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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496호]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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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3년째 불황 한파… 울산에 봄은 오나

울산 배용진  기자 

▲ 지난 2월 20일 울산 동구 전하동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조선소.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2월 20일 오후 울산 동구 울산조선업희망센터. 동구 서부동의 한 건물 5층에 있는 이곳은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조선업 퇴직자들로 북적거렸다. 두꺼운 외투를 걸친 이들은 저마다 번호표를 손에 한 장씩 들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팬 남성 세 명이 한쪽에 있는 탁자에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울산조선업희망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담당하는 엄태영 주무관은 “구정 지나고 밀린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신 분이 많다”며 “평균 하루에 150명 정도가 실업급여를 타 간다”고 말했다.
   
   울산조선업희망센터는 2015년부터 조선업 수주 가뭄이 심해지자 일반업종 취업희망자를 상대로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울산 남구의 울산고용복지센터로부터 분리돼 2016년 7월 새로 만들어진 곳이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현재 울산시는 오는 6월 종료되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과 조선업희망센터 운영기간을 1년 더 연장해줄 것을 고용노동부에 건의한 상태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조선업희망센터 운영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종료되면 조선업종 종사자 및 퇴직자 지원이 중단돼 울산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업 침체에 따른 고용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었고 이를 오는 6월 30일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받으면 조선업희망센터 운영비 등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조선업에 종사하다 퇴직한 사람들도 통상 퇴직 후 4~5개월까지만 지원받는 실업급여를 7~8개월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업급여 금액도 퇴직 전 받던 월급의 50%에서 60%로 올라간다.
   
   울산조선업희망센터에 따르면 2016년 7월 센터 개소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8807명에게 총 626억4800만원이 지급됐다.
   
   
   북적이는 실업급여센터
   
   국내 최대 제조업 도시 울산 동구가 끝모를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바닥을 치는 조선업 경기와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가 인근 협력업체와 상권에 영향을 미치면서다. 한반도 동남쪽에 있는 울산에서도 특히 삼면이 바다에 접한 동구의 경우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중화학 제조업체들이 대거 들어선 산업 거점이다. 동구 반도의 해안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 KCC 울산공장 등이 있다. 울산 동구는 199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조선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뜨거운 동네가 됐다.
   
   하지만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수주 가뭄으로 인해 동구의 조선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 상반기 본격화된 조선업 불황은 큰 타격을 입혔다. 울산의 대표 중화학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생산직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행했고 현재까지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울산 전체 생산액으로 보면 조선업은 정유·화학,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지만, 고용 규모로 보면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다.
   
   2월 20일 오후 5시 울산 동구 일산동. 이곳은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또 이들 대기업의 협력업체 등 동구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한 식당을 찾았다. 뽈찜과 동태찌개를 파는 식당이지만 독립된 방이 열 개나 있었다. 이 식당에서 2년 반 동안 일했다는 한 여성 종업원의 말이다.
   
   “처음에 왔을 땐 가게가 늘 북적북적했어요. 매출 추이를 보면 재작년이나 작년에 비해서도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추세예요. 최근에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체결됐다고는 하지만 체감이 되지 않아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 수준밖에 안 되니까요. 부서별 회식 이런 게 팍 줄었고 손님들 씀씀이가 엄청 줄었죠. 근처 가게들도 거의 비슷할 거예요.”
   
   이날 일산동 골목은 한 건물 건너마다 ‘임대’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특히 3~4층 이상의 고층 건물 중에 매물이 많았다. 지상 10층짜리 건물에 4개 층이 비어 있는 건물도 있었다. “권리금이 없다”며 싼 가격을 홍보하는 매물도 수두룩했다. 동구 일산동에서 부동산 매물을 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물이 너무 많아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며 “부동산 가격도 바닥을 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9년 만에 ‘부자 도시 1위’ 뺏겨
   
   울산의 불황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지역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울산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만원으로 1인당 2081만원을 기록한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1511만원이었다. 울산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흔히 내세우는 ‘1인당 국민소득 1위 지역’ 타이틀을 9년 만에 서울에 뺏긴 것이다. 울산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위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었다.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동구 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울산 동구 인구는 17만3096명으로 199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울산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동구의 인구는 17만3096명으로 199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 6월부터 19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가장 인구가 많았던 1995년에 비해서는 거의 2만명이 감소했다.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역 내 외국인 인구도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다. 동구청에 따르면 동구에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은 2018년 1월 기준 총 3416명으로 2016년 1월(6005명)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동구의 현대외국인사택은 소유주인 현대중공업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조선업 불황에 따른 자구책이다. 1982년 9월 조성된 외국인사택은 외국인 전용 주거공간이다. 외국 선주 및 선급사 감독관과 가족 등 한때 1000여명이 거주했다.
   
