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외식 및 음식 배달 시장이 약 210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배달앱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은 그럽허브(GrubHub), 이트24(Eat24) 등이다. 미국의 LA타임스는 배달앱 열풍에 대해 이렇게 보도하기도 했다. “모바일 앱의 활용 여부가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핵심 부분으로 옮겨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모델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신규 수요도 창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한국에서 배달앱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배달앱, 배달산업까지 바꾸는 O2O의 힘’이란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보고서에는 한국 배달앱 시장의 성장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배달앱이 주목을 끈 이유는 음식 배달이 활성화된 한국의 외식 문화 덕분이다. 한국은 음식 배달에 적합한 인구밀도와 배달음식을 즐기는 야식 문화 등이 있어 배달 시스템이 자리 잡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내 경기 하락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외식산업으로의 유입이 늘어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음식 배달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7년 외식 트렌드’로 ‘나 홀로 열풍’과 ‘반(半)외식의 다양화’를 선정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배달음식 시장규모 확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성호경 배달의민족 홍보팀장은 배달앱 성장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 ‘혼술’ 등의 외식 트렌드가 확산됐다. 치킨, 피자, 짜장면 등으로 국한돼 있던 배달음식 메뉴도 고급 레스토랑이나 동네 맛집 음식 등으로 다양화된 것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

실제 1인 가구의 증가는 배달앱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2010년 422만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3.9% 수준이었던 1인 가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15년에는 520만가구로 100만가구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배달음식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1%가 배달앱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달통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전체주문 가운데 1인 메뉴 주문비율은 22%를 차지했다. 특히 1만원 미만 메뉴의 주문율이 대폭 상승했다. 1만원 미만 메뉴 주문 비중은 2014년 상반기 대비 주문 건수로는 16배, 주문율은 20배가 증가했다. 2017년 배달통은 앱에 등록된 23만개 음식점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한식·분식점이 이전에 비해 총 3847개 늘어났다. 한식과 분식은 1인 가구가 주문할 수 있는 한 그릇 메뉴가 많다.

하지만 배달앱 열풍이 부는 만큼 입점 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배달앱 관련 회사들이 취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폭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배달음식점들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을 때 배달앱 업체에 중개수수료를 지불한다. 배달앱 업체는 카드 수수료와 앱에서 결제할 때 제공하는 PG(Payment Gateway) 수수료 명목으로 3%의 외부 결제수수료를 입점 업체에 더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민키친에서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원에게 전달하는 모습.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민키친에서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원에게 전달하는 모습. ⓒphoto 김연정 조선일보 기자

배달앱은 갈수록 진화 중

치킨 한 마리 주문이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골목 치킨점은 배달의민족에 외부 결제수수료 3%와 광고비 기본료 월 8만원을 지급한다.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반면 요기요는 건당 중개수수료 12.5%에 외부 결제수수료 3%를 더한 15.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배달통은 건당 중개수수료 2.5%와 외부 결제수수료 3%를 더한 5.5%의 총 수수료와 광고비 기본료 3만~7만원을 받는다. 이에 대해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공정위원장은 “배달앱 등이 무료 광고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인 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문제다. 나날이 오르는 온라인 광고 수수료 등을 제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앱의 등장이 배달음식점의 매출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는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2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배달앱 가입 전후의 실제 매출액 변화를 묻는 질문에 200개사 중 106개사가 ‘매출증가’(53.0%)로 답변했다. 이같이 답한 소상공인의 매출증가율은 가입 전보다 평균 21.7%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앱 가입 동기를 묻는 질문에 소상공인들은 매출증대(81.0%), 광고·홍보(29.0%), 본사지시(5.0%), 온·오프라인사업 병행(3.5%) 순으로 답변했다.

배달앱 후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배달앱에 등록된 음식점의 후기만 믿고 주문을 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아서다. 2017년 한국YWCA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80%가 배달앱 정보의 신뢰도와 개인정보 보안관리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배달앱에 가입한 음식점 주인이 앱상에 노출된 소비자의 정보를 이용해 홍보에 활용하거나 부정적인 후기를 남긴 소비자를 협박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17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 주인이 소비자의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바일 배달앱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한 상태다. 현행법상 배달앱 사업자는 법률상 소비자와 배달음식업체를 단순히 중개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불과해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에 입점된 음식점에 대한 위생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배달앱에서 음식점의 행정처분 이력과 음식점 위생등급 등의 식품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약처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앱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다. 이들 업체는 배달음식점의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처분 이력, 음식점 위생등급제 등을 실시간 확인하여 등록 음식점을 관리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가 배달앱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배달앱 규제 강화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배달앱은 배달음식, 거래 조건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주문하지 않은 음식을 배달해도 처벌할 수 없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권대수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도 지난해 국회 간담회에서 “O2O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2018년 5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불공정행위 방지·규제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배달앱 규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라면 정부가 개입하는 게 맞지만 배달앱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종이 전단을 대체한 혁신 모델이다”라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스타트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배달앱을 새로운 사업 모델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신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배달앱 개발 업체들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카카오톡 주문하기)와 우버(우버이츠)도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제 수많은 배달음식점 전단지가 스마트폰 앱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왔다. 배달앱은 진화를 통해 ‘푸드테크(음식+정보통신기술)’ 시장 전체를 재편해가는 중이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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