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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8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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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사업단장

1조짜리 스마트원전의 산파

최준석  선임기자 

▲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2월 23일 아침,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북쪽 끝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바로 옆의 방문자센터는 중동계 남자 열댓 명으로 왁자지껄했다. 연구원 출입을 위한 절차를 받고 있는 듯했다. 김긍구(59) SMART개발사업단장을 연구원 내 C1동 사무실에서 만나 물었더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엔지니어들이다. 모두 48명이 SMART원전 관련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30개월 일정으로 2016년 7월에 들어왔다. 이들 중 5명의 매니저급은 김 단장 사무실 바로 옆방에 있고, 나머지 인원도 대부분 C1동에 있다고 한다.
   
   김 단장은 한국형 중소형원전(SMART)을 개발했고, 사우디와 손잡고 상용화 작업까지 맡고 있다. 사우디는 대당 1조원에 달하는 SMART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SMART는 대형원전에 비해 발전량이 적으나 건설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내륙의 외딴 지역이나 섬의 전력 수요 공급에 최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 CARE)과 2015년 9월 ‘SMART 건설 전 설계(PPE·Pre-Project Engineering)’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월 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11월 작업을 마치고 ‘예비 안전성 보고서’를 사우디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사무실 한쪽에 두꺼운 파일 15개 정도가 줄줄이 꽂혀 있는 서가를 보여주며 “사우디에 제출할 보고서가 저것과 비슷하다. 완성도만 높이면 된다”고 했다.
   
   SMART는 내수가 아닌 수출전략상품으로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에 착수, 이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김 단장팀이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는 쪽당 1000만원의 수출품에 해당한다. 사우디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받아 만든 상품 보고서 분량이 1만쪽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은 3.3억달러를, 사우디는 뒤늦게 1억달러를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脫核) 정책으로 SMART 관련 사우디와의 협력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 사우디 측은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30일 ‘SMART 건설 및 수출을 위한 고위급 TF회의’가 열리면서 우려는 해소됐다. 과기부 차관이 주관한 이 회의에서는 11월 ‘SMART 건설 전 설계’가 끝난 이후 건설 작업으로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정부 각 부처가 해야 할 사항들이 협의됐다. 11월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예비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발전소를 지을 ㈜스마트파워는 건설 금액과 건설 일정을 담은 건설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77학번. 졸업 뒤인 1981년 연구원에 들어와 미국 MIT 박사학위를 위한 3년간의 유학 기간을 빼고는 줄곧 일해왔다. 모듈러 원자로 관련 박사학위 연구 논문이 인연이 돼 1994년 김시환 당시 연구원 부소장이 만든 ‘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을 위한 소(小)과제 팀에 들어갔다. 김긍구 단장은 이때 러시아에 1년3개월 체류했다. 러시아의 소형원전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모스크바에 현지 사무소장으로 임명돼 모두 5명이 1996년 2월까지 머물렀다. 러시아 소형원자로개발연구소(RDIPE) 측은 감시를 엄격히 했다. 그쪽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도움을 받는 정도였지, 문건을 받아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시 러시아는 소련 해체 직후라 큰 혼란기였다. 김 단장이 모스크바에 가던 해, 붉은광장에서 관광 중인 LG 직원이 탄 버스가 마피아에 납치되기도 했다. 김 단장은 “러시아 소형원전 기술은 성능을 내세우고 안전은 그 다음이어서 문제가 있었다. 서방과는 달랐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5명이 수행한 연구원의 ‘소과제’는 3년 후인 1997년에 ‘대(大)과제’가 되어 본격 추진됐다. 책임자로 장문희 박사가 임명되었고 원자로 노심설계, 계통, 기계설계 등을 위한 30~40명의 팀이 구성되었다. 김긍구 단장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하고 있는 팀원이 15명 정도 된다. 지성균, 박근배, 구인수, 송재승, 배규환, 이정찬, 박상윤, 박재윤, 김영인, 황대현, 김하용씨가 20년이 넘도록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SMART는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2년 7월 4일 표준설계인가를 받아냈다. 김 단장은 인가가 나온 날을 ‘7월 4일’이라고 꼭 집어 말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걸로 보였다.
   

   기술을 완성했으니 물건을 살 사람을 찾아야 했다. 신형원자로개발연구소장이던 현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따라 김 단장도 세일즈를 시작했다. 그해 7월 미국을 찾아 에너지부 차관보 앞에서 상용화를 공동으로 하자고 설득했다. 미국 측은 당시 관심을 보여 아이다호국립연구소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하 원장의 브리핑을 지켜보도록 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연구용 원자로 54개를 지었다 해체한 곳이다. 하재주 원장과 김 단장은 그해 12월 아이다호국립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SMART 원전 1기를 공동으로 짓자고 제안했다. 이에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소장은 2013년 3월 한국을 찾아왔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뀌는 시기여서 담당 정부부처(교육과학부), 한전 등 누구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 원장과 김 단장은 몸이 달았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장은 귀국한 뒤 “한국은 건설 능력은 갖고 있으나 미국과의 협력 의지가 없다”는 보고서를 썼다.
   
   하재주·김긍구 두 사람은 이후 방향을 바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갔다. 결국 거기에서 길을 찾았다. “사우디와의 협력은 2013년에 본격 시작했다. 조석 당시 산업부 차관이 대형원전 수출을 위해 사우디에서 ‘원자력 협력을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개최했다. SMART는 곁가지로 들어갔다. 근데 사우디 측은 대형원전보다는 중소형원전에 관심을 보였다. 질의응답이 많았다.”
   
   하재주·김긍구 팀이 사전에 씨앗을 뿌렸기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간 사우디의 하심 야마니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원장과 꾸준히 접촉하며 “공동으로 상용화해보자” “중동 지역에 함께 진출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2013년 12월 SMART 건설을 위한 공동타당성 조사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김 단장은 그간 사우디를 10번도 넘게 찾았다. 지난 2월에도, 지난해 12월에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했다. 김 단장은 지독한 일벌레다. 인터뷰 전날인 목요일 퇴근시간을 물었더니 “밤 10시쯤”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주말에도 토요일만 쉬고 일요일에는 나와서 근무한다고 했다. 평생을 그렇게 일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김 단장 부인은 원자력연구원이 홍보용으로 만든 동영상에 등장, “SMART와 남편을 두고 경쟁해야 했다”고 일에 매달리는 남편 모습을 묘사했다. 그렇게 일하는 동안 20대 후반 젊은 연구원은 60이 넘어 정년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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