   
   거주 외국인도 절반으로
   
   동구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6개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사업부 소속 근로자들이 대거 타지로 이동한 점도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그린에너지 등이 각각 대구, 서울, 음성 등으로 이동하면서다. 울산 동구청 이광우 홍보팀장은 “당시 많은 숫자의 근로자가 빠져나가면서 울산이 술렁거렸다”고 말했다.
   
   선박 수주의 경우 세계 경제 추이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조선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박을 주문하는 선박업체가 2년 뒤 물동량을 예상해 선박을 발주하면 주문받은 조선업체가 약 2년 동안 선박 설계와 건조를 마친 뒤 발주처에 인도하는 사이클로 움직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현재는 선박 수주량이 늘어나는 시점이다. 현대미포조선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주 물량이 없어 현장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다시 인력을 늘리기 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20일 공시를 통해 지난 1월 수주액이 3억1100만달러(약 336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억9100만달러(약 5315억원)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7% 감소한 수치다. 특히 주력인 조선 부문의 수주실적 감소폭이 컸다. 2억1300만달러(약 2306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3억9100만달러(약 4233억원)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5% 감소했다.
   
   울산 동구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불황은 그동안 동구 전체에 영향을 미쳐왔다. 이광우 울산 동구청 홍보팀장은 기자와 만나 “지금 동구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1월부터 ‘실질적으로 위기가 왔다’는 말이 지역 전체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는 ‘거의 바닥권이다’면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어요. 그때 6만명 되던 근로자 중 2만명 정도가 일감이 없어 회사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구 인구 17만명 중에 6만명이 중공업 직원인데 한 가구당 3명 정도로 계산하면 18만명인 셈이죠. 이분들이 물건을 사고 음식점을 가야 상인들이 가게를 꾸리고 식당도 운영합니다. 실질적으로 지역 내 80% 정도는 현대중공업 영향을 받습니다. 동구 인구가 2016년 연말에 비해서 지금 5000명 정도 줄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월급이 줄고 대규모 해고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일감을 찾아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분도 많습니다. 구와 시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직접고용 같은 걸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어요. 다들 중공업이 살아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소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근처 원룸도 텅텅 비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했던 동구 방어동 일대의 원룸촌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사업본부 일감이 없어지면서 근로자가 줄고 덩달아 원룸의 수요도 급감했다. 원룸촌을 돌아다니다 보니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안내 전단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근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지역 원룸의 공실률은 60%에 달한다.
   
   원룸 건물의 경매가도 한때 7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4억5000만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땅값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동구 방어동의 지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했다. 일산동은 2.2%, 미포동·동부동·서부동은 1.3% 하락하는 등 동구 대부분의 땅값이 하락했다. 반면 남구·중구 등 울산시 전체는 이 기간 3.4% 상승했다. 주택 매매도 줄었다. 2014년 총 4345건이었던 동구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2506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 울산 동구의 대표 번화가인 일산동 일대. 임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연내 조선업 반등 가능할까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친 뒤 현재는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나머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의 수주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월 1억2600만달러(약 1365억원) 규모의 상선 5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00%가 증가했다. 미포조선은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에 힘입어 컨테이너선만 4척을 수주했다. 미포조선의 지난해 1월 수주액은 200만달러(약 21억원)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들어 1월 말까지만 7억4300만달러(약 8047억원) 규모의 상선 7척을 수주했다. 3사 중 실적이 가장 좋다. 현대미포조선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올 하반기부터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내년 하반기부터 괜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나 미포조선의 협력업체에 주로 인력을 보내는 I기업의 총무는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진다고 느껴지는 점은 없다”며 “일하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재 마주한 어려움이 구조적 요인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원유 시추선이나 유조선을 주로 만든다. 하지만 저유가 여파로 인해 원유 시추선의 주문이 줄어들고, 만들어도 선주 측에서 배를 가져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시추를 해도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져 생긴 현상이다. 벌크선 등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저가 배의 경우 중국의 저가 공세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는 점이 그나마 희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서 한국 조선업의 활황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5년 후반부터 일본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트렌드인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이 대기와 해양에 미치는 오염도의 허용 기준을 높이면서 각국의 선박 제조업체들은 기존 디젤 연료에서 오염물질이 덜 나오는 LPG·LNG 등으로 연료를 전환하거나 공장처럼 배기가스 배출저감 장치를 배에 설치하는 등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추세다. 현대미포조선의 한 관계자는 “국제기구가 환경기준을 높이면서 친환경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저가로 공세하는 중국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일본 사이에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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