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인터뷰]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
  • facebook twiter
  • 검색
  1. 경제
[2496호] 2018.02.26
관련 연재물

[인터뷰]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

“주식처럼 암호화폐 지수 만들 것”

김대현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재밌잖아요!”
   
   진대제(66)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답변은 ‘소프트(soft)’했다.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왜 무보수 명예직인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을 맡았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진대제 전 장관은 지난 1월 26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블록체인협회는 최근 논란이 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자율규제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35개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 30개, 관련 연구소 등 모두 72개의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시끌시끌한 시장이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은데, 나는 그래서 더 관심 가져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쉬운 일이었으면 애당초 관여하지 않았을 거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그의 사무실에 걸린 액자가 새삼 눈길을 끌었다. ‘日日學日日新(일일학일일신·하루하루 배우고 나날이 새로워지자)’. 진 회장은 50여년 전 양주동 박사가 한 이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원래 중국 은나라 탕왕이 “날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자신의 세숫대야에 새겨놓은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에서 따온 말이다.
   
   진 회장은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197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와 스탠퍼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1호 국비 유학생’이기도 하다. 미국 휴렛팩커드와 IBM 왓슨(Watson)연구소 등을 거쳐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1990년 초 세계 최초로 16메가 D램 반도체를 시장에 공급하는 쾌거를 일궜다. 이후 삼성전자 CEO를 맡아 일본 소니를 제치고 전자업계에서 명실상부한 ‘삼성의 시대’를 열었다.
   
   2003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돼 IT강국으로 도약할 정책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현직은 2조원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사 회장. 진 회장은 블록체인협회장 취임 직후 “암호화폐를 주식으로 간주하고, 평가지수를 만들어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등 파격 제안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 일반적으로 어려운 일은 잘 안 하려 한다. 블록체인이 뭐가 재밌다는 건가. “블록체인이라는 걸 이해하려면 집중력을 갖고 장시간 공부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걸 알고 나면 재밌다. 해시암호로 알고리즘된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게 블록체인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게 실물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그 다음 문제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분명 천재다. 그러나 그도 놓친 부분이 있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등장했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의 반작용이다. 경제가 나쁘다고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내는데, 그럴 경우 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걸 누가 보상할까. 또 인터넷은 왜 해킹을 차단하지 못하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원천기술 위에 콘텐츠만 올려 큰돈을 버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것들이 싫다고 느낀 사람들이 정부나 대기업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해보자는 논의를 했던 것 같다. 그 안에서 화폐도 만들고 미디어도 컨트롤하는 게 가능한 분산과 공유 시스템을 고안했고, 그게 바로 블록체인이다.”
   
   - 사토시 논문은 2009년에 나왔다. 그런데 왜 2017년 들어 블록체인이 급부상한 건가. “컴퓨팅 파워의 문제였다. 블록체인을 가동하려면 암호화를 하고 이를 다시 풀어야 한다. 해시코드는 계속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10년 전 컴퓨팅 파워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컴퓨팅 파워는 500배 이상 빨라졌다.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에 비춰 보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컴퓨팅 파워가 1000배 이상 빨라진다. 지금 풀기 어려운 비트코인 암호도 그때는 휴대폰으로 해독 가능한 상황을 맞게 될 거다. 인공지능이 일반화되는 그런 시대가 곧 도래한다. 블록체인도 상상 이상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아닌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화폐라는 단어 때문에 생긴 오해다. 다만 비트코인의 경우 2100만개만 생산된다는 희귀성에 기반한 마케팅이 값을 올린 측면이 있다. 블록체인 안에서 사용되는 결제수단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유시민 작가처럼 경제와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거래소 폐쇄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 정부도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거론한 바 있다.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샀다면 그 블록체인 안에서 거래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인식과 무관하게 코인을 사고팔며 가격을 올린 게 문제였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 때 소위 ‘딱지’라는 게 있다. 딱지와 같은 미등기 전매가 심해지면 정작 실수요자들은 비싸서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실거래는 위축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를 마치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성 게임으로 인식하고 폐쇄를 거론한 건 좀 과했다.”
   
