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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497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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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블록체인 대표주자 ‘더루프’ 김종협 대표

토종 코인으로 시총 4조 “과거 공룡들 무너질 것”

김대현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시가총액 4조원’.
   
   ‘전 세계 암호화폐 순위 17위’.
   
   블록체인 전문기업 ‘더루프’가 만든 아이콘(ICON)코인의 지난해 성적표다. 더루프 아이콘팀은 2017년 9월 스위스에서 주식시장의 IPO(기업공개)에 해당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실시하고 홍콩의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를 통해 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현재 아이콘코인의 가치는 ICO 때보다 90배나 올라 시총이 무려 4조원대에 이른다. 더루프는 이를 통해 향후 기술개발 등에 사용할 약 1500억원(15만 이더리움) 규모의 자금도 확보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가운데 이처럼 가시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더루프가 유일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1400여개 암호화폐 가운데 시총 1위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1200만원임을 감안하면 시총은 230조원 규모다. 시총 17위의 아이콘코인은 이더리움(시총 2위), 리플(3위), 라이트코인(4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암호화폐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 토종기업이 만든 아이콘코인은 오히려 국내에서 낯선 암호화폐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는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어도 일반인의 투자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루프는 주로 해외에서 기업홍보(IR)를 해왔다. 그런 탓에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익숙한 기업이다.
   
   더루프를 이끌고 있는 김종협(42) 대표를 지난 2월 2일 만났다. 그는 “아이콘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지속할 여력을 확보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나 오라클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자본은 있지만 덩치가 커 변화가 느리다. 이 업체들이 블록체인시장에 진입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결과물은 아직 없다. 더루프처럼 일부 스타트업은 퍼블릭 프로젝트로 자금 여력이 생겼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보다 더 놀라운 기술 발전이 블록체인 전문기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원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보안솔루션 전문가다. 1999년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보안솔루션 업체인 장미디어인터렉티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1월에는 공인인증 시스템 개발과 인터넷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티웍스를 공동 창업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 공인인증 체계가 도입되면서 온라인 보안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시절이다. 모바일 보안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서 17년간 재직한 김 대표는 중앙화된 기관에 의해 발생하는 비효율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제3의 기관 없이도 신뢰구축이 가능한 스마트컨트렉트 기술을 접하게 되면서 블록체인 분야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1월 김 대표는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가진 더루프에 전격 합류했다. 금융보안 노하우가 사업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공매도의 경우 코스콤이라는 중앙기관에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일일이 전화하고 팩스 받아 처리하는 오래된 방식이다. 주식을 여러 번 사고팔 때 증권사와 은행 간 일일이 정산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증권사는 독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더루프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이런 비효율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더루프는 현재 26개 증권사와 손잡고 자체적으로 공인인증을 서비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고 정보도 공유하게 된다. 기존 금융사고 정보는 일일이 공공기관에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 차로 벌어지는 2차 피해를 막기 어려웠다.
   
   
   블록체인 통한 공인인증
   
   사실 더루프는 아이콘 프로젝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퍼블릭 블록체인보다 프라이빗(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제한된 개인 또는 일부 기업 중심의 분산 시스템을 말한다.
   
   또 다른 차이점도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일반인(노드)의 참여 동기를 유발하는 암호화폐가 필요한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업들이 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동기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없어도 구동이 가능하다. 예컨대 증권사가 공인인증기관을 통해 인증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블록체인을 통해 자체 인증을 하면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더루프는 이 비용을 10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 공인인증 갱신기간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고객들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더루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증권사와 은행, 학교, 병원, 정부 등을 연결하는 허브 블록체인 구축에도 나섰다. 더루프가 개별적으로 해온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나로 묶기로 한 것이다. 퍼블릭 블록체인 형태의 아이콘코인이 나온 배경이다.
   
   “증권사, 대학, 병원 등과 각각의 블록체인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와중에 각 기관을 연결하면 편의성이 배가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걸 구축할 때 각 기관에 돈을 내라고 하면 아무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콘 프로젝트를 통해 ICO를 하고 블록체인 간 연동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되면 대학 내 코인용 자판기를 이용하는 학생의 증권사 계좌로 근로장학금이 지급되고 인근 병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콘코인은 POS(지분증명)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채굴이나 검증에 나설 필요가 없다. 상위 노드로 선정된 40개 증권사와 학교 등이 검증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최소 30개의 노드가 운영에 참여하고 이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거래가 승인된다. 운영에 참여하는 노드들은 코인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의 경우 코인을 학생들에게 복지포인트 형태로 나눠줄 수 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막는 기존 규제는 오히려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다.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가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과거식으로 이해함으로써 발목을 잡는 일도 생긴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해소해주길 기대한다.”
   
   블록체인상에서 개인정보는 해시된 상태로 공유된다. 암호화된 이후에는 개인 주민번호가 노출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해시화된 정보라도 개인정보가 맞다면 모두 찾아 지우라는 식의 행정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정부의 행정이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정부가 요구한 대로 하면 블록체인은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해 초 ‘게임업계에서 해시된 개인정보는 사용 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블록체인 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개발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불과 1년6개월 전만 해도 금융기관과 정부를 찾아다니며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마땅한 수익원이 없어 모회사의 투자를 받는 것도 미안했다. 그러다 스위스에서 ICO를 해 탈출구를 찾았다. 요즘은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많이 온다.”
   
   김 대표는 “중앙화된 공룡들이 조금씩 무너지면 그곳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기 마련”이라면서 “분산과 공유의 거대한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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