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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7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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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GM을 다루는 두 나라의 다른 대응법

이동훈  기자 

▲ 중국 상하이 푸둥 진차오개발구의 상하이GM 공장. photo GM차이나
2013년 11월,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해외사업본부가 있던 상하이에 비상이 걸렸다. GM이 해외사업본부를 이듬해인 2014년 싱가포르로 옮기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타전됐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을 비롯 전 세계 언론들이 GM의 해외사업본부 이전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GM 측은 “시장이 이미 성숙한 중국 대신 동남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해외지역본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던 상하이시와 중국 당국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싱가포르의 낮은 법인세, 원활한 영어환경에 밀린 것이냐” “상하이의 치명적인 미세먼지 탓 아니냐” 등 원인분석과 반성이 현지 언론에서 쏟아져나왔다.
   
   앞서 10년 전인 2004년, GM은 해외사업본부를 싱가포르에서 상하이로 옮겼다. 1993년부터 GM은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두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GM의 최대 해외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동아시아 업무의 85% 이상이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일어나는 터라, 상하이는 이를 커버하기에 최적의 입지였다. 상하이GM이 자리 잡은 곳은 상하이 푸둥(浦東)의 진차오(金橋)개발구(옛 수출가공구). 상하이 서부 자딩(嘉定)에 자리 잡은 상하이폭스바겐에 맞서 상하이GM은 동부 푸둥에 자리 잡았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가까운 항구를 이용해 자동차를 해외로 수출하기에도 최적의 입지였다. 상하이 푸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로 1992년 중국 최초의 국가급 신구(新區)로 지정된 터라 상하이시뿐만 아니라 중앙의 정책적 배려도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던 GM이 10년 만에 싱가포르로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자 상하이시와 중국 당국은 GM 붙들기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FTZ)의 범위를 대폭 확장한 것이다. 2013년 9월 중국 최초 자유무역구가 상하이 푸둥 일대에 지정됐다. 하지만 자유무역구로 지정돼 외국 기업의 투자와 제조·무역·항운·해운·금융·법률·의료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상하이의 내외항(內外港)인 와이가오차오(外高橋)항과 양산(洋山)항, 푸둥공항 일대 28㎢에 불과했다. 자유무역구 제도 도입 전에 상하이 푸둥에 자리 잡은 GM과 같은 외국 기업은 자유무역구의 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었다. 푸둥 최대 외국투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GM은 자유무역구 경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해외사업본부 싱가포르 이전 논란이 일자 자유무역구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중국 당국은 급기야 2014년 자유무역구의 범위를 기존의 28㎢에서 120㎢로 거의 4배 이상 확장했다. 이를 통해 외국계 금융기관과 로펌이 모여 있는 루자주이(陸家嘴) 일대, 상하이GM공장이 자리한 진차오개발구 일대, 기술기업들이 모여 있는 창장(長江)과기원 일대가 자유무역시험구에 모두 포함됐다. 사실상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상하이 푸둥신구 주요 지역 대부분이 자유무역구에 편입된 셈이다. 결국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GM은 해외사업본부의 싱가포르 이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본부 아래에 있던 중국사업부를 별도의 본부로 독립시키며 사실상 존치시켰다.
   
   이후 GM차이나는 해외사업부에서 독립해 회장 직속조직으로 격상됐고, GM차이나 사장에는 중국계 첸후이캉(錢惠康·매트 첸)이 임명됐다. GM차이나의 첫 중국계 사장인 첸후이캉은 1997년 GM의 중국 시장 진출 전부터 상하이GM(上汽通用) 출범과 GM의 글로벌 기술센터인 상하이 푸둥의 팬아시아자동차기술센터(PATAC)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첸후이캉은 현지 언론에 “제조업과 자유무역구와의 관계는 지금 보면 크지 않아 보여도, 장래 반드시 신기술과 신비즈니스 혁신에서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자유무역구 확대라는 파격조치로 GM의 추가이탈을 막고 적지 않은 실리를 챙긴 것이다. 실제로 유탄을 맞은 것은 관할 지역본부가 상하이에서 싱가포르로 바뀐 한국GM 정도였다.
   