   진 회장은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내가 알기로 청와대 내에 암호화폐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이 있었다. 이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어느 부처에서 맡아야 할지를 두고 혼선을 빚은 것 같다. 기재부, 과기부 등을 돌고 돌아 법무부가 나서면서 투기에 방점을 찍었다.” 진 회장은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는 불법과 탈법을 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 정부가 사전에 암호화폐 투기를 제어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현재 암호화폐 관련 기술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라면 정부는 10마일 수준밖에 안 된다. 또 사전에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 가능하지도 않다.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가 가능한 빠른 대응조치를 취하는 게 현실적이다.”
   
   - ‘암호화폐는 시장에 맡기자’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논리가 제기된 바 있다. “시장에는 사기꾼도 있고 돈세탁하거나 테러 자금의 이동통로로 암호화폐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시장원리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고 추가 상승이 어려워지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게 자명하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오남용을 최대한 규제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손해 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 암호화폐의 비효율적 측면이 궁금하다. “블록체인 개발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 해킹될 염려도 없으니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러나 투기와 에너지 비효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누군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생겼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경우 1개를 채굴하기 위해 투입되는 전기세 등의 비용이 500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이보다 낮아지면 그땐 누구도 채굴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분산만 갖고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한계와 모순점이 노출됐다. 그래서 요즘 분산과 중앙화가 적절히 결합된 변형 블록체인이 나오고 있다.”
   
   진 회장의 추가 설명을 들어보자. “비트코인의 채굴 방식은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 1만명이 채굴을 하다 누군가 1개를 캐내면 나머지 9999명이 쓴 전기료는 배상받을 길이 없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이처럼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된 전기가 아르헨티나 전체 사용량과 맞먹는다.”
   
   - 일본의 암호화폐 규제에서 배울 점은. “일본은 자본결제법에 기초해 규제책을 마련했다. 암호화폐를 새롭게 정의하고 실명제도 도입했다. 코인을 발행하면 일정 기간 매매할 수 없고 거래소 등록은 필수다. ‘먹튀’가 불가능하다. 일본의 사례를 준용하면 법 제정이 용이하다.”
   
   - 협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먼저 투자자의 이해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코인을 발행하는 사람, 채굴하는 사람, 이를 사용하거나 거래하는 사람들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움직이는지를 알게 해줘야 한다. 현재 이 구성원들은 거의 연관성이 없다. 즉 코인 거래 수수료는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거래소가 가져간다. 암호화폐 발행처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새 코인을 만들 뿐 책임이 없다. 암호화폐를 발행한 재단이 가상화폐공개(ICO)를 하는 것과 이를 토대로 블록체인 기업이 태동할 것이라는 건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 실제 벌어진 상황이 아니므로 앞으로 그 코인 위에서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 믿는 건 무모하다. 회원사의 협조를 통해 이런 부분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 스타트업은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 주식처럼 암호화폐 소유자에게 배당이 가능한가. “지금은 ICO를 하거나 거래소를 운영하는 곳만 돈을 번다. 투자자들이 보상받는 건 거래 가격이 상승했을 때 가능하다. 앞으로는 투자자가 어떤 코인을 투자할지 사전에 판단할 수 있게 하고 투자처에서 성공을 거두면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 주식처럼 암호화폐 지수를 만들 계획인가. “그렇다. 암호화폐는 지금 주식처럼 금융자산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암호화폐를 발행한 기업의 매출이나 손익, 대표이사의 경영능력 등을 투자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대개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벤처 수준임을 감안, 현 단계에서는 코인의 실거래량이 얼마인지, 실제 코인 발행 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 또 채굴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실제 코인 구매자가 몇 명인지도 투자자에게 알려준다면 비정상적 투기는 사라질 것이다.”
   
   -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에 우리보다 훨씬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다. 이 부분은 정부의 몫이기도 하다. 틈새시장을 잘 공략할 필요가 있다.”
   
   진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의료기록 등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어렵게 도입한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도 표현의 자유에 위반된다는 해석이 다수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 50주년 영상

주간조선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삼성화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