   
▲ 메리 바라 GM 회장과 첸후이캉 GM차이나 사장(오른쪽). photo GM차이나

   한국GM이 ‘외국인투자지역’서 빠진 이유
   
   이런 중국의 과거 사례는 한국에는 교훈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GM의 한국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GM 본사 측은 한국 정부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자금지원과 더불어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국인투자지역’은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중 하나다.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외국 기업이 입주하면 조세특례제한법상 법인세·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의 감면조치가 주어진다. 사실상 자유무역지역(옛 수출자유지역)이나 경제자유구역(FEZ)에 입주하는 효과를 얻게 한 것이다. 2002년에는 제도활성화를 위해 제조업의 경우 투자기준을 50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로 낮췄다. 덩치 큰 외국 기업의 경우 ‘외국인투자지역’으로 개별 지정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80개의 개별 기업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 외국 기업 가운데 매출이나 고용 규모에서 1, 2위를 다투는 GM은 국내 투자에 따르는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주장을 펴고나온 것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보면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건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법과 규정을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다. 산업부는 자동차산업 주무부처이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권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서두른 모습과는 정반대 행보다. 한국GM은 직접 고용한 임직원만 군산공장 2000명을 비롯해 1만6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7개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와 기아차 다음으로 많다. 한국GM에 납품하는 부품협력사 14만명을 합치면 GM의 결정에 생계가 걸린 사람만 15만6000명이다. 한국GM 측은 군산공장 사내파견근로자 200여명에게 3월 31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군산 소재 기업 중에서도 한국바스프와 도레이첨단소재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돼 이에 따른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각각 독일과 일본계 대기업이지만 한국GM에 비해 매출이나 고용 등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우는 과거 대우차 군산공장을 GM 측이 인수한 것이라 별다른 혜택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려면 투자 전에 각 지자체와 먼저 협약을 맺고 중앙 정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도레이첨단소재 군산공장이 대표적인 경우”라며 “가장 큰 혜택은 공장 설립에 필요한 토지사용료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한국GM 군산공장과 같은 경우는 대우차 시절부터 있던 곳이라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산은 전북의 대표적인 기업도시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자유무역지역’,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SGFEZ)’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한국GM 군산공장은 이곳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한국GM 군산공장을 비롯해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 두산인프라코어 군산공장, 현대건설기계 군산공장(옛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 등 군산 경제를 떠받치는 알짜기업들이 모여 있는 군산국가산업단지가 이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아서다. 인도 최대 다국적기업인 타타(TATA)그룹이 대주주로 있고 한국GM 공장과 붙어 있는 타타대우상용차 역시 경제자유구역이나 자유무역지역에서 제외돼 있다.
   
   새만금개발청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매립지에 조성된 땅에 입주한 업체들만 경제자유구역의 대상이 된다”며 “한국GM과 타타대우 군산공장은 새만금매립지 밖에 있어 경제자유구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만금매립지 안에 입주해 있어 경제자유구역에 따른 각종 세제혜택과 행정편의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은 1공구 매매계약을 체결한 OCI(옛 동양제철화학)나 2공구에 입주한 도레이첨단소재 정도다.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우 군산에 적을 두고 있어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밖에 있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누리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상하이 자유무역구와 같이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자유구역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은 2013년 “새만금 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1급)을 새만금개발청(차관급)으로 확대개편하면서 정작 경제자유구역의 범위를 좁혀버렸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에 속했던 새만금산업단지, 새만금관광단지, 고군산군도, 군산2국가산업단지 중 군산2국가산업단지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해버린 것. 과거 군장(군산·장항)국가산단으로 불린 군산2국가산업단지는 한국GM이 자리한 군산국가산업단지 바로 서쪽에 맞닿아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군장신항만을 끼고 있는 곳이다. 이와 함께 49.28㎢에 달했던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역시 31.85㎢로 줄어버렸다. 당초에는 상하이 자유무역구보다도 컸으나 지금은 확장된 상하이 자유무역구(120㎢)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당시 관보에 “새만금사업지역은 새만금개발청에서 해당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나, 새만금사업지역 밖에 있는 군산2국가산업단지는 관리기관의 부재로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여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군산은 인구 27만명의 중소도시라고 하지만 새만금산업단지는 국토교통부의 외청(外廳)인 새만금개발청, 군산국가산업단지는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 군산지방산업단지는 군산시에서 관할하는 등 관할 주체도 제각각 갈라져 있다. 군산시 기업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군산지방산단만 관할한다”고 했다. 사실상 붙어 있어 경계조차 모호한 곳들이지만 관할 기업체들을 관할하는 ‘시어머니’는 세 명이나 되는 셈이다. 군산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은 도대체 인허가 및 지원관청이 어디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은 모두 8곳.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1조는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같이 정작 제대로 된 외국 기업은 빠져 있는 경제자유구역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GM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역시 경제자유구역을 가진 인천과 창원(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각각 속해 있지만 경계 밖에 있어 외국 기업 투자에 따른 혜택이 거의 없다.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350억달러(약 145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해 한국의 FDI 규모는 229억달러(약 24조원)에 그쳤다. 정확히 중국의 1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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